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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분석]서울제약, 사모펀드 새주인…외형성장 본격화하나큐캐피탈, 450억에 경영권 인수…시가대비 2배 프리미엄

강인효 기자공개 2020-04-21 08:32:4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0일 11: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큐캐피탈파트너스를 새 주인으로 맞은 서울제약은 한 해 매출이 500억원 안팎에 불과한 중소형 제약사다. 시가총액도 500억원 수준이었다. 큐캐피탈은 서울제약에 대해 1000억원의 가치를 인정하고 지분 인수에 나섰다. 큐캐피탈은 서울제약이 갖고 있는 ‘구강붕해필름(ODF)’이라는 특화 기술이 적용된 의약품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했다.

서울제약의 매각은 오너 경영이 대세인 국내 제약 산업에 새로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제약은 오너 2세의 지분을 사모펀드에 넘겼고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갖추기로 했다. 사모펀드는 특성상 일정 기간 내에 회사 가치를 키우고 엑시트를 하기 마련이다. 인수 과정에서 이미 두배의 기업 가치를 인정한 만큼 이보다 더 큰 외형 성장을 해야 엑시트가 가능하다. 오너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변화가 제약산업에 어떤 자극제가 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창업주 일가, 보유 지분 모두 사모펀드에 넘겨

서울제약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오너 2세이자 대표였던 황우성(53)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지분 매각에 이어 이사회에서도 배제되면서 오너 경영 체제가 마무리됐다.

서울제약은 윤동현(45) 큐캐피탈 투자본부장(전무)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변신했다. 윤동현 신임 대표는 수년간 정체된 서울제약의 외형 성장을 이뤄야 하는 과제를 맡았다.

서울제약은 창업주인 황준수(83) 명예회장이 지난 1976년 설립한 서울신약공업사가 전신이다. 황 명예회장은 서울대 약대 출신으로 1976년 건일약품에서 상무까지 지내고 그해 서울신약공업사를 설립했다. 이로부터 9년 뒤인 1985년 서울제약을 법인으로 전환했다. 지난 200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서울제약은 황 명예회장의 장남인 황우성 회장이 2001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승계를 마쳤다. 황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제약계 비전문가다.

황 회장은 당초 큐캐피탈이 서울제약 경영권을 인수했음에도 회사 경영을 이끌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되면서 완전히 회사 경영에 손을 떼게 됐다.

◇큐캐피탈 지분 44%를 450억에 인수

큐캐피탈은 지난 2월 28일 황우성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8명이 보유한 지분 44.68%(379만1715주)를 약 450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함께 서울제약이 발행한 150억원 규모의 제4회차 전환사채(CB)에도 투자했다.

3월 27일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른 대금 지급이 완료되면서 서울제약 최대주주는 큐캐피탈이 세운 ‘2018 큐씨피 13호 사모투자합자회사'로 변경됐다. 향후 큐캐피탈 측이 CB 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서울제약 지분 11.37%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전환 청구는 내년 3월 27일부터 2025년 3월 12일까지 가능하다.

큐캐피탈이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던 당시 종가(주당 5950원) 기준 서울제약의 시가총액은 505억원이었다. 큐캐피탈은 황우성 회장과 그 특수관계인 8명이 보유한 지분 44.68%(379만1715주)를 주당 1만1868원에 인수하며 서울제약의 기업가치를 1007억원으로 평가했다. 서울제약의 몸값을 2배나 쳐주고 인수한 것이다.

서울제약 신임 대표인 윤동현 큐캐피탈 투자본부장(전무)은 “상장 제약사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에 서울제약 경영권 인수 건을 굉장히 희소성 있는 거래로 생각했다”면서 “특히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시장 가격보다 2배나 높은 가치에서 협상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 검토나 실사 단계에서 서울제약의 밸류업(기업가치 상승) 포인트들을 확인했고, 150억원 규모의 CB 투자도 밸류업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다라는 판단 하에 이뤄졌다”며 “이러한 밸류업 포인트들에 집중 투자해 앞으로 서울제약의 성장성을 도모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제약 연도별 실적 현황(단위: 원)
◇큐캐피탈, 정체된 서울제약 외형 성장 탈피 급선무

서울제약의 과제는 외형 성장이다. 서울제약은 코스닥 상장을 앞둔 1999년 처음으로 연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매출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수익성이 매우 좋았다. 2000년대 초반 영업이익률은 20%를 넘었다.

서울제약은 지난 20년간 매출 규모가 4배 커지는데 그쳤다. 지난 10년간은 매출이 400억원대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해엔 매출 52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4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으로 이익률 8%를 기록하는 등 다소 호전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제약업계에선 통상 매출 1000억원 미만인 경우 중소형 제약사로 분류한다. 큐캐피탈을 새 주인으로 맞은 서울제약이 정체된 외형 성장을 극복하고 중소형 제약사를 탈피할 것인지 관심이 쏠린다.

업계에선 큐캐피탈이 의약품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단행한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제약은 경구용 의약품의 제형을 개선하는 특화된 기술을 자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구강붕해필름(ODF) 기술이다. ODF는 혀 위에 얹은 뒤 물 없이 녹여먹도록 돼 있는 필름형 의약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의 경우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한 뒤 기업가치를 증대시킨 다음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고수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투자를 한다”며 “통상 3~4년 내 투자 자금을 회수해야 하기 때문에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해서 매출 증대를 위한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윤동현 대표는 “서울제약은 전통적인 제약사로서 꽤 업력이 있는 회사로 평가하고 있고, 기존 사업 부문에 대한 스터디를 관련 실무 부서와 매일 회의를 통해 스터디하고 있다”면서 “향후 경영 전략 방안 등은 밸류업 포인트를 중심으로 추가할 부분과 보완점을 반영해 수립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계획한대로 밸류업이 이뤄지게 되면 몇년 후에는 좋은 회사로 성장하게 될텐데, 그때 가서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면 상장 제약사를 인수한 좋은 투자 사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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