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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을 권리'에 대한 소고(小考)

김일문 M&A 부장공개 2020-03-06 08:51:49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07:45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돌출되는 흔한 이슈가 바로 매각 위로금이다. 팔리는 회사의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돈인 위로금은 쉽게 설명하자면 회사를 팔고 떠나는 구주주가 얻는 자본 이득을 나누어 달라는 일종의 요구사항이다. 가치를 끌어올리는데 직원들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으니 돈으로 보상해 달라는 뜻이다.

'떠나는 자의 미덕' 정도로 여겨지던 매각 위로금은 어느 때부터인가 당연시 되는 분위기다. 팔린다는 소식이 들리면 없던 노조가 갑자기 만들어지고, 직원들이 똘똘 뭉쳐 단체행동에 나선다. 이쯤되면 위로는 베푸는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응당 누려야 할 권리인 느낌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M&A 거래 당사자간 협상에서도 위로금 이슈를 무시 못한다. 매도자건 인수자건 소모적인 비용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따지고 보면 매각 위로금은 굳이 챙겨주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주주와 직원은 엄연히 그 지위와 역할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업의 주인은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는 위험자산인 주식에 투자한 주주들이다.

반면 직원은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철저한 계약 당사자다. 직원들이 열심히 일해 가치가 올라갔다면 기여도 만큼 임금 인상이나 인센티브로 가져가면 그만이다. 반대로 가치가 떨어졌다고 월급을 깎거나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직원이 몇이나 될까.

다만 세계 어디에도 없는 M&A 매각 위로금 지급 관행이 한국의 특유한 정서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면 할말은 없다. 주주 자본주의 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요구지만 '정'을 강조하는 한국식 문화가 위로금으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거래 당사자들도 대주주 교체에 따른 직원들의 불안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라고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문제는 지급 방식이다. 위로금은 일정 금액이 직원 개개인에게 현금으로 지급된다. 보통 자체적인 기준을 세워 근속연수나 직급에 따라 차등한 금액을 받지만 이 과정에서 불만이 쌓이기도 한다. 위로는 커녕 오히려 반목과 갈등을 야기시킨다. 돈을 받고 냉큼 그만두는 직원들을 막기 위해 수년안에 퇴사하면 위로금을 반납하는 규정을 두기도 한다. 이 역시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직원들 호주머니에 돈을 찔러주는 식의 위로금 지급은 당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단기적인 처방일 뿐 정답이 아니다. 차라리 매도인이 위로금을 지급하지 않는 대신 인수자가 그 비용을 증자 형태로 회사에 돈을 넣어 직원 급여 인상이나 복지 향상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훨씬 깔끔하다. 재무구조도 개선되는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새 주인이 100% 주주라면 위로금 명목으로 회사에 쌓아놓은 돈을 추후 유상감자나 배당으로 일부 거둬들일 수 있으니 부담도 없다.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보여준 방법도 참고가 될 만하다. JKL파트너스는 작년에 인수한 롯데손해보험의 자사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미 롯데그룹으로부터 위로금 지급은 끝났지만 자사주를 활용해 직원들 달래기에 나섰다. JKL파트너스는 추가 비용 없이 직원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영리한 방법을 택했다.

M&A 시장에서 위로금 이슈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매도자 입장에서는 오로지 잡음없이 조용히 회사를 팔고 나가기 위해, 직원들 입장에서는 내 통장에 단돈 몇푼의 돈이 꽂히는 기쁨을 만끽하려고 위로금을 흥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진정으로 회사를 아낀다면 영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세련된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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