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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파장]대형IB, 출자 이중 부담…채안펀드 참여 '속앓이'자체 '유동성' 위기 속 출혈 부담 가중…'모험자본' 되레 축소 우려

전경진 기자공개 2020-03-27 09:13:04

이 기사는 2020년 03월 26일 12:5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조성 과정에서 '이중 출자'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ELS(주가연계증권) 상품 손실 문제와 업황 부진 등으로 증권업계 전체가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가운데 31조원 규모 대규모 펀드에 출자토록 동원되자 '속앓이'를 하는 중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채안펀드의 경우 대형IB들이 참여하는 것은 오히려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자 동원으로 펀드 덩치는 키울 수 있지만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채안펀드가 추구하는 시장 유동성 공급 역할이 사실상 대형IB들의 전문 영역인 만큼 '가이드라인' 하에서 재량권을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간의 트랙레코드(이력)를 감안하면 펀드 운용사보다 대형 IB들의 개별적인 딜 추진력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재량권이 주어질 경우 오히려 정책에서 '소외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업황 부진, ELS 손실 여파 속 자금 여력 한계…'지원 대상이 지원하는 격'

금융당국과 IB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은 정부가 구성하는 31조원 규모의 공적펀드 2곳 모두의 출자기관으로 선정됐다. 정부는 현재 채권시장분으로 20조원, 증권시장분으로 10조7000억원을 마련 중이다.

이들은 모두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선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들이다. 국내 종투사 수는 총 8곳인데, 이중 비(非) 은행계열의 대형 증권사들이 지목된 셈이다.

하지만 은행계 종투사들도 '사실상' 2곳 펀드 모두에 출자하도록 요구받는 중이다. 5대 지주사 명목으로 각기 1조원씩 출자금을 조성하도록 요청이 들어온 탓이다. 금융당국이 직접 개별 증권사를 지목하지만 않았을 뿐 금융지주 차원에서 '책임 분담'에는 동원돼 간접 출자를 한다.

문제는 증권사들은 다른 업권에 비해 이중출자 부담을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지원의 대상이 돼야 하는 업계가 지원주체로 동원됐다는 지적이다.

구제척으로 정부가 총 100조원 규모 '코로나19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은 기업 부도 위기와 증권업계 부침 때문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가시화 된 데다 자금 융통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부실화가 걱정된다. 여기에 더해 이들의 사업비 마련을 책임져온 증권사들마저 투자상품에서 손실이 발생하자 자금 공급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종투사로 대변되는 대형IB들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ELS 상품 부실 문제로 손실을 대비한 증거금 추가 납입 요청(마진콜)을 받자 더 이상 기업금융 업무를 영위하기 힘들어졌다.

증권사들은 정부의 정책 취지만큼은 동감하고 있다. 또 업계 사업기반인 증권시장과 채권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펀드 조성인 만큼 부분적인 동참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다만 출자 규모나 채안펀드와 증안펀드에 동시에 출자하는 '이중 출자'에 대해서는 내부 고민이 깊어지는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개별 출자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건전성 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 취지에 동감하기 때문에 협조할 방침이지만 자금 여력과 건전성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안펀드 출자 효율성 '이견', 중기·벤처 자금 경색도 '우려'

증권사들이 시장안정펀드 중 채안펀드 조성에 동참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채안펀드를 통해 해소하려는 기업들의 자금 경색은 오히려 증권사들의 일괄 출자보다는 IB사업의 운신의 폭을 넓혀주는 쪽으로 정책이 유도됐을 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채안펀드를 조성해 차입금 만기 대응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돕겠다는 구상을 했다. 기업들의 발행하는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을 매입해주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채권 발행과 관련된 주관업무는 대형IB들이 특화된 영역이다.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IBK자산운용이 주도하는 것보다 오히려 8개 종투사들에게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주고 재량권을 부여하는게 효과적일 수 있다.

가령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업계 요구를 적극 수용해 '콜차입' 한도를 자기자본의 30%수준까지 확대해줬다. IB영업에 숨통이 트인 자본만큼 기업들의 CP나 회사채를 매입할 것을 할당해주는 편이 낫다는 설명이다. 늘어난 자금으로 기업들의 자산을 매입해 셀다운(재판매)하는 인수금융을 북돋는 편이 효율적이란 것이다.

특히 채안펀드의 경우 현재 투자 대상이 우량 CP와 회사채로 제한되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자금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 역시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에 재량권을 주면 오히려 정책에서 소외된 영역에도 유동성을 공급하는데 더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은 '돈'되는 곳은 누구보다 잘 찾아 들어가 딜을 수행한다"며 "일괄 출자보다는 그동안 전문성을 보여온 IB 영업이 활성화될 수 있게 규제를 완화해주시는 식으로 하면 시장에 '모험자본' 공급은 더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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