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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를 움직이는 사람들]나라 살림 챙기던 재정관료의 재무 관리법③차진석 부사장, 최연소 임원으로 영입돼 SK 주요 계열 순환하며 경험 축적

윤필호 기자공개 2020-03-11 07:25:56

[편집자주]

SK하이닉스는 세계 반도체 시장 최전선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국내 산업군을 이끈 쌍두마차로 떠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업황이 악화되면서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인사를 단행하며 다시 비상하기 위한 채비를 갖췄다. 더벨은 다시 전성기를 재연하기 위한 SK하이닉스의 주요 인물들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기업의 고민 중에 하나는 적절한 인재 활용이다. 실력이 검증된 핵심 임원을 여러 계열사로 돌리는 순환 인사도 이 같은 고민의 발로다. SK그룹 역시 많은 임직원들이 다양한 계열사에서 활약하도록 인사 전략을 펼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재무·구매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차진석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재정 관료 출신이다. 하지만 주요 관료가 퇴임 뒤 낙하산으로 사기업으로 옮기는 사례완 차원이 다르다. 최연소 임원으로 SK로 영입돼 지주사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핵심 재무 부서를 거쳤다.

차 부사장은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하지만 2000년 돌연 공직에서 나와 SK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구조조정 업무를 비롯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재무 총괄 등 굵직한 업무를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SK하이닉스에서 재무와 구매 업무를 모두 담당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갖췄다.

◇공직 엘리트, SK 최연소 임원되다
차진석 SK하이닉스 CFO 부사장
1963년생인 차 부사장은 1986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이던 1985년 행정고시 재경직(29회)에 합격해 이듬해부터 총무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합격 후 국세청으로 발령을 받아 1990년까지 조세 관련 업무를 맡았다. 3년간 국세청에서 업무를 마치고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옮긴 그는 금융정책실에서 금융 담당 업무를 맡으며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1992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미시간대에서 응용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차 부사장은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제도과 사무관, 은행제도과 및 증권제도과 서기관을 거쳤다. 굵직한 정책 업무에 참여했는데 대표적으로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에 참석한 경험이 있다. 이후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를 맞이했을 당시 기업들의 구조조정 업무와 관련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주요 국가 정책에 참여해 경험을 쌓으며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는 2000년 돌연 공직을 그만두고 민간기업인 SK그룹으로 들어갔다. 보장된 공직 생활을 그만두려하자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K그룹은 그를 구조조정 추진본부 금융신사업 담당으로 선임했다. 입사 다섯 달만에 상무로 승진해 그룹 최연소 임원 자리를 꿰찼다.

2001년 SK텔레콤으로 옮겨 엠커머스사업본부 엠커머스기획팀 팀장을 맡았고 이듬해 엠파이낸스 사업본부 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당시 SK텔레콤은 종합금융 유통사업자를 장기 비전으로 내놓고 휴대폰 결제시장에 뛰어들었다. 차 부사장은 모바일 금융 유통시장 개척을 이끌었다. 특히 글로벌 금융회사 비자와 제휴를 체결했고 경쟁사인 LG텔레콤과 휴대폰 지불-결제사업 공동 추진을 주도했다.

전통적 금융업계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신규 먹거리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했던 경험을 갖춘 차 부사장의 역할이 컸다. 이후 SK텔레콤에서 CV본부 본부장, CRM본부 본부장을 맡으며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2006년 SK텔레콤을 떠나 지주사인 SK㈜의 자금담당으로 이동했다. 당시 SK그룹은 계열사간 광범위한 교류 인사를 보편화시키고 있었다. 차 부사장은 그룹 지주사의 자금 담당으로서 훗날 CFO로 오르기 위한 경험을 쌓았다.

SK에너지로 옮긴 차 부사장은 경영관리담당을 거쳐 2010년 CMS 재무부문장에 오르며 본격적인 CFO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SK에너지는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차 부사장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자산 등을 매각하는 짠물 경영을 펼쳤고 석탄사업을 SK네트웍스로 넘기는 등의 슬림화 전략을 지휘했다.

◇SK 핵심 계열사 '재무통' 확고

차 부사장은 SK그룹 핵심 계열사의 재무라인에서 경력을 쌓아올리며 영향력을 넓혔다. SK에너지에 몸담았던 2008년 이미 R&M경영지원본부장에 부임하면서 사실상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에서 전사 CFO 역할을 맡았다. 이후 2010년 CFO인 재무부문장으로 부임했다.

SK이노베이션의 최대 고민은 불안정한 유가로 인해 실적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는 점이었다. 정식 CFO로 선임됐던 시기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은 부임 당시 68조3712억원, 이듬해 73조330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3년 66조392억원으로 줄었고 2014년 65조8607억원, 2015년 48조3563억원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영업이익도 2011년 2조9595억원에서 2012년 1조6993억원, 2013년 1조4586억원으로 감소하더니 2014년 영업손실182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들쑥날쑥한 성적표를 보였다.

때문에 석유개발사업의 안정성 확보가 최우선 목표였다. 차 부사장은 수익이 높았지만 리스크가 컸던 브라질 광구를 덴마크 머스크에 매각했고 원유수입처도 다양화해 중동 비중을 70%로 낮췄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단기 호황과 장기 불황이 지속되는 '뉴노멀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장기적 전략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 시장 진출에 나섰다. 차 부사장은 대상 기업 물색과 물밑 협상 등 실무를 주도했다. 2013년 자회사인 SK종합화학과 중국 국영 화학회사 시노펙의 합작법인 '중한석화' 설립과 2017년 자회사 SK종합화학의 미국 다우케미컬의 에틸렌 아크릴산(EAA) 사업 인수도 모두 그가 CFO로 재직하던 시기에 성사시켰다.

10여년간 SK이노베이션 재무 책임자로 재직했던 차 부사장은 2018년 또다른 핵심 계열사인 SK하이닉스로 둥지를 옮겼다. 지주사를 비롯해 통신, 석유·화학 산업에 이어 반도체까지 섭렵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SK그룹 인재 활용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로 떠올랐다. 업계에 따르면 차 부사장은 공무원 출신답게 평상시 실수가 적은 선비 타입으로 알려졌다. 업무에서도 감정적인 접근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성을 유지해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판을 얻고 있다.

그는 SK하이닉스에서 재무·구매담당을 맡았다. 전임 CFO인 이명영 부사장의 직책이 경영지원 담당이었음을 상기해보면 역할이 구매 분야까지 확장됐음을 알 수 있다. 권한과 책임의 확대는 그룹 내에서도 그의 확고한 존재감을 짐작하게 한다.

다만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2019년부터 실적 부진에 따라 재무구조도 악화되면서 고민이 크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및 현금자산은 전년 말보다 4조3750억원이 줄어든 3조995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차입금은 5조2420억원 늘어나면서 10조원을 돌파했다. 이에 따라 차입금 비율은 2018년 말 11%에서 작년 말 22%로 두배 뛰었고 순차입금 비율도 -7%에서 14%로 플러스 전환했다.

여기에 대규모 투자 여지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심의를 통과시키면서 향후 자금 투입 확대가 불가피해 보인다. 재무적 안정성에 부담이 크다. 차 부사장은 안정적 수익구조 구축과 현금자산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1조6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성사시켜 채무상환자금으로 활용해 한숨 돌렸다.

그는 그동안 다양한 계열사에서 재무관리자로서 경험을 축적했다. 작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장비투자 등 자본적지출(CAPEX)을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으로 반도체 업황에 맞춰 경영 환경을 꾸려나가는 운용의 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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