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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승부수]테라, 반격의 서막…2위 꼬리표 떼고 왕좌 탈환하나①2005년 정점 이후 13년간 쇠락…흔들리는 카스 과점 구도

박상희 기자공개 2019-12-17 08:09:12

[편집자주]

하이트진로는 소주와 맥주를 모두 생산하는 종합주류기업이다. 소주시장 1위, 맥주시장 2위 자리를 점해왔다.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가 변방으로 밀려나기 시작한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 '구름처럼(클라우드+처음처럼)' 등에 밀리며 만년 2위로 고착화되는 듯 했다. 올해 출시한 '테라'가 흥행 대박을 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때마침 레트로 열풍에 올라탄 '진로이즈백'으로 쌍끌이 흥행을 견인했다. 하이트진로는 13년 간 지속돼온 '카스 천하' 시대를 끝내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3일 07: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말을 앞두고 송년회 자리서 술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자주 들린다. 정작 주류업계는 울상이다. 올 한해 대내외적으로 경영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았고 불확실성도 컸다. 경영성과가 썩 괜찮았다는 평가를 내놓을만한 기업은 많지 않을듯하다. 하이트진로만큼은 다르다. 수년 만에 출시한 신작 '테라(Terra)'가 대박을 쳤고, '진로이즈백'이 깜짝 흥행으로 힘을 보태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특히 테라 흥행의 의미는 크다. 하이트진로는 맥주 시장에서 2005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를 이어오다 2011년 오비맥주에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만년 2위' 신세다. 올해 테라 흥행가도가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맥주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경쟁사의 시장 수성 전략으로 테라가 '반짝 인기'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이트진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축배의 잔을 들수 있을까.

◇테라 '반짝 인기 아니다'…흥행 장기화 조짐에 주가 상승세 지속

하이트진로는 올 3월 테라를 출시했다. 무려 6년 만의 맥주 신제품이었다. '청정 라거'를 표방한 테라는 출시 100일 만에 1억병 넘게 팔리며 대박 흥행 조짐을 보였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테라는 출시 101일째인 6월 29일 누적판매량이 330ml 기준 334만 상자·1억139만병을 기록했다.

테라 대박 조짐에 수년째 잠자던 하이트진로 주가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들어 주가가 70% 이상 급등하는 등 줄곧 우상향 추세를 보였다. 하이트진로 주가는 지난달 20일 3만700원(종가 기준)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2조 584억원을 기록했다. 시총 2조원대 진입은 2016년 4월 이후 3년 6개월 만이었다. 테라 출시 당시(3월 21일) 1만8000원대 초반에 불과했던 주가가 약 7개월 여 만에 70% 가까이(69.14%) 뛴 셈이다.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에 대한 투자심리가 달아오르며 주류 대장주였던 롯데칠성음료도 밀어냈다. 최근 주가 추이를 살펴보면 하이트진로가 시가총액에서 롯데칠성음료를 1조원 가까이 따돌리며 주류업계 대장주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시장 주가는 기대감을 선반영한다. 과거 판매량과 매출보다는 앞으로의 실적과 숫자가 더욱 중요하다. 하이트진로 주가가 계속해서 상승 흐름을 유지한다는 것은 하이트진로가 맥주(테라)와 소주(진로이즈백) 신제품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더욱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테라 인기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다. 1억병 돌파 이후 인기가 주춤하지 않고 오히려 판매 속도가 빨라졌다는 게 그 이유다. 테라는 1억병 돌파 이후 두 달도 채 되지 않은 59일 만에 1억병을 판매하는 등 판매 속도가 약 2배 빨라졌다.

맥주 주요 브랜드별 판매량 2억병 돌파 시점을 비교해 보면 테라는 출시 160일 만에 2억병을 달성했다. 역대 최단기간 달성이다. 카스는 2억병 돌파에 173일, 하이트는 312일이 소요됐다. 기타 브랜드는 1억병 돌파 이후 2억병 돌파 달성 기간이 장기화되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약해졌다.

증권업계는 최근 10월 테라 판매량 역시 200만 상자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대비 2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여름 성수기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판매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신제품 테라가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으며 2분기부터 맥주 부문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면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4분기에도 매출 성장률이 3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라 출시, '카스 시대' 종언 분수령 될까

국내 맥주시장은 2014년 롯데칠성음료가 뛰어들기 이전까지 사실상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시장을 양분해왔다.

점유율 상승 추세로 살펴볼 때 '하이트(HITE)'가 출시된 1993년부터 2005년까지 하이트진로가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며 전성기를 구가했다면 2006년부터 최근까지는 오비맥주가 시장을 점령 하다시피 했다. 공교롭게도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상승기를 구가했던 기간이 약 13년씩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김정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가 과거 번갈아가며 13년씩 점유율 상승기를 구가했다"면서 "올해 하이트진로에서 출시한 테라의 대박 흥행이 맥주 시장 판도가 오비맥주에서 하이트진로로 넘어가는 분수령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오비맥주(주력 브랜드OB) 시장 점유율은 60~70%에 달했다. 반격의 계기가 마련된 건 1993년 하이트진로 전신인 조선맥주에서 비열처리 맥주인 '하이트(HITE)'를 출시하면서부터였다. 하이트는 천연암반수를 강조한 마케팅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3~1994년은 맥주 시장 트렌드가 열처리 맥주에서 비열처리맥주로 이동할 때였다. 조선맥주에 이어 진로쿠어스가 1994년 6월 비열처리 맥주 '카스(Cass)'를 출시했다. 당시 발빠르게 비열처리맥주를 선보인 하이트와 카스가 성장한 반면 오비맥주는 부진했다.

오비맥주는 진로와 미국 쿠어스사가 합작해 만든 진로쿠어스를 1999년 인수해 카스 맥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맥주시장에서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간 본격적인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하이트 흥행을 발판으로 하이트진로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상승하기 시작했다. 조선맥주는 하이트 출시 3년 만인 1996년 브랜드 기준 점유율 1위를 탈환하며 본격적인 성장을 알렸다. 1999년으로는 전사 기준 점유율 1위를 달성한다. 2000년대 들어 하이트진로 성장은 더욱 가속화됐다.

점유율 상승기에 진로소주 인수 호재까지 겹치며 기업가치가 최대로 확대된다. 2005년 하이트진로의 맥주시장 점유율은 57%, 소주 점유율은 55%에 달했다. 맥주와 소주 모두 점유율이 과반을 넘었다. 당시 두 회사(하이트맥주, 진로)의 시가총액 합계는 4조5000억원에 달했다. 하이트맥주와 진로는 2011년 합병했다.

2005년 이후 맥주 시장은 판도가 다시 흔들린다. 오비맥주에서 '오비(OB)' 브랜드를 포기하고 카스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카스 점유율이 확대된다. 특히 2006년 기준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에서 카스 점유율이 60%(전국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반격을 본격화했다. 오비맥주는 2011년 점유율 1위를 탈환한데 이어 2013년 전국 점유율 60%를 달성했다.

그 사이 하이트진로는 출시한 신제품들이 시장에서 별다른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회사 안팎에선 올해 출시한 테라가 맥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의 오랜 부진을 쇄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으로 대변되던 유흥업계 주류 공식이 '테슬라(테라+참이슬)'와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의 등장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맥주시장 만년 2위 시절에 작별을 고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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