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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구조조정]두산중공업을 살려야 할 또 다른 이유…'가스터빈'미·독·일 주도 시장서 개발 성공, 30조 시장에 '도전장', R&D 비용만 4000억 투입

구태우 기자공개 2020-04-24 09:18:32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3일 16:42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스터빈은 효율과 출력이 높아 전기 발전과 비행기 엔진에 쓰인다. 가스터빈의 효율이 높은 건 엔진의 구조 때문이다. 가스터빈은 연료를 태우기 전에 압축기를 이용해 공기의 온도와 압력을 높인 후 연소시킨다. 그리고 터빈을 이용해 전기 또는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가스터빈에 장착된 블레이드가 섭씨 1500도의 고온을 견디면서 시속 1200㎞로 회전하면서 출력을 낸다.

이로 인해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이나 석유를 이용한 발전보다 2배 적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전 세계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고민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추진하는 만큼 가스터빈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현재 가스터빈 시장은 약 300억 달러(한화 34조원)에 달하는데 앞으로 가스터빈과 천연가스를 이용한 발전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천연가스 시장은 광범위한 수요와 충분한 공급량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0년부터 천연가스 운송량이 지역 간 파이프라인 운송량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스터빈을 이용한 전력 생산량이 2016년 62.87GW에 달했는데, 2025년 91.87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유럽에서는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연이어 문을 닫는 추세다.

가스터빈 마켓 및 연구동향
가스터빈을 이용한 천연가스 발전은 다가올 미래가 아닌 현실인 것이다. 그럼에도 전세계에서 가스터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극소수다.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MHPS(미쓰비시와 히타치 합작사) △이탈리아의 안살도 등 네 곳 뿐이다. 미국과 독일, 일본이 가스터빈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한국도 가스터빈 시장을 손놓고 지켜봤던 건 아니다. 현대중공업(현 한국조선해양)은 1990년대 미국 원전 회사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가스터빈을 생산했다. 하지만 1990년 대 후반 IMF로 인해 가스터빈 사업에서 철수했다. 일본이 1980년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가스터빈 모델을 생산했고, 1990년대부터 자체 개발에 성공한 것과 비교된다.

가스터빈 국산화는 이보다 한참 늦은 2019년 두산중공업에 의해 이뤄졌다. 두산중공업은 한국중공업 시절부터 미국과 일본의 기술 지원을 받아 가스터빈 부품을 생산했다. 두산중공업은 2013년부터 가스터빈 국산화를 시도했다. 해외 업체들은 두산중공업의 국산화 시도를 극도로 꺼렸다.

지난해 말까지 이 사업에 들어간 연구개발 비용만 4443억원에 달한다. 두산건설 문제 때문에 유동성이 악화되던 지난해에만 1139억원을 가스터빈 R&D 비용으로 지출했다. 두산건설이 2013년부터 어려움에 처한 점을 고려하면 어려운 환경에도 가스터빈 개발을 이어간 셈이다. 두산중공업의 R&D 비용 중 가스터빈이 차지하는 비중은 76.6%에 달한다. 회사의 '명운'을 걸고 이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뚝심' 투자는 지난해부터 결실이 나오고 있다. 2023년 김포 47만KW 규모 천연가스 열병합 발전소가 세워지는데, 두산중공업이 자체 생산한 가스터빈이 들어간다. 지난해 9월 이 발전소에 들어갈 가스터빈을 최초로 생산해 성능 검사에 들어갔다. 수주 규모는 1046억원으로 발전소 건립비용의 17%를 차진한다.

두산중공업은 연 10기의 가스터빈을 생산할 수 있는 캐파를 갖췄다. 현재 두산중공업 내 다수의 부서에서 가스터빈 국산화에 매달리고 있다. 두산중공업 전략·혁신 부문 터보기계기술팀과 파워서비스 BG의 12개 팀이 가스터빈을 개발하고 있다. 스위스에는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연구개발센터가 운영 중이다.

두산중공업은 2026년까지 가스터빈 부문에서 연 3조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사업은 수년 간 노력 끝에 결실을 냈고, 이제 막 수주를 따내기 시작했다. 정부의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18GW 규모의 복합발전소가 건립되는데, 가스터빈 시장 규모만 10조원 규모다. 그리고 가스터빈 생산이 가능한 국내 업체는 두산중공업 뿐이다.두산중공업은 연 4조원을 갚아야 하는 유동성 문제를 겪고 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서 약 1조6000억원을 지원했다. 차입 규모가 큰 만큼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대기업을 지원한다는 부정적 관측도 있다. 국내 은행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약 3조원으로 추산된다. 채권단은 익스포저 규모가 커 채권 회수가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산중공업 유동성 지원으로 채권단이 손실을 볼 확률은 낮은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과 철강업 등 이미 성숙기에 다다른 중후장대 산업과 달리 두산중공업은 가스터빈 등 성장성이 높은 사업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은 연 6조원 안팎의 매출, 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앞으로 가스터빈 사업에서 3조원의 매출을 낼 것으로 감안하면 9조~10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두산중공업이 재무구조 개선에 실패해 출자전환을 한다고 해도 채권단은 '손해를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게 업계의 분위기다. 과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17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이) 뱅커로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며 "4조2000억원을 지원해 1년 간 납품해 8조9000억원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을 통해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자구안도 초과달성했다. 부채비율은 20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유동성 지원 또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닐 것"이라며 "가스터빈 등 미래의 캐시카우들이 버티고 있는 만큼 밑빠진 독에 물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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