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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新준법제도 구상' 금융권서 답 찾을까 재판부 지적에 컴플라이언스팀 역할 강화 연구…은행 준법감시제도가 해법 전망도

김장환 기자공개 2019-12-20 09:54:48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9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이 준법감시 기능 강화를 논의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지난 10월 강력한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직접 요구하면서다. 재판부는 삼성에 현존하는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국정농단 사태에 휘말릴 일도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당시 밝혔다.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삼성은 지난 17일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외부 변호인단을 한데 모아 관련 논의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1월 17일로 기일이 잡힌 재판에서 '답'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은 준법감시제도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 사례뿐 아니라 국내 은행권 역시 들여다보고 있어 주목된다.

재판부는 지난 10월 법정에 선 이 부회장에게 준법감시제도 강화를 요구하고 참고 사례를 제시했다. 바로 1981년 제정된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이다. 해당 기준의 핵심은 기업 경영상 범죄에 연루된 임직원을 준법감시제도 도입·운영을 근거로 감형해주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관련 감형 사례가 실제 있었다. 은행 에이앰사우스 임원진을 상대로 과거 벌어졌던 주주대표 소송이다.

에이앰사우스 주주들은 당시 은행이 대규모 벌금을 낸 것을 문제로 삼았다. 에이앰사우스는 당시 의심스러운 거래보고서(SAR)를 당국에 제때 제출하지 않아 벌금을 받았다. 주주들은 임원들의 책임 의무 소흘로 인해 벌금을 냈고, 이로 인해 주주들이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은행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 십수명이 피의자로 올라 재판을 받았다.

2006년 미국 대법원은 이에 대해 최종 '기각' 결정을 내렸다. '준법감시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었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삼았다. 에이앰사우스가 실효성을 갖춘 법률 준수 시스템을 도입해 제대로 운영해온 만큼 임원들의 감시 의무 소흘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을 참고 사례로 제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봐야 한다. 삼성 내부에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가 있었다면 감형도 가능하다는 의미의 언급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삼성에 준법감시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기능과 힘이 막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삼성을 대표하는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2010년경 준법감시제도 태스크포스팀(TFT)을 만들고 이후 오랜 연구 끝에 준법감시팀(Compliance팀)을 구성했다. 현재 팀을 이끌고 있는 이는 김영수 준법지원인(전무대우)이다. 올 9월 말 기준 컴플라이언스팀에는 53명 직원이 자리잡고 있다.

삼성전자 컴플라이언스팀 역할과 비중이 크다고 보기는 어려운 건 일단 완벽한 독립성을 갖춘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컴플라이언스팀은 법무실 하부 조직으로 자리잡고 있다. 법무팀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조직이라고 할 수 없다. 재판부가 지난 10월 삼성에 제시한 것처럼 실효성을 갖춘 준법감시제도가 운영되려면 관련 팀 역시 독립적 조직체가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컴플라이언스팀이 감독할 수 있는 업무 범위도 그리 넓다고 보기 어렵다. 삼성전자의 3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들어 9월까지 준법감시인이 점검한 주요 사업안은 16건 정도에 그친다. 점검 분야도 영업비밀이나 기술유출, 개인정보보호, 공정거래 등에 국한돼 있다. 아울러 업무 진행 '사전'에 법규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준법감시 본연의 역할 보다는 '사후' 점검하는 데 초점을 맞춘 행보를 보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롤모델'로 바로 금융권 준법감시제도가 거론된다. 실제 삼성 일부 계열사는 준법감시제도 강화 목적 등을 갖고 최근 금융권과 접촉하고 있다.

금융권은 준법감시제도가 어떤 권역보다도 강한 사업군이다. 2000년 제정된 법률을 근거로 이때부터 준법감시제도를 도입, 시행해오고 있다. 또한 금융권을 관리·감독하는 금융감독원은 2006년부터 '은행 준법감시인 모범규준'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해 발전시켜오고 있다.

삼성과 금융권에 도입돼 있는 준법감시제도의 가장 큰 차이는 준법감시인이 갖고 있는 '힘'이다. 금융권 준법감시인은 모든 업무에 참여할 수 있고, 모든 업무 자료와 정보에도 접근이 가능하다. 여기에 회사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사내이사 또는 업무집행책임자 중에서 준법감시인을 선임하는 게 기본 방침이다. 임면과 해임은 이사회 의결 사안이어서 쉽게 교체할 수도 없다. 기본 임기도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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