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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IT 재개발' 보험사 교체주기 15년, 리스크 확대 시기 [보험사 전산시스템 점검] 구축기간 평균 2~3년…재무 부담·장애 발생시 당국 규제 불가피

김장환 기자공개 2020-03-12 11:04:50

[편집자주]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최근 화두 중 하나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이다.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새로운 시대에 맞춘 시스템 구축은 숙명이다. 최신 IT 기술 적용 외에도 2년여 뒤 도입 예정인 IFRS17과 K-ICS 등에 대비한 시스템 변화 역시 준비해야 한다. 보험사들의 전산시스템 도입 현황 및 문제점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2월 24일 08:0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손해보험사들에게 있어 전산시스템 구축은 대규모 아파트 재개발 혹은 재건축 과정과 비슷하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전산시스템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이냐에 따라 회계법인 혹은 전산시스템 업체를 선정하고 전문가들과 장시간 협의를 갖는다. '시행사' 역할을 맡은 보험사는 컨설팅을 거쳐 사업 개시를 결정한 후 '설계' 과정에 본격 돌입한다. 설계가 끝나면 시스템통합(SI) 업체가 '시공사' 역할을 맡아 본격적인 신규 전산시스템 구축 절차에 돌입한다. 수천억원대 자금을 여기에 쏟아 붓는다.

신규 전산시스템 완성까지는 평균 2년, 늦으면 3년 넘는 기간이 걸리기도 한다. 대단지에 들어선 건물들의 중앙제어 장치가 잘 작동하는지, 시스템 전체 커버가 잘 이뤄지는지, 크고 작은 하자는 없는지 등을 살펴보는 안정화 단계에 또 적잖은 기간이 걸린다. 1년 넘게 고도화 과정도 필요하다. 전산 교체 후 한참 뒤에야 큰 하자가 갑작스레 터지는 경우도 있다.

대대적인 자금을 들여 도입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단순하게 돈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금융감독당국은 금융사의 전산시스템 장애를 심각하게 본다. 고객 피해와 함께 금융의 기초 시스템 붕괴를 부르는 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장애가 발생한 금융사는 이에 따라 큰 제재를 받는다.

전산시스템 교체의 성과에 따라 내부 임직원들과 조직의 생사가 걸려 있다. 국내 대다수 생명·손해보험사들 눈앞에 다가와 있는 전산시스템 교체 이슈를 단순히 바라보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 리스크가 그만큼 커지는 시기가 열렸다.

◇15년 교체 주기 다가와, IFRS17·K-ICS 대비 필요

국내 대다수 생명·손해보험사들은 2000년대 중반 현 전산시스템을 도입했다. 모바일과 인터넷 뱅킹 등의 활성화로 IT 시스템 용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IT 발전 속도는 이후 더욱 빨라졌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시스템 구축 필요성이 커졌다. 이와 맞물려 계약과 청약, 보험금 지급,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모든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산시스템 교체 주기는 평균 15년이고, 상당수 보험사가 교체 주기에 돌입한 상태다.

향후 제도 변화를 고려한 전산시스템 교체도 불가피한 상태다. 2022년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예정돼 있다. 보험금지급여력(RBC) 비율을 대체할 신지급여력제도(K-ICS)도 같은 시기 도입된다. 시기가 다소 밀릴 수도 있지만 언젠가는 시행될 수밖에 없는 제도다. 회계 시스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에 맞춘 전산시스템 개선은 단순 IT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회계기준이 새롭게 적용되면 새로운 재무 정보를 도출할 수 있는 시스템 기반이 필요하다. 이와 연계해 ERP 등 내부의 모든 전산 시스템이 장애 없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보험금, 부채 상계 등 모든 산출 방식이 달라진다. 외형(IT)뿐 아니라 내형도 모두 뜯어고쳐야 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이란 건 ERP와 회계기준, 신보험상품 출시와 보험금 운용 등 유기적으로 연동된 전체 시스템 개선을 말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전에는 회계 쪽이 부족하다고 보면 이쪽만 컨설팅을 거쳐 업그레이드하거나 IT가 부족하면 또 이 부분만 손을 대면 되는 상태였지만 IFRS17 도입으로 전체 시스템을 손봐야 하는 상태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수천억 자금 투입 불구 '경쟁력 확보' 필수...재무영향 불가피

실제 국내 대다수 생명·손해보험사들이 이에 맞춰 전산시스템에 변화를 주거나 앞으로 이를 단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규모가 적은 보험사들은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반대 경우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산시스템 교체 즉시 모두 안정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안정화까지 상당 시기가 걸리고, 또 장애가 발생하면 당국으로부터 규제를 받을 수도 있는 문제다.

대표적인 예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다. 과거 신규 ERP 시스템 도입 과정에 난감한 경험을 했다. 2013년 삼성SDS가 개발하고 2017년 출시한 차세대 SAP ERP(S-ERP)가 '먹통'이 된 탓이다. 이전까지는 자체 개발한 ERP를 사용하다가 그룹사에 맞춰 S-ERP를 도입했다. 이후 수개월 동안 시스템이 안정화되지 않아 고객 사고가 잇따랐다. 보험료가 과다 청구돼 돌려주는 일까지 발생했다. 금감원으로부터 이에 대한 집중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전산 장애 경험을 갖고 있는 금융사는 이밖에도 많다. 보험사는 아니지만 우리은행도 차세대 전산시스템을 도입했다가 낭패를 봤던 기억을 갖고 있다. 2018년 9월 21일 전산 장애로 타행 송금이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앞서 그 해 5월 차세대 전산시스템 교체 후 소소하게 이어졌던 전산 장애가 빅 이벤트로 한번에 터져버렸던 셈이다. 추석을 이틀 앞두고 있던 시점에 불거진 사고여서 논란과 민원이 거셌다. 금감원은 이에 대한 제재 수위를 곧 결정할 예정이다.

기본적으로 비용이 만만찮게 들어가는데 직접적인 '이익'을 안겨줄 수 있는 투자가 아니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ERP 도입에 4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썼다. 지난해 9월 차세대 전산시스템 'V3' 도입을 완료한 교보생명은 2500억원 넘는 돈을 여기에 지출했다. 수천억원대 달하는 자금을 투입했다가 전산 장애에 부딪히면 재무여력에 부담만 안길 수 있다.

그렇다고 전산시스템 교체에 넋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국제회계기준 적용 여부를 떠나서라도 혁신적 전산시스템의 구축은 보험사에 있어 곧 '경쟁력'을 의미한다. 신상품을 구비하고 출시할 수 있는 시기를 크게 단축시킬 수 있다. 신금융 시스템 접목도 시스템을 개선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보험사들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는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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