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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장기화 조짐에…'전자투표제' 부담주주제안 받아들여 의안 상정, 사실상 가결 어려울 듯

유수진 기자공개 2020-03-06 08:01:57

이 기사는 2020년 03월 05일 16:5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제 도입 여부를 표결에 부친다.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의 주주제안을 받아들여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이번에 도입이 결정되면 당장 다음 주총에서부터 곧바로 시행에 나서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표심을 미리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 탓에 도입을 달갑지 않아하는 눈치다. 최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 주주연합 측이 추가 지분 매집에 주력하며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도입 저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진칼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항공 사옥에서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는 27일 주총에 상정할 안건을 확정했다. 이날 이사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의안 외에도 최대주주인 주주연합이 주주제안한 안건도 모두 주총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따라서 KCGI가 지난해부터 요구하고 있는 전자투표제 도입도 정식 안건으로 상정됐다. 정확히는 한진칼 정관에 전자적 방법에 의한 의결권 행사를 아예 명시하자는 '정관변경의 건'이다. 주주연합은 주총의 효율성 및 주주권익 제고 차원에서 이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한진칼 역시 주주연합의 잇따른 요구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이번 주총에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높은 참석률이 예상돼 굳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한진칼은 “전자투표제 본래 취지는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총과 같이 참석률이 높은 경우는 불필요하다”며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 적용치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한진그룹이 사실상 전자투표제 도입을 원치 않는다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을 키워 주총 결과 예측을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늘상 경영권 분쟁에 시달리는 한진그룹으로선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이 주주연대와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내부적으로 도입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한진칼이 내놓은 공식 입장에서도 감지된다. 한진칼은 주주제안을 주총에 상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상법 제363조의2 3항을 언급하며 해당 법령에 따라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이는 전자투표제 도입안 등의 상정이 한진칼의 의지가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전자투표 도입 여부가 중요한 건 최근 양 측이 경쟁적으로 지분 매집을 이어가는 등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는 이번 주총에서 조 회장이 이사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경영권 다툼이 끝났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는 의미다. 압도적인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 측의 우호지분이 막상막하인 만큼 추후 임시주총 등에서 또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 후보가 선임될 경우 이사회 내 갈등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조 회장 우군으로 분류되는 미국 델타항공은 5일 한진칼 주식 38만2654주를 추가 매입했다. 지난 2일과 3일 각각 47만5928주, 34만8901주를 사들인데 이어 이달 들어 세 번째 매수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델타항공의 지분율은 13.98%까지 확대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받아야 하는 15%까지 1.02%만 남겨두게 됐다. 시장에서는 델타항공이 15% 한도 내에서 추가 매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주주연합도 마찬가지다. 반도건설은 지난달 여섯 차례 주식을 매수해 주주연합 측 지분율을 37.08%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KCGI가 32만2000주(0.54%)를 추가로 사들여 이달 초 주주연합 보유 지분은 37.62%로 추산된다.

다만 한진칼은 정관 개정이 전체 주식의 과반 출석, 그 중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특별결의사항이여서 해당 안건이 주총 문턱을 넘기가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한진칼 관계자는 "정관변경은 특별결의사항"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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