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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기업 페이스메이커' 권인호 데일리파트너스 상무 [매니저 프로파일]유전공학 출신 연구원서 바이오전문 심사역으로

이광호 기자공개 2020-02-06 07:59:26

이 기사는 2020년 02월 03일 07: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권인호 데일리파트너스 상무(사진)는 처음부터 벤처캐피탈리스트를 꿈꾸지 않았다. 유전공학을 전공한 뒤 바이오 산업에 몸 담으면서 자연스레 벤처캐피탈(VC)의 매력에 빠졌다. 다소 늦은 나이에 투자업계에 뛰어들었지만 어느덧 업계의 핵심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권 상무는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바이오산업에 혁신을 일으킨 미국 기업 제넨텍(Genentech)의 영향을 받았다. 1976년 제넨텍의 등장으로 유전공학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1984년 정부 주도로 국내 주요대학에 유전공학과가 설치됐다. 권 상무는 1994년 고려대학교 유전공학과에 입학해 '바이오'에 눈을 떴다. 학사를 마친 뒤 곧바로 석사를 밟았다.

주 전공은 유전자치료제 개발이다. 유전자를 조작한다는 자체에 흥미를 느꼈다. 2002년 석사를 마친 뒤 대전에 위치한 삼양그룹계열 삼양제넥스(현 삼양바이오팜)에 취업했다. 당시 삼양제넥스는 바이러스의 유전자 조작을 통해 항암유전자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권 상무 역시 연구원으로 투입돼 연구개발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연구 중 갑작스레 비보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더 이상 대전에 머무를 수 없었다. 서울에 혼자 계시는 어머니 곁을 지켜야만 했다. 어쩔 수 없이 회사를 관두고 서울로 올라왔다. 한동안 힘들었지만 다시 일어서야 했다. 2003년 업계 1위 동아제약 공채로 입사해 바이오텍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삼양제넥스 때와 마찬가지로 유전자치료제를 연구했다.

◇동아제약서 '유전자치료제 연구'…피츠버그의대서 '벤처캐피탈리스트' 꿈

동아제약은 당시 유전자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로메드(현 헬릭스미스)와 협업 중이었다.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실험이 필요했지만 관련 인력이 부족했다. 약학대학 출신은 많았지만 바이오 백그라운드가 부족했다. 회사 측은 바이오 전공자들을 임상팀에 참여시키기로 결정했다. 권 상무는 서울 본사 개발본부로 파견됐다.

주 업무는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임상시험이었다. 연구원 때와 달리 발로 뛰어다녔다. 전국의 대학병원을 비롯해 각종 종합병원을 돌아다니면서 임상을 논의하고 마케팅을 벌였다. 임상 과정에 참여하면서 의사와 환자가 어떻게 연계되고, 신약이 제품으로 개발되는지 알 수 있었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시야를 넓히는 전환점이었다.

새로운 분야에서 신명나게 일했다. 그렇게 2년여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2007년 다시 원대 복귀했다. 이후 2008년 미국으로 떠났다. 회사 추천으로 폴 로빈슨 피츠버그 의대 교수 랩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일했다. 권 상무는 피츠버그 의대 동료들이 의사나 연구원에 집착하지 않고 VC로 진출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VC에 관심을 가졌다.

한국으로 돌아온 권 상무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동아제약에서 만나 결혼한 아내에게 VC에 대해 설명했다. 낯선 분야였지만 아내는 권 상무의 가능성에 베팅했다. 권 상무는 아내가 자신에게 최초의 벤처투자를 한 셈이라고 말한다. 권 상무는 2010년 30대 후반의 다소 늦은 나이에 우리기술투자에 합류했다.

우리기술투자 심사역 중 바이오 연구원 출신은 그가 유일했다. 당시에는 바이오 심사역이 매우 귀했다. 동료 심사역들과 함께 100억원 규모의 초기 펀드를 운용했다. 이어 동아제약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던 신약개발사에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투자회사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우리기술투자에 몸담은 3년 동안 투자레코드는 1건뿐이었다. 투자를 하기 위해 투자업계에 뛰어들었지만 회사의 충분치 않은 펀드 자금 사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투자를 하지 못했다. 이직을 준비했지만 당시 VC들은 바이오 심사역에 대한 수요가 그리 높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포스코 본사 신사업투자기술기획실에 들어갔다. 포스코는 포스코바이오벤처스(PBV)를 갖고 있었다.

◇바이오전문 '데일리파트너스' 합류…극초기 집중

철강 호황기였다. 포스코가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새 먹거리를 고민하던 찰나에 권 상무가 합류했다. 신사업투자기술기획실 담당 임원들은 바이오 전공자를 필요로 했다. 권 상무는 포스코바이오벤처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관리 및 신사업진출 관련 투자 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회장이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본원 경쟁력 강화'라는 슬로건이 등장하면서 신사업실의 힘이 빠졌다.

투자 갈증은 여전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하고 싶었다. 다행히 바이오심사역 선배였던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을 통해 KB인베에 합류할 수 있었다. 당시 KB인베는 보건복지부가 출자하는 1500억원 규모의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펀드를 결성 준비하고 있었다. 신 본부장은 전문인력을 보강하기 위해 권 상무를 불러들였다.

바이오헬스케어 펀드를 통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노믹트리와 오름테라퓨틱스가 대표적이다. 회사 네임밸류와 바이오 전문펀드를 등에 업고 핵심운용인력으로 활동했다. 바이오 펀드와 함께 200억원 규모의 농식품펀드도 운용했다. 모유올리고당(HMOs) 생산기술 보유업체인 에이피테크놀로지, 숙취해소 제품 '상쾌환'을 주문자상표부착(OEM)방식으로 생산하는 네추럴웨이에 투자했다.

권 상무는 두 펀드를 통해 유의미한 트랙레코드를 확보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달콤한 제안을 받는다. 당시 이승호 삼성증권 제약·바이오 테스크포스(TF) 팀장은 바이오 전문 VC를 기획하며 권 상무에게 합류를 권했다. 동아제약 연구본부 출신으로 2003년부터 인연을 맺은 게 주효했다. 바이오 생태계를 키우자는 목표로 의기투합해 2018년 데일리파트너스를 출범시켰다.

국내 바이오 시장은 2015년부터 붐이 일기 시작했다. 2019년 기준 전체 벤처투자액 중 25%가 바이오 분야일 정도로 많이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은 상태에서 투자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게 현실이다. 데일리파트너스는 전문성을 강화했다. 의사, 약사 출신을 비롯해 바이오 특화 애널리스트 등 전문 심사역으로 조직을 꾸렸다.

현재 그는 임파워링 1호, 임파워링 2호, 스완슨, 골든아워 1·2호, 왓슨 등 총 6개의 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다. 주요 포트폴리오는 국내 바이오업체인 지노믹트리, 샐리드, 토모큐브, 지아이이노베이션 등이다. 특히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경우 중국 기업에 이중융합 면역항암제를 9000억원 규모에 기술 수출하는 등 큰 성과를 이뤄냈다. 여기에 알로닥터, 파스트 등 해외기업 투자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초기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내면서 관계를 맺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권 상무는 최대한 투자기업을 자주 만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 저녁은 언제나 투자기업과 함께한다. 대표들의 고민을 나누기 위함이다. 초기기업의 페이스메이커를 지향하고 있다. 이런 과정 자체가 삶의 즐거움이다. 데일리파트너스가 '팁스(TIPS)' 운영사로 나서고,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창업 프로그램 '디랩스(D'LABS)'를 만든 배경이다.

투자를 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여부다. 기술적 경쟁 우위를 점한 기업을 선별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연내 운용자산(AUM) 규모를 3000억원대로 늘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할 계획이다. 데일리파트너스의 평균 연령대는 30대다. 젊은 조직인 만큼 역동적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투자를 즐기고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입가에 미소를 띤다.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관리하는 일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건전한 스트레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적당한 긴장감을 즐기면서 투자에 임하고 있다. 연구원으로 일할 때보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하는 지금이 행복하다. 비로소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라는 것이다.

권 상무는 “바이오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생태계가 커지면 더 많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일자리도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데일리파트너스가 바이오산업을 굳건히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창업 강연 등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자 역할에도 힘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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