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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코로나쇼크 2분기부터" 익스포저 주시 [은행 비상경영전략 점검]연초 전략 5월 중순께 수정 검토...경제위기 경험치, 위기극복 '자산'

김현정 기자공개 2020-04-29 09:00:42

[편집자주]

코로나19 위기를 성공적으로 대응한 것과 별개로 한국 경제는 점점 위기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밑바닥 경제를 시작으로 대기업까지 곳곳에서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한 공적 역할을 맡은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연초 구상했던 경영 전략을 새로 짜야하는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금리, 환율, 유가 등 거시 경제의 악화 속에서 긴급하게 수립된 시중 은행들의 비상경영 전략에 대해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은 아직 연초에 설정한 실적 목표치를 수정하지 않았다.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2분기부터 ‘코로나 쇼크’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월 중순쯤에는 목표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 및 기업 대출 확대에 따라 추가 충당금 설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화 자금시장이 불안정해 해외 IB영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국내 시장 공략으로 이를 만회하고 있다는 평이다.

우리은행은 IMF·리먼사태 등 금융위기를 보낸 경험이 이번 코로나 사태 여파를 헤쳐나가는데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1분기 정책 대출 확대로 예상보다는 선방한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지만 진짜 문제는 2분기부터라는 판단이다.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은행의 이익 창출 여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은행업에 미칠 충격파는 항공업·정유업처럼 바로 오지 않고 후행적으로 드러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사회를 거쳐 통과시킨 연초 연간목표는 당장 수정은 어렵다”며 “3월 중순부터 수치가 나오고 있지만 최소 5월은 돼야 예측이 가능하고 실질적 영향을 계산해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중소기업대출을 확대해왔지만 동시에 건전성 관리에도 공을 들였다. 우리은행의 작년말 중기대출은 87조5060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6% 늘어났는데 하나은행(10.3%) 다음으로 증가 폭이 컸다.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NPL)비율(0.4%)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낮았다.

3월 들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정부의 금융지원 당부도 묵직해지면서 시중은행들의 자산건전성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역시 최근 기업대출을 적극 늘리고 있다. 지난 1분기 대기업 대출은 10.9%(1조6346억원) 급증했고 중소기업 대출은 2.4%(1조9801억원) 늘었다. 각종 코로나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앞으로 해당 대출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충당금 역시 대거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 우선 숙박업, 여행업, 항공업, 유통업, 음식업 관련 여신을 주요 관리대상으로 꼽았다. 소비 위축에 따른 익스포저가 높은 여신들이다. 글로벌 경기 위축 영향을 받을 만한 자동차업, 석유화학업, 조선업, 정유업 여신에도 비상경보를 켜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경기전망치를 바탕으로 대손충당금 적립규모를 분석하고 있다”며 “한두달간에도 시뮬레이션된 규모가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아직 충당금을 많이 쌓고 있진 않고 거래처 상황들을 업종별로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 특히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해외 투자금융(IB) 쪽이다. 이는 사실상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겪고 있는 문제다. 현재 자금매칭 문제로 대부분의 IB영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IB론은 장기물에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한 번 대출을 일으킬 때 많은 달러가 필요하다. 달러자금시장이 불안정한 현재로서는 IB 영업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대신 우리은행은 국내 시장에 주력해 인수금융, 고속도로 등 인프라금융, VC시장 성장금융 쪽 딜 발굴에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코로나 위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개월물 단기시장이 좋아지면서 소액여신의 경우 일관적 스탠스가 유지되고 있지만 굵직한 해외 IB 대출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면 미팅이 어렵지만 화상 회의 등을 통해 국내 딜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 상황이 어렵지만 우리은행은 실적 방어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실제로 일선 영업점들의 경우 국내 코로나 19 확진자수가 줄어들면서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한 달 전에는 영업점 결제성계좌 KPI 목표를 조정했다. 영업점 내점고객의 급감을 고려한 조치다. 일반 지점은 3월 1개월 목표치를 하향조정했고 대구·경북지역은 1.5개월 목표치를 차감했다. 하지만 4월의 경우 다시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덕에 아직 목표치를 수정하지는 않고 있다.

우리은행 내부적으로는 그간 경제 위기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번 코로나 위기에 대한 대응이 상대적으로 능숙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은행은 2월부터 코로나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서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리 차입을 당겨놓았다. 리스크그룹에서 매일 매일 점수를 내고 임계치에 이르면 자금부가 당장 자금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자금을 조달해놓는 식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IMF, 리먼사태 등을 겪으면서 외화자금 쪽 조달 이슈가 크다는 것을 경험해왔다”며 “그때는 넋놓고 있다 당했지만 지금은 워낙 위기상황플랜이 잘 짜여져 있기 때문에 금리가 터무니 없지 않은 이상 계속 자금을 조달하면서 여유자금을 마련해놓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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