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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CMO의 재발견]생산시설 '지을까 말까'…고민에 빠진 벤처들②임상 약 제조 못해 발 동동, 공장 지어도 가동 못해…생산 리스크 부상

서은내 기자공개 2019-08-29 07:38:47

[편집자주]

바이오 산업에서 '생산'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한국 바이오 벤처들은 '개발'에만 초점을 쏟아왔다. 신약개발은 약효와 안전성 확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그 약을 쓸 수 있게 제조가 가능해야 개발이 완성된다. 생산을 도맡아 하는 바이오 CMO의 중요도와 그 성과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더벨은 CMO를 둘러싼 바이오 업계의 주요 이슈와 해당 업체들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9년 08월 22일 10:4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약 초기 임상 개발에 뛰어든 소규모 벤처부터 3상 완료를 앞둔 중소 제약바이오 기업들까지 약의 안정적인 공급은 큰 고민거리다. 자체 CMC(제조공정&품질관리) 역량을 갖추지 못한 벤처 단계에서는 임상에 들어갈 수 있는 약을 빠르게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상업화를 목전에 두고 대량 생산이 필요한 경우라면 생산 사이트에 따른 리스크는 더 커진다.

전문가들은 자체 생산 시설을 고집하기보다 CMO 활용과 자체 생산 중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폴루스·코오롱생명과학…수천억 들여 바이오 의약품 공장 지었지만 가동 쉽지않아

국내 바이오텍들이 자체 생산공장을 짓기 위해 자본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나서는 모양새다. 임상에 쓸 약을 제조하기 위해서, 혹은 상업화 생산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최근 바이오텍 일부는 직접 생산 시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강스템바이오텍은 올해 하반기 아토피 치료제의 임상 3상 결과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년 품목 허가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부터 자체 GMP생산시설을 만들어왔으며 지난 5월 공장을 완공, 상업생산 준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공장 신축에는 약 16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헬릭스미스는 미국에서 통증성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 치료제의 임상 3상 종료를 앞두고 미국 GMP 생산 시설을 인수했다. 헬릭스미스는 이연제약과 공동개발 협약을 맺고 생산부문을 이연제약 충주 바이오공장에서 하기 위해 준비해왔으나 양사간 입장이 엇박자를 내며 자체 생산시설을 마련해 위기를 넘겼다.

셀리드는 자궁경부암 항암면역치료백신의 2021년 국내 신약 허가를 대비해 성남에 자체 생산 시설 구축에 들어갔다. 건물 일부 매입에만 30억원을 사용했으며 설비 구축, 인력 채용 등에 추가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의약품 공장을 짓고 운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어놓기만 하면 어떤 제품이든 생산 가능한 일반 공산품 시설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엄격한 GMP 기준에 맞춰 인증을 받기 위해 기계적인 완공 이후에도 수년씩 공정을 검증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개발한 신약이 품목 허가를 받았다고 해도 그 제품을 아무곳에서나 생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상업 생산을 위해선 예상되는 허가 시점이 되기 수년 전부터 설비 구축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공들여 짓고 나도 만약 허가에 실패하면 공장은 무용지물이 된다. 허가를 받고도 시판 후 시장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고정비에 따른 손실을 떠앉아야 한다.

바이오의약품의 상당수가 제조 자체에 노하우가 담겨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특히 바이오벤처의 경우 확실한 생산 제품 없이 공장을 구축하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는 게 생산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바이오 생산 시설은 한번 생산을 시작한 후 사이트를 변경하는 것에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인보사 수요 증가에 대비해 2017년부터 공장 증설작업에 돌입했으며 1공장 옆 건물에 기존 설비 생산량의 열배 수준인 연간 10만 도즈 케파의 신규 공장을 지었다. 인보사 생산을 위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지만 품목 허가 취소 결정이 나면서 셧다운 된 상태다.

폴루스는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서면서 약 3000억원 규모의 화성 공장 건설에 나섰다. 3분의 2정도 자금을 투입하고 상업화 가동에 필요한 마무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추가 자금을 집행할 재무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난항을 겪고 있다. 기계적으로는 완공이 됐지만 공장 가동은 요원해진 상태다.

◇ 길리어드·머크·로슈…CMO 찾는 글로벌 빅파마들, 벤처 CDMO 활용성 커져

글로벌 빅파마들 중에서 정책적으로 자체 생산에 올인하는 곳들도 있지만 전략적으로 생산시설을 최소화하는 곳들이 많다. 미국에서는 10년 전부터 빅파마들을 중심으로 제조개발과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길리어드 머크, 존슨앤존슨, 로슈, 셀진, BMS등이 상업화 생산의 경우 CMO를 활용하는 추세다.

한 바이오 생산업계 전문가는 "베링거인겔하임도 과거 특정 제품 공장을 지었다가 막상 제품 허가 후 예상만큼 판매가 되지 않아 공장 문을 닫기도 했다"며 "이같은 손실을 경험해본 제약사들은 생산 리스크를 잘 알기에 R&D용 생산설비 외에는 CMO 활용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상업생산 뿐이 아니다. 임상에 필요한 물질을 제조해 줄 CMO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펩타이드 의약품 개발업체 펩트론은 생산 이슈에 발목이 잡힌 탓에 주요 임상 파이프라인 개발 일정이 4년째 지연되기도 했다. 펩트론은 삼양제넥스(현 삼양바이오팜)와 CMO 계약을 맺고 임상 샘플을 삼양제넥스 시설에서 생산해왔다. 하지만 GMP법이 바뀌어 해당 시설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모든 임상 계획이 틀어졌다. 2년여에 걸쳐 자체 공장을 건축하며 시간을 지체하면서 임상 개발 일정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한 바이오신약 플랜트 관계자는 "사람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 물질을 투여하려면 GMP 시스템을 갖추고, 문서화된 엄격한 공정 시험 기준 아래 물질이 생산돼야 한다"면서 "이런 생산 시설을 갖추려면 시간이나 인력, 돈이 많이 들어가는 만큼 벤처들의 입장에서는 임상 약을 직접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고, CMC개발을 맡아줄 CMO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폴루스
폴루스의 화성 바이오시밀러 공장. 지난해 9월 공장 준공식을 했으나 가동에 필요한 추가 자금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신공장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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