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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어달라" 읍소한 권오갑, '왕회장' 떠올린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M&A]본계약 체결 후 "정주영 18주기 마음 다잡는 계기"

구태우 기자공개 2019-03-08 18:01:20

이 기사는 2019년 03월 08일 18: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여러분 현대중공업그룹을 믿어주십시오"

현대중공업지주 권오갑 부회장이 8일 오후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 계약 체결 직후 취재진을 향해 이 같이 읍소했다. 권 부회장의 호소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성사시키고 말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듯 했다. 이날 권 부회장이 취재진에게 보였던 모습은 이를 방증한다. 권 부회장은 이날 취재진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인사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과 김대현 부행장의 인사는 평소와 같았다. 대우조선해양을 넘기는 KDB산업은행과 달리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와 국외의 기업결합심사 등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조와 협력업체 그리고 거제 지역민의 반대 여론을 누그러뜨려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알려진 지 38일이 지났지만, 독과점과 고용안정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거세다. 권 부회장이 이날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서 계약서 서명을 마친 이후에도 절박한 모습을 보인 이유다. 권 부회장은 "20년 전 현대중공업이 삼호중공업을 위탁 경영한 이후 (회사는) 그룹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로 성장했다"며 "인수 절차가 끝나면 대우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그룹의 한 가족으로서 모든 면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대우조선해양 본계약 체결식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본계약 체결 후 악수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이날 체결식에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언급했다. 현대중공업이 1970년대 현대건설의 조선사업부에서 출발했던 순간을 언급하기도 했다. 권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의 일화를 언급했다. 정 명예회장은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한장과 미포 바닷가 사진 한장을 들고 선주를 만나러 다녔다. 사진에는 초가집 몇 채와 백사장이 전부였는데, 현재 1390만평 규모의 현대미포조선소가 세워졌다. 권 부회장은 현대중공업 성장의 42년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이다. 1978년 사원으로 입사해 2016년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명예회장 아래서 일했고, 정몽준 그룹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아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저는 현대중공업에서 42년 동안 (있었다)...사원 대리 때 울산 드나들던 기억 생각난다. 마침 금년 3월22일 고 정주영 명예회장 18주기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착찹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제 마음 가다듬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업 수주 불황에 따라 2016년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시행했는데, 권 부회장이 이를 진두지휘했다. 현대중공업의 지주사 전환, 순환출자 고리(현대중공업 → 현대삼호중공업 → 현대미포조선 → 현대중공업) 해소도 권 부회장 업적이다. 권 부회장은 향후 정기선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주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완료해야 하는 과제까지 더해졌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권 부회장과 만나 이번 빅딜의 밑그림을 그렸다고 말했다. 사실상 이번 빅딜을 권 부회장과 이 회장이 주도한 것이다. 권 부회장의 어깨에 짊어진 짐이 무거운 만큼 본 계약 체결식에서 절박함을 엿보인 것이다. 권 부회장은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이 산업은행과 공동발표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가 사장의 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공동발표문에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칠 경우 기존의 자율경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에도 △대우조선해양 근로자 고용안정 △협력업체·부품사 기존 거래선 유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협의체 구성 등이 양사의 공동발표문에 담겼다. 양사가 본계약 체결과 함께 공동발표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인수 절차가 시작됐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와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의 기업결합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물적분할, 조선부문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가칭)'을 설립한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지주사는 현대중공업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조선 부문 R&D와 엔지니어링 전문회사 역할을 맡고, 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사업부문)·현대삼호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을 지배하게 된다. 사업형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의 지분 28%, 산업은행이 7%를 갖게 된다. 그럼에도 지주사 전환이 완료된 지 1년 만에 조선부문의 지배구조를 바꾸게 됐다. 현대중공업 설립 41년 만에 '현대'자를 떼고,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이름을 달게 됐다. 사명 변경은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따라 양사의 정체성을 고루 반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은 "50년 전보다 조선산업의 기술, 인력, 자본 등 모든 것이 달라졌고, 조선업을 발전시켜야 할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며 "누구도 나서지 않았던 대우조선해양을 발전시켜야겠다는 책임감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이날 정성립 전 사장의 후임으로 이성근 부사장(조선소장)을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했다. 이 부사장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완료까지 불거질 수 있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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