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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채안펀드, '신규 회사채·CP' 집중 필요 '한목소리'자금줄 마른 일반 기업, 수혈 필요…펀드 운용 고려, 골든타임 실기 우려

양정우 기자공개 2020-03-24 13:40:4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3일 17:1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채권시장안정펀드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신규 발행 물량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2008년 채안펀드는 투자 타깃이 은행채와 여전채, 유통 물량 등으로 광범위하게 설정됐다. 가뜩이나 조성 규모가 부족하다는 진단 속에서 자칫 유동성이 필요한 기업을 지원한다는 채안펀드의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채안펀드는 시장 안정을 목적으로 하는 정책펀드인 동시에 금융사가 출자한 민간펀드라는 태생적 한계를 지닌다. 펀드 조성에 공적 취지를 갖고 있지만 안정성과 수익성을 감안한다. 이런 운신의 한계 탓에 위기 기업에 자금을 수혈하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채, 여전채 등 투자 범위 광범위…한계 기업 수혈, '공적 목표' 우선해야

채안펀드는 내달 4월 1일부터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8개 주요은행장을 만나 은행권 간담회를 진행한 뒤 속도가 붙었다. 일단 10조원 규모로 시동을 걸기로 했다.

시장에선 채안펀드의 선제 등장을 반기면서도 2008년과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신규 발행 물량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가 모아진다.

옛 채안펀드의 경우 신용등급이 'AA-' 등급 이상인 은행채, 회사채, 여전채와 'A2-' 이상인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프라이머리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이 투자 대상이었다. 'AA-' 등급 미만 채권은 신용보강을 통한 P-CBO 형태로 투자를 받았다. 자금 경색 위기의 최전선에 놓인 일반 기업뿐 아니라 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 금융권도 채안펀드의 수혜 대상이었던 셈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은행과 여전사의 경우 신규 발행이나 차환이 어려우면 일단 영업자산을 늘리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극히 이례적 상황으로 치닫지 않으면 성장 둔화를 감수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일반 기업은 설비 투자 과정에서 자금 차환이 막히면 한계 상황으로 직행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채안펀드는 신규 발행 물량뿐 아니라 유통 시장에서 거래 물량을 인수하기도 했다. 물론 크레딧물의 금리 안정화를 꾀하는 조치다. 하지만 유통 물량을 인수할 경우 채안펀드 자금이 결국 투자 기관의 자금 회수에 투입되는 결과를 낳는다. 신규 발행 물량에 초점을 맞춰야 한계 기업의 숨통을 틔우는 본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다.

채안펀드가 선제 등판한 구원투수 역할을 완수하려면 시장 안정화라는 공적 목적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만일 펀드 운용사가 출자자의 수익성과 안정성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크레딧 위기를 진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옛 채안펀드는 모펀드를 중심으로 8개의 자펀드를 조성했다. △은행채 △회사채 △PF-ABCP·P-CBO △여전채·할부채 등 4개 영역에서 각각 2개의 자펀드를 설정했다. 당시 총 4~5조원 안팎의 자금을 집행한 가운데 PF-ABCP·P-CBO 영역에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은행채와 여전채·할부채 영역도 각각 10% 안팎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10조 채안펀드, 크레딧 낙관 금물 …2018년 위기시 실효성 효과 '의문'

정부가 채안펀드를 공식화하면서 일단 단기적으로 크레딧 불안감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2008년 채안펀드의 성과를 확대 해석해 낙관하는 건 금물이라는 진단도 만만치 않다.

당시 채안펀드 등장 이후 표면적으론 'AA-' 회사채의 크레딧 스프레드(회사채-국고채)가 450bp 수준에서 150bp 정도로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기간은 금융위기의 불안감이 상당히 해소된 시기다.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긴장감이 해소되면서 우량 물량의 경우 오히려 채안펀드에 돌아갈 몫이 없을 정도였다.

물론 그 시점에도 한계 상황에 노출된 기업은 자금 조달에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B급 회사채는 펀드가 직접 사들일 수 없었고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당장 자금 수혈이 시급한 기업은 유동화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너무 길었다. 한계 기업의 애간장만 태운 셈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시장 안정화에 채안펀드가 실효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의문"이라며 "잠시 시장의 심리를 달랠 수 있어도 근원적 해결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채안펀드가 신규 회사채와 CP 매입에 쓰여야 하는 건 물론 후속 대책도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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