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1월 20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요즘 여의도 증권가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인물 중 하나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다. 금융가를 뒤흔든 투자 사기 스캔들의 주인공이 자취를 감추며 그의 행방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그가 피난처로 삼은 곳에 대한 추측과 일부러 그를 찾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나돈다.이 전 부사장은 관계자들의 변명에도 단골 소재로 등장한다. 라임운용과 라임 펀드 판매 금융사, 감독 책임자인 금융당국까지 '개인의 일탈·책임자 부재'라는 말로 서두를 시작한다. 라임운용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종필 전 운용총괄 대표(CIO)가 잠적해 현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자산 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겠다고 부연했지만 화살을 그에게 돌린 셈이다.
우리은행과 신한금융투자는 한술 더 떠 '억울하다'고 했다. 작심하고 친 사기에 넘어갔을 뿐 판매 자체는 문제가 없었다는 이야기다. 신금투와 우리은행의 라임 펀드 익스포저는 각각 1조1242억원과 5180억원에 이른다. 신금투와 라임운용은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계약을 맺은 돈독한 사이다.
금융감독원도 조사가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이 전 부사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검찰 고발 대신 수위가 한참 낮은 수사 참고자료 통보를 택했고 이번 폰지사기 연루 역시 같은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손실 규모 파악이 우선이라는 변명 뒤에는 이종필 전 부사장이 사라져 삼일회계법인의 실사가 더뎌졌고 그래서 총액을 알기 어렵다는 궁색한 이유가 나온다. 키맨이 실종됐다는 핑계로 환매 중단에 이은 무역펀드 부실과 폰지 사기 연루까지 연이은 폭탄도 예상하지 못했다.
라임운용과 우리은행·신금투는 업계 최상위권을 견줬거나 견준다는 공통점이 있다. 라임운용은 한때나마 사모펀드 운용사 최상위권을 다퉜고 우리은행과 신금투의 규모는 따질 필요도 없다. 금감원은 국내 유일무이한 금융감독 기관이다. 이 전 부사장 핑계대기는 그래서 어불성설이다. 대형 조직이 단 한 명의 사람에게 의존해 제대로 된 검증절차조차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은 오히려 아킬레스 건이다.
1조6700억원. 라임자산운용이 약속한 날짜에 돌려주지 못하는 돈은 1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 전 부사장 개인의 일탈이 1조6700억원의 사고를 만들었다고 '퉁'친다면 그야말로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 대한 침뱉기다. 관계 기관과 금융사들이 그의 잠적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라면 잔인한 해석일까. 이 전 부사장이 라임 사태의 거수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우두머리가 아니더라도 책임자는 산적하다. 라임 사태의 술래는 이 전 부사장 혼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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