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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10년 만에 EV 공시 안한 이유 저금리 기조에 EV 하락세, "주가와 괴리 발생" 자본시장 혼란 가중

손현지 기자공개 2020-02-26 14:06:37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1일 10:2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보험이 2019년 실적발표에서 내재가치(EV)항목을 제외했다. EV 지표를 공시하지 않은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최근 금리 등 매크로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 EV 성장 폭이 둔화된 추세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본시장 내에서는 아직까지 상장된 생명보험사의 가치 판단에 EV만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라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V는 장기산업인 보험사의 현재 가치분석을 위해 사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미 실현된 이익인 조정순자산가치(ANW)와 장래 실현될 이익을 나타내는 보유계약가치(VIF)를 더해 산출된다. 즉 신계약 체결 이후에도 현금흐름이 꾸준히 발생하는지를 나타낸다. 장기산업인 보험산업의 지속가능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된다.

보험사 예상 시가총액을 산정할 때도 활용된다. EV에 생보사 업종 평균 상장 프리미엄을 나타내는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비율(P/EV)을 곱하는 식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P/EV가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며 "P/EV와 주가의 괴리현상이 심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글로벌 스탠다드로 보면 P/EV가 아시아권에서만 사용하는 지표며, 점진적으로 IR에서도 제외시키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화생명의 2018년 EV는 8조6760억원으로 2017년 대비 5.5% 하락했다. 문제는 2018년부터 내재가치 증가분이 모두 이미 실현된 이익인 조정순자산가치에서 발생해 보유계약가치는 오히려 손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결국 공시를 하지 않음으로써 한화생명 스스로 현재와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는 장래에 이익이 발생하기는 커녕 손실만 늘어난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앞선 관계자는 "대안으로 보통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나 신지급여력제도(K-ICS)으로 대체하지만 국내의 경우 도입 전 단계"라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이 가시화되고 평가방법이 명확하게 정해지기 전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갑작스런 결정에 자본시장 관계자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V는 보험산업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라며 "타보험사와의 비교차원에서도 필요한 수치인데 대안도 없이 EV를 공시하지 않은 건 유감"이라고 말했다.

EV는 지난 2009년 동양생명이 기업공개(IPO)를 진행할 때 공모가 산정에 활용된 이후 생보사들이 인수합병(M&A) 등 중요한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주요 가치평가로 자리매김했다. EV는 상품정보와 계약정보 등 기초 데이터에 최적 가정을 적용한 뒤 계리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현금흐름을 추정한 결과값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외부에서는 EV 산출이 쉽지 않다. EV 산출에는 △위험할인율 △계약유지율 △시장금리 등 다양한 경제적·계리적 가정이 필요하다. 모두 외부로는 공개하지 않는 데이터다. 경영실적 IR북을 통해 내재가치를 공개한 일부 상장 생명보험사들과의 비교를 통한 예측은 가능하지만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작년 한화생명의 신계약 마진율은 36.5%에서 39%로 상승했다. 금리하락, 손해율 상승 등 비우호적인 환경임에도 이뤄낸 성과였다. 이는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 때문이다. 작년 보장성보험이 기존 56%에서 65%로 증가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최근 금리 하락 요인을 반영해 장내 투자수익률 가정치를 낮췄는데 거기서 2% 정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의 마진율이 발생했다"며 "사차, 지급률 증가 등으로 1.5% 정도 추가로 내려잡았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그간 새로운 지표를 만드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익이 얼마며, 이에 대한 위험요인이 어떤지 정확히 계량화할 수 있도록 해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까지 뾰족한 대안을 못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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