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부회장, 조선업 '대표이사' 복귀가 주는 의미 [대우조선해양 M&A]'기업결합 통과·노사갈등 해소·3세승계 안정화' 소임
구태우 기자공개 2019-06-04 10:04:46
이 기사는 2019년 06월 04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품기 위해 지배구조 체제를 새롭게 바꾸면서 수장까지 전면 교체했다. 이번 인수합병의 '얼굴' 역할을 맡았던 가삼현·한영석 대표이사는 2선으로 후퇴하고, 딜을 주도했던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부회장, 사진)가 전면에 섰다. 이번 딜은 '7부능선'을 넘어 최종관문인 기업결합 심사를 남겨두고 있다. 권 부회장이 유종의 미를 거둘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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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부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복심으로 이번 딜을 주도했다. 현대중공업이 주식 스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딜 구조도 권 부회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부터 논의한 결과물이다. 이번 인사는 책임경영 차원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한국조선해양의 경영을 직접 챙기면서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라는 의미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의 비상근직등기임원이었는데, 이번에 상근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권한과 책임이 모두 이전보다 커졌다.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세 가지 과제가 남았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는 가장 큰 난관이다. EU와 중국, 일본 등 10여개국 중 한곳이라도 기업결합을 불허할 경우 양사의 합병이 좌초된다. 현대중공업은 주요국 경쟁당국과 사전 논의에 들어갔다. 권 부회장이 직접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한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를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양사 노조 모두 이번 인수합병을 거세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부터 '주주총회 무효'를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3일 현대중공업의 옥포조선소 현장실사를 무산시켰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현장실사를 재차 시도할 계획이다. 권 부회장은 양사 노조 모두를 설득해야 한다. 노조의 고용불안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긴 노사간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과제다. 노사갈등은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마무리 된 이후에도 계속될 수 있다. 이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그룹 내에서 자리를 잡는 데 장시간 소요될 수 있다.
권 부회장은 2016년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조의 거센 반대에 부딪힌 경험이 있다. 지주사 전환과 구조조정 등 고용 현안이 불거지면서 노조의 반대가 극심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순환출자 고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를 해소하고,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중공업을 통해 조선 부문 계열회사를 지배하는 체제를 마련했다.
3세 승계와 관련한 잡음을 잠재우는 것도 권 부회장의 역할이다. 권 부회장은 그룹 내에서 3세 승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하면서 3세 승계가 도마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배당이 늘어 승계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외형이 커진 한국조선해양 내에서 정기선 부사장의 입지를 다지는 것도 권 부회장의 역할 중 하나다. 정 부사장은 2016년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선박·해양 영업 대표를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이 한국조선해양에서 어떤 자리를 맡게될지도 관심이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로 재임하면서 궂은 일을 도맡았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수주 불황으로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시행했다. 권 부회장이 구조조정과 희망퇴직 등 민감한 현안을 진두지휘했다. 권 부회장은 2010년 현대오일뱅크 인수 후 4년 동안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대중공업그룹의 명실상부한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인사다.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다시 한국조선해양의 대표이사를 맡은 건 시기가 엄중하다는 방증이라는 게 조선업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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