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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엘리엇의 AT&T 공격 준비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공개 2019-10-14 10:00:00

이 기사는 2019년 10월 14일 10:0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과 현대차를 공격했던 엘리엇이 지난 9월 9일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의 통신회사 AT&T 주식 32억달러 어치를 매입했다. 작년 매출 약 1700억 달러(삼성전자 2430억 달러)였던 AT&T의 주가는 엘리엇의 매집 소식으로 급등해서 현재 40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엘리엇은 같은 날 AT&T 이사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회사가 자산의 매각과 비용 절감으로 주가를 50% 이상 부양할 수 있을 것이며 2021년 말까지 60달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서신은 CNBC 등에서 전문을 볼 수 있다.

엘리엇은 AT&T의 최근 M&A 전략이 회사의 주가에 부담이 되어 왔으며 경영전략 상의 집중력도 상실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특히 엘리엇은 작년에 있었던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AT&T는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데 850억 달러를 썼지만 그 필요성은 불분명하다고 한다. 특히 인수 후 회사의 부채가 12% 증가한 1800억 달러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에서는 AT&T가 무선통신사업, 위성TV, 미디어사업 등 세 가지를 같이 하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는데 엘리엇도 그에 동감하고 있다. AT&T가 2015년에 인수한 미국 최대의 위성방송사 다이렉트TV 매각도 거론된다. 인수 당시 다이렉트TV 구독자는 2천2백만이었다.

또, AT&T의 타임워너 인수에는 시너지가 불분명하며 분리하는 것이 경영상의 효율로 주가의 잠재력을 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사실 AT&T의 타임워너 인수는 뉴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에 대응하는 방어적 성격의 딜이었다.
김화진

엘리엇의 AT&T에 대한 행동주의 전개는 향후 사상 최대의 행동주의 사례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AT&T는 법무부와의 소송까지 거치면서 힘들게 인수한 타임워너를 다시 처분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타임워너의 자산인 CNN을 미워해서 AT&T의 타임워너 인수를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엇의 움직임을 매우 반기고 있다.

엘리엇이 통신회사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엘리엇은 작년 5월에 세계 15위(SK텔레콤이 20위다) 통신회사인 텔레콤이탈리아에 8.8% 주주로서 행동주의를 펼쳐 15인 이사회에 자기 측 이사 10인을 진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CEO는 기존 대주주 프랑스 비방디 측 사람에서 엘리엇 측 루이기 구비토시로 교체되었다. 지분도 올해 1월에 9.4%로 상향 조정해서 신임 CEO에 힘을 실어주었다. 현재는 8.81%다. 비방디는 23.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엘리엇의 텔레콤이탈리아 공격에는 지난 약 20년 동안 진행되어 온 이탈리아의 소수주주권 신장 제도개혁이 큰 도움이 되었다.

엘리엇의 텔레콤이탈리아 공격 배경도 물론 저평가였다. 특히, 엘리엇은 역설적으로 텔레콤이탈리아가 유선통신사업을 분리해서 처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의 유선통신사업은 약 150억 유로 규모로 평가된다. 그 돈으로 비정상적으로 높은 회사의 부채비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방디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으며 엘리엇을 단기투자자로 본다. 그러나 비방디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재탈환을 시도하려다 주주들의 지지 부족으로 중도에 계획을 접었다. 이 사례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엘리엇은 2007년부터 회사를 지휘해 온 AT&T의 CEO 랜달 스티븐슨의 교체 가능성도 시사하고 있다. 원래 AT&T는 경영권 승계 계획으로 COO 존 스탠키를 점찍어 두고 있었다. 스탠키는 AT&T의 다이렉트TV와 타임워너 인수를 기획하고 마무리해서 회사를 획기적으로 변모시킨 실적을 인정받는다. 그러나 엘리엇은 다이렉트TV의 구독자 수 감소로 회사의 가치가 인수가치보다 낮아진 점 때문에 스탠키의 승계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AT&T와 텔레콤이탈리아 사례뿐 아니라 국내외에서 발생한 여러 행동주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엘리엇 같은 행동주의 펀드는 작은 지분으로 회사 지배구조와 사업재편에 큰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은 일단은 소수주주권을 신장시킨 제도의 덕분이다. 그 다음으로는 ‘침묵하는' 다수 주주의 동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은 단기적일망정(여기에는 이론이 있다) 주주가치 제고를 표방하는 행동주의 펀드에 조용히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행동주의의 표적이 된 회사가 장기적 관점을 내세우며 주주들의 지지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은 경영의 효율성으로 주가를 높게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다음으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제시하는 방안을 잘 검토해서 현재 경영전략과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행동주의 펀드도 엄연히 회사의 주주이며 다수 주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수시로 대화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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