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 신약 FDA 승인]'유공 P프로젝트'로 시작된 신약 개발 역사미국 독자 영업으로 제약계 '새 길' 제시…美 바이오텍 전형 성장 궤도
서은내 기자공개 2019-11-25 08:18:36
이 기사는 2019년 11월 22일 13시4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바이오팜은 30년 가까운 신약개발 기간 동안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그 결과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3상까지 직접 수행하고 혁신신약 '세노바메이트(Cenobamate)'로 미국 FDA의 허가를 따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직접 판매에 도전한다. 미국의 바이오텍이 걷는 길을 SK가 도전하는 중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어깨를 견주겠다는 각오다.22일 제약바이오업계는 SK바이오팜의 FDA 허가 소식으로 들썩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이날 독자 개발한 엑스코프리™(XCOPRI®, 세노바메이트정)가 성인 대상 부분 발작 치료제로 미국 FDA의 시판 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 임직원들은 물론 초기 SK의 신약개발을 담당한 OB(올드멤버)들, 국내 신약개발 종사자들은 한 목소리로 SK바이오팜의 성과를 높게 평가했다.
SK바이오팜의 도전은 수십년간 크고 작은 부침을 견뎌온 신약개발의 역사를 담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은 내부 역량, 경제적 비용을 따진 전략적 판단 아래 임상 1, 2상 단계에서의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을 글로벌 진출의 방정식으로 여겨왔다. 이번 FDA 승인은 이같은 틀을 깨고 직접 임상까지 마쳐 상업화에 성공한 첫 사례다.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 역사는 1980년대 옛 유공 시절로 거슬러올라간다. 차세대 먹거리로서 SK가 의학, 바이오 사업성 검토를 시작하던 시기다. 신약개발이 본격화 된 것은 의약사업 진출방안이 'P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출발한 1993년부터다. SK는 간질치료제, 우울증치료제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 약물 개발에 집중했다. 초기 미국 뉴저지에 연구소를 두고 글로벌 시장과의 접점을 늘려갔다.
SK는 1999년 J&J에 솔리암페톨 기술을 라이선스아웃하며 상업화의 물꼬를 텄지만 해당 물질이 반환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반환된 물질은 다시 재즈파마슈티컬즈에 인수돼 새 적응증으로 개발됐다. 올해 기면증치료제로 미국 FDA에 시판 허가를 받은 SK바이오팜 첫 신약 '솔리암페톨'은 이렇게 탄생했다. 오랜기간 의사결정권자가 수차례 바뀌고 실무 개발진들도 이탈했지만 끝까지 신약개발의 맥을 이어갔다.
세노바메이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개발부터 임상, 허가까지 모든 절차를 SK바이오팜이 직접했다. 더 나아가 현지 판매까지도 담당할 계획이다.
SK는 개발 영역은 물론 전략 구조, 마케팅까지 '남들과 다른' 도전으로 눈길을 끌었다. 유공시절부터 SK의 신약개발에 참여해온 한 OB 인사는 "CNS 분야는 약효평가가 굉장히 어렵고 개발 리스크가 큰 탓에 초기 한국 신약개발자들 사이에선 잘 접근하지 않는 영역이었다"며 "개발 초기부터 늘상 주변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현재까지도 국내에서 중추신경계 분야의 약물 개발은 흔치 않다.

앞선 SK 초기 신약개발 참여 인사는 "우울증치료제의 약효를 평가해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제대로 방법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일라이릴리 등에서 약학전문가를 뽑아 미국 법인에 합류시키며 R&D 역량을 보강했고 이후 외부에서 이같은 미국 구심점을 부러워했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반 연구소장으로 합류한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SK의 신약개발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조정우 대표는 임상 3상까지 미국에서 직접 수행하고 판매 역시 자체적으로 수행하는 독자 노선을 제시했다. 현재 SK바이오팜 미국 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에는 약 140명의 직원이 소속돼 있다. 세노바메이트의 FDA 승인을 앞두고 마케팅 인력을 전체의 30% 정도로 늘린 상태다.
SK는 미국 현지에서 총 100명의 영업인력을 뽑을 계획이며 그에 맞춰 조직 셋팅을 끝냈다. 신약개발 OB이자 현재 SK 미국 법인 소속 한 관계자는 "세노바메이트가 타겟하는 질환은 중증질환으로 다른 만성질환처럼 많은 영업인력을 필요로하지 않는다"면서 "중간 판매망을 거치지 않고 직접 인력을 구축함으로써 아무도 안해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 "좋은 약물이라도 개발비용 탓에 임상 초기에 외부에 팔 수 밖에 없는 게 개발업체의 현실"이라며 "SK는 수십년 동안 최태원 회장의 오너십 아래 투자가 이어졌고 참을성 있게 신약개발 사업을 끌어왔다"고 말했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길리어드와 같은 미국 대표 바이오텍들이 자체 개발 신약을 직접 마케팅 조직을 구축해 팔기 시작 하면서 지금의 대규모의 성장을 이뤘고 아스트라제네카도 직접 개발 및 미국에서 직접 영업에 도전함으로써 폭발적인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SK가 의미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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