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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성동조선 매각 '앓던 이' 치유할까 관계인집회 캐스팅보터 역할… 삼성중공업 수주물량 확보 관건

진현우 기자공개 2019-12-26 17:49:11

이 기사는 2019년 12월 23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내년 상반기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비금융 자회사 성동조선해양 대출채권을 회수하고 기나긴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해 성동조선 익스포저(2조5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을 상각한 수출입은행은 경영권 매각을 통해 2000억원 가량 현금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성동조선이 정해진 매각 프로세스를 차근차근 밟으면서 수출입은행의 채권 회수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내년 초 거래 당사자 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 이후 치러질 관계인집회에서 캐스팅보터 역할을 맡는다. 관계인집회는 회생계획안 심리와 결의를 위한 자리로 담보권자 75%, 일반채권 66.67%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현재 담보권자의 경우 수출입은행만 동의하면 가결요건이 충족되지만 일반채권자는 다른 채권은행들의 찬성표가 필요하다. 물론 담보권자 조가 통과되면 일반채권자가 회생계획안에 반대한다 하더라도 법원의 판단 하에 강제인가를 내릴 수 있다.

수출입은행이 한정된 매각대금을 적절히 안배해 다른 채권자들도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범위의 현금변제비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총 3100억원이다. 이 중 3야드 잔여 부지를 제외한 1야드+2야드는 약 27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인수자가 책정한 밸류에이션도 청산가치를 웃도는 비슷한 수준이다. 인수대금은 전액 회생채무액 상환용도로 사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회생담보권은 부동산이나 기계장치 등을 담보로 잡고 있어 100% 변제받는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다른 채권자들에게 돌아갈 현금변제분도 감안해서 성동조선과 변경 회생계획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초 예정대로 SPA가 체결되면 관계인집회 일정에 맞춰 채권자들과의 협상도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 성동조선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선박 신규발주가 급감하자 대표 채권자로 워크아웃을 이끌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의치 않았고 2015년엔 선박건조를 위한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중단했다. 삼성중공업과 협의 하에 1년간 위탁경영을 맡겼으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회생카드를 꺼내들어 성동조선 공매절차에 착수했다. 조선업계에선 LNG선 발주 호황을 맞은 삼성중공업의 인수 가능성이 점쳐졌다. 액화천연가스를 수송하는 LNG선을 짓기 위해선 선박의 뼈대가 갖춰진 뒤 진행되는 밀봉작업이 핵심이다. 밀봉작업을 하기 위해선 오랜 기간 야드에 올려놓은 채 암벽작업이 수반돼야 하는데 이때 다른 선박 수주를 받게 되면 자리가 없어 짓고 싶어도 물량을 맞추지 못하게 된다.

야드가 부족한 삼성중공업 입장에선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없는 물량을 처리하고자 하는 니즈가 있었고 83만㎡(약 28만평)에 달하는 성동조선 2야드는 충분히 탐낼 만한 인수 포인트였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양사 노동조합 이슈가 생길 수 있어 관심은 있었지만 실행에 옮기기까진 부담을 가졌다는 후문이다. 현재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HSG중공업은 삼성중공업의 수주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성동조선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사에 블록작업을 아웃소싱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높아진 중국 인건비와 바지선 운송비용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라며 "HSG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의 비어있는 야드를 보고 들어온 점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수주물량을 받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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