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11월 08일 07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기회에 고객자산에도 리스크관리 체계가 제대로 구축돼야 한다."얼마 전 만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에 의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떡여졌다. 의아했던 이유는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죄인이 된 두 은행 중 한 곳에 재직하는 인사의 말이기 때문이고 고개가 끄떡여진 이유는 그의 말에 공감해서다.
은행의 자산은 크게 고유자산과 고객자산으로 분류된다. 고유자산이 은행 자기 돈이라면 고객자산은 말 그대로 은행이 관리해주는 자산이다. 그동안 고유자산은 리스크관리 체계의 확고한 통제범위에 있었으나 고객자산은 섣불리 손대기 어려운 분야였다.
고객자산 영역은 은행이 판매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금융상품 사전·사후점검보다 세일즈 논리가 강한 곳이다. 특히 파생상품이나 펀드 판매는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에 막혀 리스크부서가 강하게 개입하기 어렵다고 한다. 자칫 잘못하면 오지랖이 되고 심지어 월권행위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는 사각지대를 만들었고 결국 DLF 사태를 촉발한 근본적 원인이다. 지금은 우리·하나은행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나 다른 은행들도 남의 일이 아니라며 안도보다는 한숨을 내쉰다. 언제, 어디서 판매된 상품에 부실이 터질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다.
비록 소를 잃은 후라도 외양간 고치려는 은행들의 자기반성은 나름 긍정적인 변화다. 신한금융은 '그룹 고객 투자자산 모니터링 협의회'와 '그룹 고객 투자자산 모니터링 위원회'를 신설해 그룹 차원의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체계를 만드는 중이다. 우리은행도 고객 판매된 금융상품의 리스크 모니터 인력을 충원하며 조직보강을 시도하고 있다. 금융당국 또한 은행권의 고객자산 관리체계를 개선하려는 구상에 들어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금융권의 리스크관리 기법은 항상 큰 사고를 계기로 발전해 왔다. 빅배스 이후 농협은행의 리스크관리 체계·문화가 획기적으로 진보했고 정보유출 사태를 맞은 뒤 카드사들은 철저한 개인정보보호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DLF 사태는 은행권 고객자산 리스크관리 체계의 선진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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