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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대출 확 늘린 카드사…부업의 본업화 [카드론 분석] ① 황금알 낳는 카드론 경쟁 과열… 부실 뇌관 우려도

조세훈 기자공개 2019-07-09 10:26:11

[편집자주]

카드사가 대출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이 저하되자 부업인 대출 사업에 적극 뛰어든 결과다.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대출 규모가 33조원에 달하지만 금리와 신용등급별 대출 비중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 더벨은 카드사의 카드론 대출 현황과 마케팅 비용 지출 내역을 통해 회사별 카드론의 속살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04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드사의 주업이 바뀌고 있다. 지난 12년간 12차례의 카드 수수료 인하가 적용되자 본업인 가맹점 사업(결제 사업)의 수익성은 급감했다. 본업에서 돈을 벌 수 없게 되자 카드사들은 일제히 부수 업무인 대출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단기 대출 사업은 연체율 등 리스크 관리만 잘 하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 때문이다. 연 2%대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 조달을 한 후 15% 수준의 금리로 대출을 실행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대출업이 주수익원으로 떠오르자 대출 경쟁도 격화되고 있다. 당장 대출 사업을 겨냥한 카드 상품이 대거 출시됐다. 예컨대 아파트 관리비, 제약, 통신비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아파트 관리비 지원이 탑재된 상품은 수수료 면제와 관리비 결제 시 할인, 캐시백 혜택을 주고 있어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카드 상품은 본업에서 적자를 보지만, 고객이 카드론 등 대출 상품을 이용하면 흑자로 전환된다. 때문에 고객 유치를 위한 카드사의 '출혈 경쟁'은 우회적으로 대출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자 카드사들은 출혈경쟁이라는 비판에도 신규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금리할인 프로모션을 경쟁적으로 하고 있다. 다만 카드론 사용자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향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 카드론 시장 연 평균 10% 성장…올해 경쟁 격화 조짐

카드사의 대출 시장은 현금서비스(단기대출)와 카드론(장기대출)으로 구분된다. 모든 카드사는 현금서비스보다 카드론 확대에 집중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카드사의 현금서비스 자산은 2019년 3월 말 5조8600억원으로 2015년 3월 말(5조7000억원) 대비 2.7%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카드론 자산은 같은 기간 42% 증가한 27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 자산 추이

카드론 쏠림 현상은 대출 영업이 더 수월하면서도 연체율 관리와 낮은 조달금리의 이점이 맞물린 결과다. 7개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평균금리는 14%로 현금서비스의 평균금리(19~20%)보다 낮다. 대출 기간도 카드론은 최대 36개월이라서 소비자의 대출 수요가 현금서비스보다 높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단기대출인 현금서비스와 달리 최장 36개월의 만기를 가진 카드론은 상환시기가 길어 연체율 관리가 용이하다. 자금조달 측면에서도 장기 채권을 발행해 더 저렴하게 조달·운용할 수 있다. 카드사들이 카드론 확대에 집중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 큰 폭의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적용되자 카드사들은 다시 '카드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기존 금리 대비 20∼30%의 수준의 카드론 금리 할인을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21일 전재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7개 카드사의 대출분야 금리할인 추정금액은 2350억원이다. 연 기준으로 환산하면 7055억원으로 2017년 6377억원, 2018년 5630억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마케팅비용 증가로 몇몇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은 4개월 만에 10% 넘게 증가했다. 이에 출혈 경쟁 격화와 신용등급별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는 등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7등급 이용자 최고 금리 적용…연체율 상승은 '부담'

카드론의 주 이용고객은 중신용자다. 지난 4월 말 7개 카드사의 신용등급별 카드론 대출 현황은 고신용(1등급~3등급) 이용자 4.6%, 중신용(4등급~6등급) 이용자 76.8%, 저신용(7등급~10등급) 이용자 18.3%이다.

중신용자 대출 비중은 앞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2년 전부터 7%의 가계대출 총량규제가 적용되고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카드론에서도 저신용자의 대출절벽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카드론을 이용하는 저신용 이용자 비중은 2017년 말 21.8%에서 지난해 말 20%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18.3%까지 낮아졌다. 반면 중신용자 내에서도 4~5등급 이용자의 비중은 같은 기간 3.5% 증가한 49.3%에 달한다.

등급별 금리 및 비중
<자료 =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카드론 상품은 저축은행 대출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아 '고금리 약탈적 금융'이란 비판을 받았다. 지난 2017년부터 올해 4월까지 카드론 평균금리는 14.5~14.7%를 오르내리고 있다. 조달 시장의 환경과 대내외 금리 정책과 상관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 게 특징이다. 또 7개 카드사의 신용등급별 금리는 피라미드 구조를 취하고 있다. 7등급 이용자가 평균 16.3%를 적용받아 가장 높으며 8등급(15.7%)과 6등급(15.5%) 이용자가 그 다음 순이다.

눈여겨볼 점은 5등급과 9등급 이용자의 금리차가 0.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을 받은 이후 신용등급이 저하한 고객들이 늘어난 착시효과일 것"이라며 "대출 당시 카드론의 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론 증가는 단기적으로 수익 증대에 도움이 되지만 향후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1분기 카드론·현금서비스 연체율(2.61%)로 지난해 말 대비 0.17%포인트 증가했다. 카드대출 연체율로 보면 2013년 2.71%를 기록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최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카드대출 등 2금융권 의존도가 높은 자영업자, 저소득층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들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에 따른 수익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공격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고 있어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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