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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배송 시대' 누가 승자일까 [thebell note]

이충희 기자공개 2019-03-14 13:53:11

이 기사는 2019년 03월 12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통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런 농반 진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앞으로는 집에 꼭 베란다가 있어야 겠네요. 불법으로 거실을 확장한 아파트는 오히려 인기가 떨어질지도 모르겠어요." 몇년 후 드론 배송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온다는 예상을 하며 나온 우스개였다. 아파트가 대부분인 한국에서는 집 밖 택배 상자를 받을 공간이 베란다 밖에 없을 테니 틀린 말도 아니다.

앞으로 이어질 물류 혁신을 현재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느끼고 있는 곳은 대형마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유통 공룡들은 예상보다 훨씬 악화된 지난해 실적을 최근 내놓았다. 주 소비층인 30~40대들이 마트에서 장을 보는 횟수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대신 쿠팡, 마켓컬리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빈자리를 파고 드는 중이다.

쿠팡은 매년 수천억원 적자를 내면서도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물류 기업으로 주목 받는다. 오늘 밤 주문하면 내일 배송해주는 '로켓배송', 집앞까지 택배 상자를 모셔다 주고 사진까지 찍어 문자 전송하는 '쿠팡맨'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더없이 친숙한 존재로 각인되고 있다.

로켓배송이나 쿠팡맨에게 너무 많은 비용을 쏟아 부어 망하는 게 아니냐고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드론이 배송을 해주는 시대가 열리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24시간 쉬지 않고 어디든 날아가 상자를 전달해줄 수 있으면 더이상 택배용 트럭을 구비하지 않아도 된다. 쿠팡맨도 더 늘릴 필요가 없다. 지금의 로켓배송보다 더 빠르고 비용이 덜 들어가는 효율적인 배송 체계가 구축된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흑자 한번 못내본 쿠팡에 조단위 자금을 계속 쏟아붓고 있는 것도, 쿠팡이 자신들은 IT기업에 가깝다고 자평하며 적자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이런 자신감이 배경에 깔려 있다. 지금 투입하는 조단위 비용이 훗날 엄청난 황금알을 낳게 해줄 거라 이들은 믿고 있다.

기존 물류 전문 회사들도 혁신이 예고되는 업계의 이런 상황을 좌시하지 않는다. 1위 택배사업자 CJ대한통운은 작년 하반기 4000억원을 들여 수도권 통합 물류센터를 지었다. 여기에 배송이 실시간 자동화 되도록 올 하반기까지 1200억원을 더 투입해 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앞으로 가상현실(AR) 기술을 접목한 드론이 실시간으로 날아다니며 물품 리스트를 확보하는 등 효율화를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형을 확대해가며 기세가 등등해진 쿠팡,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 붓는 택배 1위 CJ대한통운, 지금은 잠시 주춤했지만 막강한 자본력이 바탕이 되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또는 지금 어디에선가 새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스타트업까지. 이들 모두가 새로운 유통업계 챔피언에 등극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2020년대 물류 혁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잠룡들의 레이스는 이미 경기 초반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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