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승부수]SK하이닉스, 중간지주사 기대…추가 M&A 나설까이석희 사장 TED 강연식 신년회 눈길…원가경쟁력 확보 및 비메모리 경쟁력 강화 주문
김슬기 기자공개 2020-01-06 08:14:54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3일 14: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하이닉스에게 2020년은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해다. 2019년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과 주요 제품 가격 하락세로 SK하이닉스는 그 어느때보다 깊은 질곡의 시기를 보냈다. 올해에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가 높아지면서 SK하이닉스의 실적 회복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D램 비중이 높아 업황 변동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SK하이닉스는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으로 원가경쟁력 확보를 꼽았다.올해에는 모회사인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중간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이뤄지면 SK하이닉스는 적극적인 M&A에 나설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는 D램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는데 사활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분야 기술 개발 및 사업 역량 강화에도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CEO)는 지난 2일 신년회를 통해 "반도체업은 무역 분쟁 뿐만 아니라 신규 경쟁자 진입,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시장 불안정 등 복잡하게 얽힌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며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원가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올해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뜻에 따라 별도의 회장 신년사를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대신 이천캠퍼스 수펙스센터에서 올 한해 경영방침을 세계적 지식 콘퍼런스인 테드(TED)의 강연 형식을 차용해 전달했다. 반도체업이 생산자 중심의 사업이 아니라 고객의 필요와 맞닿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위기에 강한 기업이다. 2000년대 초반 반도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2001년 부도 위기를 맞았다. 공동관리(워크아웃)라는 뼈를 깎는 인고의 시간을 겪고 2012년 SK텔레콤으로 대주주가 바뀌면서 다시 도약하기 시작했다. 2016년까지만해도 10조원대 후반을 기록하던 매출액이 2017년 들어서 30조원대, 2018년 40조원대까지 확대됐다. 영업이익은 역시 20조원대까지 확대됐다.
2019년에는 미국·중국 무역분쟁과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관리 등으로 D램 가격이 폭락하면서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는 처지가 됐다. 2018년 9월 고점이었던 D램 가격이 60% 이상 하락하면서 시장에서는 2019년 매출액 26조8000억원대, 영업이익 2조9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D램 수요 회복과 가격 반등이 기대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 서버 D램과 그래픽 D램 가격이 상승하고 2분기부터는 모바일과 PC에 들어가는 D램 가격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5세대(5G) 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통신사를 중심으로 D램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점도 고무적이다.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던 2018년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경기 회복에 기대지 않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데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불확실한 시장을 돌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힘은 가격"이라며 "생산성과 수율 향상을 비롯해 상시적인 경영자원 관리로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3세대 D램과 128단 낸드플래시 기반 솔루션제품을 본격 생산, 판매할 계획이다.
세계 2위인 D램 외에 다른 제품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과제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을 뿐 아니라 3조원 가량의 누적적자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로 이원화돼 있던 반도체 개발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고객사의 니즈에 맞는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생산 일원화 수요가 늘기 때문이다. 특히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를 염두해뒀다는 분석이다.
메모리 외에도 비메모리 쪽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미 SK하이닉스가 분사시킨 파운드리(위탁생산) 전문업체인 SK하이닉스IC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사이프레스반도체 등과 손을 잡고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이미지센서(CIS) 사업을 키우기 위해 일본에 차세대 CIS 연구센터를 설립한 바 있다. 이미지센서는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 정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는 역할의 반도체다.
또 SK그룹이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정보통신기술(ICT)에 SK하이닉스의 역할이 막중해질 것이라는 평이다. SK그룹은 이번 'CES 2020'를 통해 모빌리티 밸류체인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AI와 AR(증강현실)·VR(가상현실), 오토모티브(Automotive),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5G 등 6개 사업 분야에서 사용되는 D램, 낸드플래시, 이미지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을 선보인다. 특히 미래 핵심사업으로 꼽히는 전기자동차와 자율주행차 등에 들어갈 차량용 메모리 사업역량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한편 모회사인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2020년에 가시화되면 SK하이닉스는 국내 인수·합병(M&A) 등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SK㈜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국내기업에 투자하려면 100% 지분을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게 되면 규제에서 벗어나게 돼, 시너지가 날만한 기업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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