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3월 04일 10: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네이블커뮤니케이션즈(네이블)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이 점차 새로운 최대주주 코비코에 우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법원의 판단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코비코가 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 뒤 기존 최대주주와 지분 격차를 벌려가고 있기 때문이다.이에 네이블 소액주주들은 에치에프알이란 새 우산 보다 코비코의 펄(Pearl)로서 가치에 주목해 가는 모양새다. 코비코가 2000년 설립돼 십수년째 안정적인 경영을 해온 탄탄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이번 경영권 분쟁을 호재로 보는 주주들도 적잖다.
최근 몇년 간 적자를 내고 있는 네이블을 쉘(Shell) 삼아 코비코가 우회상장을 이룰 경우 네이블의 성장 잠재력(업사이드 포텐셜)이 증대될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다. 실제 비상장사의 상장사 인수가 문제되는 경우 대부분은 펄이 부실할 때다.
탄탄한 비상장사의 우회상장 시도는 시장 내에서 한계기업을 정리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실제 인수·합병(M&A)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조개 속 진주가 진통을 거쳐 보석으로 거듭나는 과정으로도 묘사하고 있다.
코비코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 형성은 네이블의 모회사 엔텔스를 인수한 에치에프알의 무대응도 한몫하고 있다. 때론 백마디 말 보다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는 침묵을 통해 에치에프알은 비상장사 코비코의 네이블 경영권 인수를 사실상 묵인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제3자로서 네이블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을 지켜보는 아쉬움이 에치에프알을 향하는 이유기도 하다. 에치에프알은 금융투자업계에서 '5G 차기 대장주'로 꼽힐만큼 통신장비 분야에서 성장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에 5G 프런트홀을 공급하며 기술 측면에서 저력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종손회사 네이블 경영권을 놓고 제기된 소송을 대하는 방식은 그 명성에 견줘 프로답지 못한 모습이다. '사내이사의 갑작스런 대표이사 고발과 이어진 2대 주주의 장내매수에 따른 최대주주 등극 뒤 소송 제기'로 요약되는 이번 분쟁에는 설명을 요하는 대목이 많지만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에치에프알은 이미 소송이 시작된 지난 1월 엔텔스 인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엔텔스와 코비코 간 분쟁은 '에치에프알 대 코비코'로 옮겨 붙으며 더욱 오리무중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새로운 최상위 지배주주가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네이블 주주들은 부족한 정보에 의존해 투자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투명성은 기업의 중요한 신뢰 자산이다. 에치에프알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길목에서 적잖은 비중을 실어 숙고해 볼 숙제다. 에치에프알이 기술력만큼이나 투명성 측면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을 일궈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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