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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쌓인 인사제도 부작용 [시험대 오른 금감원]②관리자 승진적체 불가피…공직자 족쇄로 출구 막혀

원충희 기자공개 2019-02-08 08:54:00

[편집자주]

금융감독원이 내우외환에 빠졌다. 안으로는 인사적체에 시달리고 밖으로는 재무 관료 등 관료집단의 압력을 상대해야 한다. 민간 출신 수장을 맞은 지 9개월, 시험대에 오른 금감원의 현 상황을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1월 31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 임직원은 법으로 정년(만 60세)이 보장돼 있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4급(선임)부터는 관련 업권에 재취업도 제한된다. 명예퇴직 제도가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퇴직금이 민간기업보다 크게 적어 임금피크에 걸리더라도 정년까지 다니는 게 낫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일정연령 이상까지 임원진급을 못한 부서장(국·실장)은 보직을 내놓고 후선으로 물러나야 한다. 이렇게 유휴인력이 쌓인다. 출구가 없으니 인사적체가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문제를 촉발한 뇌관인 '방만경영 논란'의 실체는 오랫동안 누적된 인사제도 부작용이다.

감사원은 지난 2017년 9월 금감원에 대한 감사결과를 내놓고 시정을 요구했다. 핵심 지적사항은 금감원의 운영재원인 감독분담금 등 재정 통제수단 미흡이다. 분담금이 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는데 금융위원회가 재정당국(기획재정부)의 통제를 차단한 채 금감원의 방만조직·인력 운영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점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 직원 중 연봉 1억원 이상인 1~3급(관리자) 직원이 45.2%(2017년 3월 기준)에 달하고 1·2급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로 팀원으로 배치한 점, 직위 수가 과하게 많은 점, 292개 팀에 팀원이 평균 3.9명에 불과하다는 등 비효율적 운영으로 인건비 부담을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직급별 인원수

감사원 보고서만 보면 금감원은 방만경영으로 예산을 낭비한 조직이다. 감독분담금은 금융회사들이 납부하는 것인 만큼 사실상 준조세나 다름없다. 금감원이 비효율적 경영을 하면 금융사들의 부담이 늘어나니 통제돼야 한다는 일견의 논리는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다만 내부상황을 들여다보면 금감원의 비효율적 인력운영은 오랫동안 쌓인 인사제도의 부작용에서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금감원도 공적단체인 만큼 공직자 정년인 만 60세까지는 자진사의, 비리행위 등의 이유없이 내보내지 못한다.

또 공직자윤리법 적용대상이라 4급 이상은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곳에 퇴직일로부터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퇴사할 경우 3년간은 전공분야와 관련 없는 일을 찾아봐야 하니 재취업 문이 넓지 않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4급이면 선임조사역인데 민간회사로 치면 입사 4~5년차 대리급 수준"이라며 "조직에 있어야 판공비라도 쓸 수 있는데 나가면 각종 비용이 자기부담이 되니 퇴사하고 싶어도 출구가 마땅찮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에도 명예퇴직 제도는 있다. 하지만 퇴직금 액수가 많아봐야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5년간 받을 돈의 절반 정도다. 정년을 채우는 게 더 유리한 구조다. 금감원은 내규상 퇴직자에게 퇴직금 외 금액을 지불할 수 없다. 퇴직금 액수를 늘리려면 정부 출연 등을 통해 예산을 확보해야 하나 기획재정부가 이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최근에는 연령기준 인사를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일 국·실장 인사의 경우 1963년생 이전 부서장들은 모두 후선으로 물러났다. 1964년생이라도 실장급으로 6년 이상 근무한 이들은 보직에서 빠졌다. 그 수가 26명 정도 된다. 이전에 후선으로 물러난 사람들까지 합치면 50여명이 넘는다고 알려졌다. 국·실장을 지냈을 정도의 고참급이다보니 팀원으로 일을 시키기도 어렵다. 사실상 유휴인력이 되는 셈이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가 지난 29일 금감원을 공공기관 지정에서 제외한 이유는 43%(831명)인 관리자의 비중을 5년 안에 35%(693명)로 줄인다는 금감원의 계획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매년 이행실적을 공운위에 제출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조건이다.

금감원 내부에선 오는 2023년까지 정년이 도래하는 1959~1963년생 임직원들이 차례로 퇴직하면 3급 이상 비중을 35%까지 줄이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동안 3급으로 승진이 최소화 될 수밖에 없다. 심각한 승진적체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조만간 금감원은 15개 팀장급 자리를 없애는 조직개편을 단행할 예정이다. 소비자보호를 제외한 검사팀들 상당수가 통폐합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좋게 말하면 대팀제로 전환되는 것이지만 달리 보면 승진기회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에 은행감독원 출신이 보험담당 임원이 되는 것으로도 인사내홍이 불거졌는데 팀장급 자리를 없애고 승진이 적체된다고 하면 내부동요가 더 심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문제가 되는 인사제도를 손대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을 찾으려다보니 또 다른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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