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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화'된 신한·하나, 증권 DNA 되찾기 '고군분투' [금융지주 비은행 경쟁력 분석 / 금융투자]②초대형IB 목전…M&A보다 유증 통해 자체성장

원충희 기자공개 2019-07-22 10:50:17

[편집자주]

비은행을 둘러싼 금융권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은행 쏠림 구조를 벗어나 증권, 보험, 카드 등 다양한 계열사를 키우며 그룹 시너지 창출에 사활을 걸었다. 은행만으로 치열해진 시장 경쟁을 감당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량 비은행을 선점한 자가 패권을 잡는다. 왕좌를 둘러싼 금융지주사들의 비은행 성장전략과 장단점, 히스토리를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19년 07월 18일 10:3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계열 증권사의 한계이자 최대 약점은 '증권의 은행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이 은행계 증권사들을 거론할 때 항상 지적하는 부분이다. 은행의 보수적인 문화에 길들여져 증권사 특유의 야성이 무뎌진 은행계 증권사들은 거친 자본시장에서 큰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KB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는 대형증권사 M&A를 통해 이를 극복했지만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는 증권업계에서 보수와 안전영업의 상징으로 인식돼 왔다. 위험부담(Risk taking)보다 현상유지 영업에 주력했고 이는 크게 손실을 내지도, 대박을 치지도 못하는 애매한 실적으로 이어졌다. 지주사의 자본수혈 덕분에 '초대형 투자은행(IB)'을 목전에 둔 수준까지 성장했으나 내실이 이를 받쳐 줄지는 아직 의문부호다.

◇'김병철' 체제 신금투, 증자 앞두고 체질개선 돌입

신한금투는 지난 2002년 굿모닝증권과 인수합병 이후 M&A 없이 성장해온 증권사다. 올 1분기 말 개별기준 자기자본 3조4092억원으로 증권업계에서 규모로는 6위 수준이다. 신한금융그룹 내에서도 은행, 카드 다음가는 계열사지만 덩치에 비해 자본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신금투 증자연혁

더벨 리그테이블을 보면 주식자본시장(ECM)에선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기세에 밀리는데다 부채자본시장(DCM)에선 5~7위 수준이다. 은행계 증권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이 ECM, DCM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데 비하면 소위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다.

신한금융은 명실상부 1위 금융그룹으로 은행, 카드는 해당업권에서 1~2위를, 보험은 4~5위(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권에 있다. 주요 비은행 부문에서 KB금융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고 있으나 금융투자 부문에서만은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신한금투의 분기당 평균순익은 620억~640억원으로 KB증권(800억~900억원)보다 아래다. KB증권이 덩치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신한금투는 규모·이익에서 모두 밀린다.

은행 마인드로 증권사를 경영하면서 IB 특유의 야성이 무뎌진 영향이 컸다. M&A 등 외부 DNA를 대거 유입할 기회가 적었던 만큼 은행 문화가 강하게 서려 있는 탓이다. 증권업은 리스크 테이킹이 필수인데 은행에만 오래 몸담은 CEO는 리스크를 본능적으로 피하려는 경향이 있다. 증권업이 다른 계열사에 비해 은행과 업의 성격이 더 이질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2012년 강대석 사장이 선임되기 전까지만 해도 신한금투 CEO는 신한은행 부행장들이 가는 자리였다"며 "도기원 전 굿모닝증권 사장과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을 제외하고는 외부출신도 거의 없던 탓에 강 사장 선임이 파격인사란 소리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투에 외부 증권사 출신 CEO가 온 것도 현 김병철 사장이 사실상 처음이다.

신한금융이 유상증자 일정을 미루면서까지 신한금투의 상세한 사업계획을 요구한 배경에는 이런 기류가 있다. 과거 두 차례 유증이 별 효과 없이 끝나자 이번만큼은 자본활용 방안을 확실히 들여다보겠다는 의지였다.

채권통이자 IB 전문가로 꼽히는 김병철 사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신한금투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외부인재들이 영입되고 커버리지본부, 구조화금융본부, 경영지원그룹 등 초대형IB가 영위하기 위한 조직들이 신설됐다. 아울러 신한금융이 큰 맘 먹고 660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키로 했다.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어서면 초대형 IB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 초대형 IB는 기업여신은 물론 발행어음(단기금융업) 인가신청도 가능해진다.

◇하나금투, IPO서 실력 발휘…추가유증 기대

하나금투도 신한금투와 여러모로 결이 비슷하다. 지난 2002년 증권사로 업종 전환한 대한투자신탁증권이 모태인 하나금투는 2007년 옛 하나증권 리테일영업부문 양수, 2008년 하나IB증권 흡수합병, 2016년 하나선물 흡수합병 등 M&A 히스토리가 내부 계열사 합병이 전부다.

특히 하나금융은 생명보험, 카드, 캐피탈, 자산운용 등 상당수 비은행 계열사를 초창기엔 조인트벤처로 운영한데 비해 하나금투는 100% 자회사로 뒀다. 당연히 외부 DNA가 대거 유입된 적이 없으며 자연스레 은행 문화가 강하게 배어있다.

그렇다보니 하나금투는 신한금투의 비교열위 대상으로 자주 거론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투에 대한 시각은 신한금투와 성향은 비슷한데 규모·이익은 한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다만 최근에는 하나금투가 약진하는 모습이 확연히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만 해도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개별기준 1조9921억원, 당기순이익은 1226억원으로 신한금투(3조2595억원, 2005억원)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은행계 증권사들을 줄 세울 경우 하나금투는 항상 신한금투의 뒤에 있었다.

신한,하나금투 분기평균

변화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하나금융이 작년 3월(7000억원), 12월(4975억원) 두 차례 걸쳐 총 1조1975억원을 증자해준 것이 계기였다.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으로 늘어나자 하나금투의 행보도 적극적인 행태를 띠기 시작했다.

특히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 천보와 웹케시, 마이크로디지탈의 증시 입성을 주관하면서 IB부문 실적이 부쩍 늘었다. 3월 말 연결기준 IB부문 순이익은 557억원으로 1분기 전체 당기순이익(623억원)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개별기준 순이익은 740억원으로 신한금투(644억원)를 넘어섰다.

올 1분기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2677억원으로 초대형 IB 최소요건(4조원)에서 7400억원 정도 모자란 상태다. 앞서 하나금융은 롯데카드 인수를 시도하던 중 M&A 가용자금이 '1조원'이란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인수실패 후 그 자금을 어디에 쓸 것이냐를 두고 시장의 궁금증이 커졌는데 자사주 매입에 사용된 3000억원을 제외할 경우 7000억원 가량의 여유자금이 남는다. 하나금투 추가증자 기대감이 고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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