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점유율 하락 지속…삼성생명 30조 '목전' [퇴직연금시장 분석/업권별 분석] 저금리·IFRS17 '그늘'…미래에셋생명, 수익률 '군계일학'
허인혜 기자공개 2020-02-03 08:24:43
이 기사는 2020년 01월 30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9년 한 해 퇴직연금 시장에서 보험업계의 점유율이 하향곡선을 그린 가운데 보험업계 '원 톱' 삼성생명이 적립금 30조원을 눈 앞에 두며 선전했다. 교보생명이 7조4000억원으로 2위권을 지켰다.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 대형사들이 4조원을 수성하며 중소형사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만성적인 저금리 흐름도 보험업계 퇴직연금 경쟁률을 낮추고 있다. 투자 자금의 상당수를 국고채에 투자하는 보수적 성향의 보험업계가 저금리 시대에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계열사의 위탁 계약고가 상당한 대형 보험사들은 부침없이 잔고를 유지했다.
◇보험업계 점유율 하락…저금리·IFRS17에 매력잃은 보험사
더벨이 은행·보험·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 43개사가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근로복지공단 제외)을 분석한 결과 2019년 말 기준 보험업 사업자들은 62조3722억원의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다. 2018년 말 적립금 총액인 54억8225억원보다 7조5497억원 늘었다.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세다. 2018년 말 29.2%였던 점유율은 2019년 말 28.5%로 줄었다. 2019년 상반기 하락 폭이 뚜렷했다.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 종합점유율은 상반기 28.2%까지 떨어졌다가 하반기 소폭 올랐다. 은행과 증권업계는 같은 기간 점유율을 늘렸다.
DB형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DB형의 적립금은 50조203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5조9850억원이 늘었다. 상반기 확정기여형의 잔액이 크게 감소한 것과 비교해 대조적이다.
보험업계 퇴직연금 사업에 돈이 몰리지 않는 이유는 우선 저조한 수익성 때문이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되면서 국고채 등 보수적인 투자처에 집중하는 보험업계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보험업계의 전체 퇴직연금 수익률은 2.21%에 그친다. 이마저도 미래에셋생명 등 일부 사의 비교적 높은 실적에 기댄 숫자다. 여기에 하반기 증시가 살아나면서 투자 성향이 강한 증권업계가 평균 3%가 넘는 수익을 냈다.
보험업계도 아직까지 장기 저축성보험 확대를 반기지 않는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장기 저축성 보험은 부채 비율을 높이는 주범이다. 듀레이션이 길면 길수록 신지급여력제도(K-ICS)에서도 불리하게 적용된다.
미래에셋생명이 저조한 수익률 사이 홀로 4%가 넘는 수익을 내며 선전했다. 미래에셋생명의 2019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4.28%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은 DB형과 IRP에서도 2.07%와 2.90%의 수익률을 거뒀다. 미래에셋대우와 더불어 시장 상황에 맞춘 자산 포트폴리오 재구성으로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그 뒤를 교보생명과 IBK연금보험, 롯데손해보험이 따랐다. 교보생명은 DC형에서 3.24%의 수익률을, DC형과 IRP에서 2.19%, 2.83%의 수익률을 각각 나타냈다. 퇴직연금 확대 기조를 내비친 IBK연금보험도 각 항목에서 모두 2%가 넘는 수익률을 내며 단순 평균수익률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생명, 적립금 29조 '독주'…삼성·교보·한화 공통분모 '계열사'
만년 1위 삼성생명은 2019년에도 최상위권을 지켰다. 삼성생명이 운용하는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29조2287억원으로 30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다. 2018년과 비교해 유일하게 조단위 성장세를 보였다. 전년대비 적립금 총액은 4조6147억원 늘었다. 특히 DB형의 적립금이 3조8370억원 확대되면서 전체 보험업계 DB형 적립금을 크게 높이는 역할을했다. DC형은 5779억원, IRP는 1998억원이 확대됐다.
교보생명이 2위를 차지했지만 1위 삼성생명과의 격차가 크다. 교보생명의 2019년 말 기준 적립금 총액은 7조3772억원으로 2018년 대비 8939억원 불어났다. DC형 적립금은 1조9222억원, IRP잔고는 3256억원이다. 보험업계에서 적립금 5조원을 넘긴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유일하다.
미래에셋생명과 삼성화재가 각각 총 적립액 4조4533억원, 4조2882억원을 기록하며 4조원을 넘겼다. 한화생명도 4조2633억원을 기록했다. 뒤이어 KB손해보험이 2조8655억원, 롯데손해보험이 2조7290억원의 적립금으로 조단위 운용 보험사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교보생명 등 대형 계열사를 갖춘 보험사들이 적립금 상위권을 차지했다. 계열사들의 퇴직연금 수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과 미래에셋그룹 등의 계열사들은 연말 삼성생명 등에 퇴직연금 운용을 일임하는 내용을 연달아 공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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