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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M&A]'우협' 결실 맺은 정몽규·박현주…어떤 인연?오너회동으로 컨소 확정…"반드시 인수해라" 특명에 과감한 베팅

최은진 기자공개 2019-11-12 08:59:25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2일 08: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새주인으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낙점됐다. 예비입찰 하루 전에 모습을 드러낸 이 컨소시엄은 등장과 함께 시장의 관심을 단숨에 빨아들였다. 안정적인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보유한 현대산업개발, M&A판의 큰 손으로 불리는 미래에셋대우가 의기투합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초반 기세를 잡는데 충분했다. 경쟁후보군과 압도적인 가격차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만나 어떤 협상을 이어가며 우선협상대상자로까지 선정됐을까.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개시된 올해 4월, 미래에셋대우가 먼저 움직였다. 항공산업이 포화상태라는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년 늘어나는 관광수요와 주요 경쟁자의 고전 등을 감안할 때 충분히 해볼만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판단의 배경에는 박현주 회장이 있었다. 박현주 회장은 임원진들에게 항공업이 갖는 의미와 관광산업의 가능성 등을 피력하며 '아시아나항공 딜을 주목하라'고 직접 지시를 내렸다고 전해진다. 미래에셋대우는 이미 관광 및 레저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골프장·호텔·리조트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항공업'은 더할나위 없이 좋은 투자처로 꼽혔다.

미래에셋대우는 아시아나항공의 지역기반인 호남과 연줄을 맺고 있는 호반·하림그룹 등은 물론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던 SK·GS·한화 등 대그룹들을 상대로 마케팅에 나섰다. 미래에셋대우는 재무적투자자(FI)로만 참여할 수 밖에 없는만큼 전략적투자자(SI)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러나 주요 대그룹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미루면서 사실상 유의미한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연이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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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산업개발은 신성장 사업을 도모하고 있었고, 이미 영위하고 있는 면세점 및 호텔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매물들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특히 정몽규 회장은 건설업에 치우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시키려는 의지가 확고했다. 일찌감치 아시아나항공 딜을 주시하며 임원진들에게 적극적인 검토를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가용할 수 있는 재원을 모두 활용하라'고 강드라이브 걸었다는 얘기도 회자된다. 오크밸리 인수전 때에도 과감한 베팅을 주문했는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는 더욱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고 전해진다.

다만 유력 인수후보자로 SK·GS그룹 등 대그룹들이 거론된다는 점에 부담을 느꼈다. 아시아나항공과 같은 대형 딜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였다. 아시아나항공의 우발채무 등도 우려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가 파트너사로 나서겠다는 제의를 하면서 태세가 급전환 됐다.

미래에셋대우 입장에서 현대산업개발은 정몽규 회장의 재계 입지와 네트워크, 해외경험과 관록 등을 감안할 때 항공업 경영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정몽규 회장은 재계 고려대 라인과 친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한축구협회장 및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정계에서도 상당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국적항공사의 다양한 규제 등을 헤쳐가는 것은 물론 항공사 경영자로서 재계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인물로도 적임자라고 봤다.

정몽규
정몽규 HDC그룹 회장(좌),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우)

양사는 올 초 진행됐던 오크밸리 인수에서 파트너사로 활약하며 이미 거래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 이전에는 지난 2017년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매각한 부동산114의 매수자로 협상 테이블에서 마주보고 앉기도 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 블루마운틴의 약 1300억원 규모의 공사도 현대산업개발이 맡아 진행하기도 했다. 잇단 거래의 뒤에는 정몽규 회장과 박현주 회장의 친분이 있었다. 두 인물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로 오래전부터 친분을 갖고 왕래하던 사이였다. 박현주 회장이 78학번, 정몽규 회장은 80학번이다.

미래에셋대우의 제의에 현대산업개발이 화답하면서 컨소시엄 구성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미래에셋대우에서는 인수금융 및 M&A 총괄인 최훈 대표가, 현대산업개발에서는 경영지원본부장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경구 본부장이 중심이 됐다. 오크밸리 등 이미 함께 딜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쌓은 친분을 통해 어렵지 않게 협상이 진전됐다. 다만 예비입찰을 앞두고 아시아나항공을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오면서 현대산업개발 내에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 때 박현주 회장과 정몽규 회장이 직접 만나 컨소시엄 구성을 최종 확정 지었다. 예비입찰을 수일 앞둔 저녁 무렵이었다고 전해진다.

양사의 협업은 단순히 오너의 친분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현대산업개발 내부적으로 꽤 심도있게 아시아나항공 딜을 검토했던 상황에서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아도 될지를 놓고 장고했다고 전해진다. 자금력 측면에서는 이미 조단위 현금을 확보해 놓고 있을 뿐 아니라 우량한 신용도로 추가 자금조달 역시 어려울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래에셋대우와 손을 잡기로 결정한 데에는 박현주 회장이 갖고 있는 호남인맥과 대형 딜을 경험한 노하우 등을 높이 샀기 때문이었다. 또 M&A판에서 박현주 회장이 갖는 영향력을 감안할 때 유력 인수후보로 단숨에 급부상 할 수 있다는 계산도 배경이 됐다.

예비입찰 마감 하루 전 미래에셋대우 고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다양한 이슈로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인데, FI로서는 SI의 최종 결정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컨소시엄 구성은 SI인 현대산업개발이 미래에셋대우와의 협업을 최종결정하면서 비로소 성사됐다고 볼 수 있다.

예비입찰 참여를 기점으로 컨소시엄은 현대산업개발 본사 내 회의실을 공동 사무실로 활용하며 본입찰까지 약 한달간을 동거동락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회계 및 법률 이슈 검토에 투입된 인력만 총 90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 실사 정보를 토대로 딜 구조와 향후 경영전략, 시너지 창출 방안 등을 논의하며 가격 산정 작업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정상화 방안 및 가격 등에 대해 이견을 보였다고도 알려졌지만, 무난하게 본입찰 참여까지 이어졌다. 박현주 회장이 과감한 베팅을 제의했고 인수 의지가 확고했던 정몽규 회장이 이를 수락하면서, 경쟁후보군과 약 5000억원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압도적인 가격으로 승기를 취했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고위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딜의 성공은 정몽규 회장과 박현주 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든든한 뒷배가 됐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적 항공사를 인수하면서 '그룹'으로서 도약하겠다는 정몽규 회장의 의지와 투자 매력도를 높이 사고 과감한 베팅을 한 박현주 회장이 의기투합하며 이룬 쾌거라는 얘기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고위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과 박현주 회장이 직접 '무조건 인수해라'는 특명을 내릴 정도로 이번 인수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가격 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이번 성공을 만든 배경이 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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