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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M&A]길어지는 구조조정, '막판 변수' 되나공정위 승인으로 9부 능선 넘어, 해외심사·타이이스타젯 정리 필요

유수진 기자공개 2020-04-27 13:56:46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4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이 좀처럼 마무리되지 않으며 제주항공의 인수 계획에 막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현재 조종사들이 고용안정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서는 등 인력 감축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구조조정이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며 거래 종결 시점이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인력 감축 등에 대해 '자체적인 경영적 판단'이라며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잔금을 치르고 최대주주로 올라서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게 된다. 성급히 인수를 추진할 경우 괜한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인수 시기를 조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정부가 최근 기간산업 지원조건으로 고용유지를 내세우며 인력 조정에 대한 경계가 한층 강화된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오는 29일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51.17%) 인수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2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이날을 주식 취득예정일로 정했다. 양측은 545억원에 해당 지분을 주고받기로 하고 국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등 잔금을 치르기 전 선행돼야 하는 주요 절차들을 밟아왔다.

특히 2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두 회사의 결합을 승인하며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이스타항공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회생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돼 기업결합 제한규정의 적용 예외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승인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으로부터 최대 2000억원 규모의 인수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조건도 충족됐다. 태국과 베트남 등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도 조만간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때까지 제주항공의 인수 절차가 일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잔금 납부가 이달 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구조조정이 완료되지 않은 상태의 이스타항공을 품기에는 추후 리스크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체결한 계약서에 구조조정 관련 조건이 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내놓는다. 다만 계약 당사자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모두 계약내용에 대한 보안을 철저히 지키고 있어 사실 여부나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일단 새 주인이 되는 제주항공 입장에서 이스타항공의 구조조정 장기화는 반갑지 않은 이슈다. 잉여인력이나 자산 등이 정리돼 가볍고 날렵해진 이스타항공은 환영이지만 구조조정 여파가 인수 이후로까지 이어지는 걸 원치 않는다. 곧바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 등을 실시해야 하는데 노사 갈등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경우 계획 추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그간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구조조정과 거리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실상 현 경영진이 해당 절차를 마무리하라는 시그널을 보내왔다.

제주항공 측은 "최종 인수 전까지 이스타항공의 경영진 책임하에 당면한 경영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구조조정 및 위로금 지급, 퇴직자 관련 처우 등은 이스타항공의 경영적 판단"이라며 자사와 무관하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를 두고 인수 후 구조조정 이슈에 휘말리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문제는 구조조정이 직원 반발에 부딪혀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스타항공은 노사협의를 통해 350명 가량을 감축하기로 하고 희망퇴직을 받았으나 신청자 수가 기준에 크게 미달됐다. 두차례 기간 연장에도 여전에 목표를 채우지 못해 결국 24일쯤 정리해고 대상자에게 통보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조종사들이 민주노총과 손잡고 단체활동에 나서면서 한동안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정부가 고용유지를 전제로 항공업 등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주항공으로서는 고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여파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 지원 등을 받기 위해선 고용유지 등과 관련해 괜한 오해를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세부사항이 결정되지 않았고 M&A라는 특수 상황도 감안되겠지만 이스타항공 구조조정과 더더욱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이 밖에도 이스타항공이 태국 타이이스타젯과의 관계를 정리했는지 여부도 거래 종결 시점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스타항공은 타이이스타젯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으나 B737-800 항공기 1대 리스에 대해 3100만 달러(383억원) 상당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자본잠식을 벗어난 적 없는 이스타항공이 수백억원대 리스보증을 서줬다는 점 등을 들어 두 회사의 관계에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이를 인지하고 있던 제주항공도 양사간 관계 정리를 최종 인수의 선행조건으로 내걸었다.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당연히 이스타항공 구조조정이 마무리된 시점에 최종적으로 인수하기를 원치 않겠느냐"며 "사실상 이달 29일에 잔금을 치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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