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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건, 성장정체 '더페이스샵' 활로 고민 [로드숍 시장 재편]②고급브랜드 '후' 명성과 상충…'글로벌 개척' 이니스프리와 대조적

전효점 기자공개 2019-04-04 15:46:00

[편집자주]

한때 급성장가도를 달렸던 로드숍들이 최근 수년째 이어지는 매출 감소에 신음하고 있다. 출혈 경쟁까지 내몰렸던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가운데 주요 상권 마다 포진했던 슈즈(Shoes) 브랜드들도 점차 매장 철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빈자리는 온라인 몰이나 유통 공룡들의 H&B 브랜드로 대체되는 추세다. 최근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국내 로드숍 시장의 변화를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19년 04월 03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이 로드숍 화장품 계열사 더페이스샵을 둘러싸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 '후'와 달리 중저가 대표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은 동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구조조정 역시 기존 점주들과의 갈등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쟁 브랜드 이니스프리가 국내외 다양한 전략으로 로드숍 불황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1200곳이 넘던 더페이스샵 국내 점포수는 2016년 1138개, 2017년 1056개, 지난해 804개 등으로 3분의 1이 줄었다. 지난해는 중국에 진출한 더페이스샵 점포 130개와 네이처컬렉션 점포 전체를 정리하고 중국 법인을 2곳에서 1곳으로 줄이기도 했다.

계열사 더페이스샵의 지난해 매출은 48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2016년만해도 6000억을 상회하던 연매출이 2012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10% 내외를 꾸준히 기록하던 영업이익률은 3% 선으로 축소됐다.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전환…수익성 개선 효과 '불명'

LG생건은 더페이스샵의 실적 부진에 대한 대응으로 기존 더페이스샵 점포를 LG생건 다양한 브랜드를 모은 편집샵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하고 있다. 전환 비용은 기존 가맹점주와 본사가 나눠 부담하고 있다. 페이스샵 기존 제품은 네이처컬렉션 매장 내 입점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네이처컬렉션 매장 제품 중 더페이스샵 제품 비중은 65%에 이른다.

LG생건 관계자는 "네이처컬렉션 매장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2016년 68개에 불과했지만 2017년 169개, 작년말 기준으로는 369개까지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같이 편집숍을 중심으로 한 로드숍 사업 재편 역시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LG생건 화장품 유통 채널 중 네이처컬렉션, 할인점, H&B 스토어 등 중저가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6%에서 지난해 10.2%로 축소됐다. 반면 백화점, 면세점 등의 고가 유통채널 비중은 74.4%에서 77.2%로 늘어나면서 대조적인 모습을 나타냈다. 중저가 채널 내에서도 H&B 스토어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또 다른 가맹전략이었던 네이처컬렉션 자체는 그다지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페이스샵은 실적 유지를 위해 제조 수익을 모색하는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올초 500억원을 들여 중국 광저우의 AVON 공장을 인수해 신규 생산기지로 정비한 것이다. 지난해 크게 후퇴한 중국 사업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다. 광저우 공장은 올해부터 전체 가동률의 20~30%를 AVON사 기존 물량을 수주하고, 나머지는 LG생건이나 계열사의 생활용품을 생산함으로써 더페이스샵 법인 매출에 기여하게 된다.

양지혜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LG생건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는 추가적인 투자 없이 수익성을 지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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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앞세워 글로벌로 '돌파구'

물론 로드숍 불황은 LG생건의 더페이스샵만을 덮친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 산하 로드숍 브랜드도 지난해 일제히 '최악'으로 꼽혔던 2017년 수준을 하회하는 실적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 계열사 이니스프리, 에뛰드, 에스쁘아 등 계열사는 지난해 전년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니스프리 작년 매출은 5989억원으로 2015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회귀했다. 2016년 1045개, 2017년 1080개 점포로 어려운 업황 가운데서도 순증하던 점포수는 지난해 다시 1056개로 줄었다.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 국내 매장으로 인해 매출 감소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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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뛰드 역시 2011년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2016년 32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던 매출은 지난해 2183억원을 기록하면서 설립 초기인 2011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업손실도 26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에 이어 적자를 이어갔다.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 경영'을 내세우면서 색조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던 에스쁘아 역시 업황 악화의 큰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역성장, 전년보다 부진한 421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손실도 흑자전환하는 데 실패했다.

이니스프리의 경우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직영 점포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지난해 악화된 여건 가운데서도 3~4성급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73개의 신규 점포를 열었다. 2016년 330개였던 현지 이니스프리 점포수는 2017년 443개, 지난해 516개로 늘었다. 신규 국가 개척도 꾸준히 추진해, 지난해 일본과 호주에 각각 4곳과 3곳의 점포를 처음 개점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에도 글로벌을 중심으로 한 로드숍 돌파구 찾기를 이어갈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국내 점포가 처음 줄어들긴 했지만 해외 확장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이니스프리가 처음 개척한 글로벌 시장인데다 그만큼 시장 규모가 큰 만큼 앞으로 추가 성장의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에뛰드와 에스쁘아를 통해서도 글로벌 동력 찾기에 한창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에뛰드와 에스쁘아는 올해 국내에서는 점포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만 주력할 계획"이라면서 "아세안과 일본 등을 중심으로 점포 확대에 주력하고, 인도 등을 비롯한 신규 국가 개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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