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대책 후폭풍]최소 가입금액 '3억', 헤지펀드 '불똥'높아진 문턱, 신생사 마케팅 위축 전망…자본잠식 우려 부각
최필우 기자공개 2019-11-20 08:38:58
이 기사는 2019년 11월 18일 14시3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사후 대책으로 최소가입금액 상향 카드를 꺼내면서 헤지펀드 운용사에게 불똥이 튀게 됐다. 판매사가 리스크 관리 허들을 높인 데 이어 최소가입금액도 올라가면서 상품 출시 문턱이 더욱 높아졌다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최근 출범한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들의 입지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헤지펀드 운용사 생태계, 승자독식 구조되나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통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일반투자자 요건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최소투자금액이 기존 1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되는 게 개편안의 골자다. 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5억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최소가입금액 인하는 사모펀드 시장 성장 발판이었다.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최소가입금액이 기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낮아진 게 시발점이었다. 2015년말 97곳에 불과했던 사모펀드 설정 운용사는 지난 14일 기준 286곳으로 대폭 늘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 설정액은 238조7978억원에서 463조6091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중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를 통해 레버리지를 활용하는 헤지펀드는 30조원을 웃도는 규모가 됐다.

하지만 4년 만에 다시 최소가입금액 기준이 높아지면서 사모펀드 성장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다. 특히 이름을 알리지 못한 중소형 헤지펀드 운용사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 같이 인지도가 높은 운용사는 지난해 코스닥벤처펀드 최소금액을 10억원으로 책정했음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자금 모집을 조기 마감했다. 반면 트랙레코드가 미비한 곳들은 투자자 1인당 1억원 유치도 아직 쉽지 않다. 이에 실력을 입증한 운용사들이 계속 기회를 얻고 신생사는 자리잡지 못하는 승자독식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판매사의 리스크 관리 강화와 맞물려 신상품 론칭이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판매사들은 DLF 손실 사태,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 등이 불거진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리스크 관리 조직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여기에 최소가입금액도 인상되면 판매사가 감수해야하는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신생 운용사 상품을 꺼릴 가능성이 높다. 이같이 신상품이 판매사 문턱을 넘기 어려워지면서 신생 운용사가 설 자리가 좁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A 증권사 PB는 "영업 일선에서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할 때 최소가입금액 1억원과 3억원의 차이는 상당하다"며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운용사 상품이 아니면 가입 권유가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과 안전 자산 외 나머지 금액을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최소가입금액이 상향되면 검증된 운용사로 자금이 몰리는 성향이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소자본금 인하 '유명무실', 존폐기로 선 중소 운용사
일부에서는 이번 최소가입금액 인상 조치가 올초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 최소 자본금을 10억원으로 내린 것과 상충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에 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운용사들은 손익분기점을 맞출 때까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앞으로 투자자 1인당 3억원 유치가 가능할 정도의 트랙레코드를 쌓아야 해 자본잠식 기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자본금 10억원으로 이 시간을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자본잠식에 빠져 있는 운용사도 상당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자본잠식 상태인 운용사 수는 총 97곳이다. 이중 최소 자기자본 기준 10억원을 밑도는 운용사는 5곳이다. 자본총계가 10억원의 70%인 7억원을 웃돌면 전문사모집합투자업자 자격을 유지할 수 있으나 이에 미치지 못하는 운용사도 2곳 있다. 향후 펀드 자금모집 환경이 악화되면 위기에 직면하는 운용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B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미 자본잠식에 빠진 운용사 숫자도 상당한데 최소가입금액이 3억원으로 올라가면 펀드 레이징 난항으로 존폐기로에 서는 운용사도 생길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새로 출범하는 운용사들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위축되면서 단종 공모펀드 운용사 인가에 도전하는 곳이 늘어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6월 금융 당국이 발표한 '혁신성장 지원을 위한 금융투자업 인가체계 개편방안'에 따르면 단종 공모펀드 운용사가 되기 위해선 펀드수탁고(NAV)와 일임계약고(평가액)가 1500억원을 넘으면 된다. 현재 제이앤제이자산운용, 머스트자산운용 등이 공모 라이선스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C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사모펀드 시장에 미칠 영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지만 업계가 더 위축되면 몇몇 운용사들은 공모펀드 운용 라이선스로 눈길을 돌릴 것"이라며 "자본금이 풍부하고 딜에 기반한 투자를 해 온 운용사들은 신기사 전환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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