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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한 박용곤은…두산 '형제 승계' 정착시킨 맏형 형제 간 우애, 가족 경영 중심 잡은 장본인..소비재서 중공업으로 그룹 스타일 바꿔

구태우 기자공개 2019-03-04 17:16:38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4일 17: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3일 타계한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책임과 양보의 경영인이었다. 박 명예회장은 두산그룹 3세 형제 중 장남이었지만, 경영인으로서 그룹의 정점에 있었던 시기는 10년(1981년~1991년)에 그친다. 두산전자 환경오염 사고의 책임을 지기 위해 회장직을 내려 놓았고, 2005년 형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은퇴했기 때문이다. 두산가의 악재가 생길 때면 큰형이 나서 책임을 졌다. 올해로 창립 123년 째를 맞는 최장수 기업 두산이 계열 분리없이 정통성을 이어온 데는 양보 경영이 버팀목이 됐다는 평이다. 재계는 박 명예회장의 별세에 존경과 애도를 동시에 보냈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 명예회장은 지난 3일 저녁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2년생인 박 명예회장은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6남 1녀 중 장남이다. 장녀 박용언를 비롯해 고 박용오 옛 성지건설 회장, 박용성 전 중앙대 이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이 박 명예회장의 형제다. 3세 중 아들이 6명이었던 만큼 형제 간 우애가 경영 안정에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박두병 초대회장은 생전 무조건적 경영 승계는 있을 수 없다고 여러차례 강조했다. 형제 간 우애를 다지고,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196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재계 중 최초로 전문경영인 제도를 도입한 곳이다. 고 정수창 두산그룹 회장은 1969년부터 1981년까지 동양맥주(현 OB맥주)와 두산그룹의 수장으로 있었다.

두산그룹은 박두병 창업주의 유지에 따라 '형제 승계'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형제들이 차례대로 경영권을 이어받으며 승계하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형제 승계는 현재 4세까지 이어지며 경영의 안정적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재계도 두산그룹 성장의 비결로 형제 승계를 꼽고 있다.

박 명예회장은 형제 승계 원칙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잡은 장본인으로 꼽힌다. 2005년 차남 고 박용오 회장이 경영권 다툼을 벌였을 때 박 명예회장이 리더십을 발휘했다. 박 명예회장이 주재한 가족회의에서 박용오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동생 박용성 회장을 두산그룹의 신임 회장으로 추대했다. 형제 승계 체제는 현재도 두산그룹을 버티는 기둥이다. 의사 출신인 4남 박용현 회장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두산그룹의 수장을 맡았다. 5남 박용만 회장도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두산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4세 경영 체제로 바뀌어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정원 회장이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다. 박정원 회장을 시작으로 4세는 사촌 경영 체제가 시작됐다.

4세 경영 체체까지 무리없이 안착된 데는 박 명예회장이 솔선수범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박 명예회장은 1960년 한국산업은행에 입사해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3년 동안 말단사원으로 있다 두산그룹에 입사, 동양맥주·한양식품·두산산업 등을 거친 뒤 1981년 두산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 두산그룹 회장직은 10년 간 수행했다.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하면서, 책임 경영 차원에서 회장직을 내려놓은 것이다. 박 명예회장은 선친으로부터 "내가 먼저 양보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장남인 탓에 양보를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배운 것이다.

두산그룹을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한 것도 박 명예회장의 선견지명 때문이었다. 박 명예회장은 소비재 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1998년 동양맥주 지분 50%를 벨기에 인터브루사(社)에 매각했다. 두산그룹은 2000년대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미국 밥캣(현 두산밥캣)을 인수했다. 인수 합병을 토대로 소비재 기업에서 산업재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그룹 규모도 18년 동안 10배 커졌다. 중후장대 기업 인수 전인 2001년 1조7836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8조1721억원을 기록했다. 두산그룹은 2012년 23조8375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최고점을 찍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4조7610억원의 매출을,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조7301억원의 매출을 냈다. 내부거래를 감안하면, 두산그룹 전체 매출의 대부분이 중공업 부문에서 나온 것이다.

동양맥주 매각 후 중공업으로 사업구조를 바꿨던 것이 두산그룹을 현재 규모로 성장시킨 셈이다. 재계에서는 박 명예회장의 경영 판단이 이른바 '신의 한수'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박 명예회장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발인과 영결식은 7일 열린다.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2010년 선대 회장의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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