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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를 움직이는 사람들]박정호의 자신감 원천, 텔레콤·하이닉스 성공신화⑤30년 근속 정통 SK맨, 비서실출신…M&A전문가, 글로벌 네트워크 중심

최은진 기자공개 2019-10-30 09:26:08

[편집자주]

재계 서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SK그룹은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선두권 경쟁 대그룹을 압도하는 성장을 이루고 있다. 섬유사업에서 시작해 석유화학·텔레콤·반도체 등 전혀 다른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다. 상위권 대그룹 가운데 가장 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 등 독특한 의사결정기구를 마련하며 효율적이고도 투명한 경영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벨은 SK그룹을 움직이고 있는 조직과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19년 10월 24일 07:13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신감 넘치는 화통한 스타일, 나이스한 매너, 언제나 여유로운 스마일맨'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을 잘 아는 이들의 공통된 평가는 '자신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상황을 잘 대처하는 임기응변 역량과 특유의 자신감과 당당함으로 주변을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인물로 알려졌다. 해외 유수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썩 유창하지 않은 영어실력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도 박 사장 특유의 자신감 넘치는 성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SK그룹에서 박 사장만큼 많은 수식어가 붙는 CEO도 없다. 인수합병(M&A)·국제금융·ICT·전략 전문가 등 그가 역량을 발휘하고 성과를 입증한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선경으로 입사해 텔레콤·C&C·SK㈜ 등 에너지를 제외한 그룹 내 주요요직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그는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함께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 받으며 오너일가와의 돈독한 관계까지 맺고 있다. 최 회장 비서실 출신으로 한 때 복심으로까지 불릴만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한 인물로도 전해진다.

◇글로벌성장위원장 겸직…최태원 회장의 글로벌네트워크 확장 파트너

박정호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의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계열사 대표이사와 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을 동시에 맡고 있는 3인 가운데 한사람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ICT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지만 올 초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과 보직을 맞바꿨다. 사실 두 사람이 모회사-자회사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ICT 및 글로벌성장위원회는 보직 변경에도 불구하고 두 위원장의 파트너십 하에 계속 운영된다고도 볼 수 있다.

글로벌성장위원회는 SK그룹의 글로벌시장 진출 전략을 구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이 내수 중심인터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SK그룹의 입지는 경쟁 대그룹인 삼성·현대차와 비교해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이에 글로벌성장위원회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대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전략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계열사들이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거나 이에 대한 전략을 세우는 데 글로벌성장위원회가 발판을 마련해주는 방식이다.

이 조직은 한 때 최태원 회장이 직접 챙길 정도로 그룹이 사활을 걸고 키우고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곳이다. 여전히 최 회장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고 있는만큼 글로벌성장위원회는 최 회장과 긴밀히 소통하는 조직으로도 전해진다. 전임 글로벌성장위원회 위원장에 해외 대학 교수 및 유수의 글로벌 기업 엑슨모빌 출신인 구자영 전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이 자리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SK그룹이 박 사장에게 거는 기대감의 눈높이는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박 사장은 해외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SK그룹의 현지법인 지사장을 지냈던 바 있을 뿐 외국 생활을 그리 오래 한 인물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를 글로벌 전략을 세우는 요직에 앉힌 이유는 그만큼 그에 대한 그룹의 신뢰가 확고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사장은 1963년생 마산 출신으로, 마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을 졸업하고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대학을 졸업한 후 선경(SK그룹)에 입사해 30년간 몸담으면서 텔레콤과 SK㈜ 등에서 주로 근무했다. 2001년 최 회장 비서실에서 4년간 근무하며 오너일가와 돈독한 신뢰도 쌓은 바 있다.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 순수 국내파인 박 사장은 의외로 글로벌 인맥이 꽤 넓다고 알려졌다. MWC, CES 등 세계 최대규모의 IT 관련 행사를 빼놓지 않고 참여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인맥을 만들기 위한 자리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해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인도 바르티 에어텔의 바르티 회장,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 등 거물급 글로벌 리더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네트워크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특유의 자신감과 당당함, 그리고 유머러스한 매너 등으로 낯선 해외 인사들과도 격의없는 관계를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사장의 글로벌 인맥은 결국 최 회장의 인맥으로 확장되면서 그룹 전반적인 글로벌 경영의 선순환 구조를 안착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에게 글로벌성장위원회를 맡긴 이유도 최 회장과 함께 손발을 맞추며 네트워크 확장을 할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통신사업 일군 공신, 현 지배구조 구축에도 역할

박정호1
박 사장이 그룹의 핵심인재로 발탁된 계기는 뭘까. 사실 그는 오랫동안 오너일가의 가신으로 평가되는 인물이었다. 조대식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보다도 더 일찍 최 회장 측근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최 회장 비서실 팀장을 맡으면서 가장 가까이에서 소통한 경험이 신뢰를 쌓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고 전해진다. 비서실 근무를 끝낸 후 박 사장은 그룹 투자회사관리실 상무로 복귀했고, SK텔레콤의 신사업으로 평가되던 자회사 SK커뮤니케이션즈 사업개발부문장, SK텔레콤 사업개발실장 및 전무 등 주요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는 신입사원 때부터 소위 튀는 직원이었다고 전해진다. 신입사원 연수 당시 전임 총수인 고 최종현 명예회장에게 "그룹의 성장동력이 약하다는 점이 참 걱정거리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는 일화는 박 사장의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성격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그룹의 핵심인재로 자주 등용되는 이른바 '고려대' 라인이라는 탄탄한 인맥과 자신감 넘치는 성향이 더해져 눈에 띄는 인재로 성장했다는 후문이다. 입사 6년차 30대 초반 나이에 SK텔레콤의 전신인 대한텔레콤으로 이동해 통신사업을 처음으로 세팅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국이동통신, 신세기이동통신 등의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말단직원으로 실무역할을 담당하면서 한창 경영수업을 하던 최 회장 눈에 들었다고 전해진다. 이 계기로 박 사장은 비서실 팀장으로 발탁됐다.

박 사장이 가장 큰 역량을 발휘하는 분야는 M&A이다. 사원시절부터 신사업이나 M&A 등의 분야에서 근무한 덕에 그에게 M&A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분야다. 그는 M&A 시장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우리업계'라는 말을 활용할 정도다. 그의 손을 거친 M&A 성공신화는 한두건이 아니다. 오늘날의 SK텔레콤을 만든 한국이동통신 및 신세기통신 인수는 물론 모두가 반대하던 SK하이닉스를 인수해 성공시킨 장본인으로도 평가된다. 그는 SK하이닉스 인수전을 모두가 아니라고 했어도, 확고한 '제품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밀어붙일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밖에 SK㈜와 SKC&C를 합병시켜 현 지배구조 체제를 마련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고, ADT캡스와 티브로드 등 통신을 중심에 둔 M&A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는 박 사장 휘하에 조 의장이 갖춰놓고 있는 팀과 별개로 M&A조직을 구축하고 있을 정도로 그룹의 성장동력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사장은 굵직한 M&A을 지휘하는 것은 물론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가장 큰 과제는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개편이다. 이 작업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만큼 꽤 무게감 있게 추진되는 과업으로 꼽힌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SK텔레콤을 단순 통신업에서 플랫폼 등의 신규사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역할도 심도 있게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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