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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운용 '펀드 직판' 도전의 의미 [thebell note]

정유현 기자공개 2020-01-10 13:20:20

이 기사는 2020년 01월 08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자산운용이 지난달 펀드 직접 판매(직판)에 나서자 업계가 잠시 출렁였다. 그동안 직판을 내세운 운용사가 있었으나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치는 듯했다. 하지만 국내 수탁고 1위 삼성운용이 나선다고 하니 운용업계뿐 아니라 판매사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였다.

공교롭게도 직판을 시작한 시기가 파생결합펀드 사태 이후 판매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커진 상태라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부에서는 삼성운용이 이 시기에 맞춰 직판을 시작했다고 보고 운용업계와 판매사간의 갈등의 시발점이 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운용의 시각으로 돌아가 보면 직판의 목표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1위를 점하고 있는 'ETF(상장지수펀드) 활성화' 차원이다. ETF의 장점은 '거래 수수료'인데 국내 펀드 판매 구조로는 이 장점을 내세우기가 쉽지 않았다. 운용사가 상품을 내놓으면 판매사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유통 비용이 발생해 수수료가 비싸질 수 밖에 없었다.

운용사가 직판을 하면 운용보수가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판매 보수를 0bp까지 내리면 수수료가 더 싸진다.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가 직접 고객과의 접점을 통해 소통하니 불완전판매 이슈도 해결될 수 있다. 삼성운용 솔루션팀은 이 같은 장점 극대화를 위해 2018년 4월부터 직판 기획을 시작했고 준비 20개월 만에 'R2' 서비스를 시작했다.

R2 출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예상외로 '판매사 눈치 보기'가 아니었다. 24시간 비대면 거래, 손쉬운 금융 거래에 익숙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판매사 관리 외에는 직접 고객을 만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고민도 불필요했다. 흔한 모바일 앱이 구축된 운용사도 손에 꼽힐 정도다. 핀테크는 유독 자산운용사와는 거리가 먼 흐름인 듯했다.

삼성운용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삼성카드 앱과의 제휴였다. 카드 명세서를 보러 앱에 접속하는 투자자들에 대한 마케팅뿐 아니라 고객 정보 보안까지 노린 전략이다. R2에는 단순 판매를 위한 상품 목록만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 중심 커뮤니티도 열었다.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펀드에 관한 정보나 고민을 댓글로 나눈다. 기존에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세계 주요 지수 동향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여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직판은 단순히 '저렴한 수수료' 제공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은 소액 투자자들이 모인 플랫폼에 불과하지만 데이터가 쌓이면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공정한 투자 정보를 취득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투자 민주주의' 시대의 문을 열었다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 기술로 금융권에 혁신을 불러일으킨 카카오뱅크처럼 직판을 계기로 삼성운용이 운용업계 혁신의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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