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伊 헬스케어 DLF '포장지가 세겹', 고보수 '논란' 기초자산, '펀드-파생상품-펀드'로 싸여…불가피한 구조 vs 과도한 비용 발생

이효범 기자공개 2020-04-28 13:06:54

이 기사는 2020년 04월 27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채권 파생결합펀드(DLF)의 보수와 수수료도 도마위에 올랐다. 투자자가 인지하는 비용 뿐만 아니라 기초자산 매입 과정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추가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해외 대체투자를 실시하는 투자구조 상 불가피한 비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해외 고위험 자산이 국내에서 중위험 혹은 안정적인 자산으로 둔갑하는 과정에서 비용만 늘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하나은행이 판매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DLF는 대체로 해외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형태다. 투자금 유입 흐름은 '국내 운용사 DLF-국내 증권사 파생결합증권(DLS) 혹은 총수익스와프(TRS)-해외 운용사 펀드-이탈리아 헬스케어 매출채권'으로 다소 복잡하다. 기초자산을 싸고 있는 투자 비이클은 '펀드-파생상품-펀드'로 세겹이나 되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가 해외 대체자산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해외 대체투자 펀드에 직접 투자하려면 현실적으로 걸림돌이 많다. 해외 현지 법인이나 파트너가 전무한 상태에서 거래에 필요한 거래계좌 개설, 환헤지 등의 투자와 연관된 제반업무를 직접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현지에서 외국계 투자자에게 요구하는 까다로운 자격 요건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의 구조화 상품을 통해 이같은 걸림돌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국내 운용사가 펀드를 통해 이탈리아 매출채권을 직접 소유하는 형태를 피하는 대신,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나 손실만 취할 수 있다. 이탈리아 헬스케어채권에 투자한 펀드가 우회적으로 DLS나 TRS 등의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형태를 띄는 이유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DLF 투자구조
문제는 이처럼 여러 단계를 거치는 구조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각 단계별로 보수 혹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일부 비용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펀드 운용에 비용으로 녹아드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예컨데 하나은행이 2017년 판매했던 DB자산운용의 이탈리아 헬스케어 DLF의 연간보수는 0.79%이다. 운용보수와 판매보수가 각각 0.57%, 0.2%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또 수탁보수와 사무수탁보수는 각각 0.01%씩으로 총 0.02% 수준이다. 연간 발생하는 보수보다 더 큰 비용은 판매사 선취수수료다. 해당 DLF의 선취판매수수료는 최대 1%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당 DLF에 DLS나 TRS를 제공한 국내 증권사도 수수료를 뗀다. 또 파생상품을 통해 투자하는 해외펀드도 운용보수를 받는다. 재간접 투자한 해외펀드를 브로커로부터 소개받았다면 이에 따른 소개비용도 발생한다. 투자자가 인지하는 비용 외에 투자 단계에서 발생하는 숨은 비용이다.

헤지펀드 운용사 관계자는 "환헤지와 스왑 업무 등을 하는 증권사와 해외펀드 운용사도 운용보수를 수취하게 된다"며 "비용은 구조에 따라서 천차만별인데 특히 해외펀드 운용보수가 비싼 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펀드 운용사의 운용보수가 1% 대로 형성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른 상품이긴 하지만 하나은행이 지난해 판매해 논란이 됐던 독일국채 금리연계형 DLF도 과도한 비용문제로 감독당국의 지적을 받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독일국채 금리연계형 DLF 설계 및 판매와 관련된 금융회사들의 수수료는 총 4.93%에 달했다. DLF 상품 설계와 헤지부담을 안은 외국계 투자은행(IB)이 3.43%의 헤지수수료를 챙겼다. 또 은행(1.00%), 증권사(0.39%), 자산운용사(0.11%) 등도 각종 명목의 수수료를 떼갔다. 전체 비용은 투자자에게 돌아갈 약정 수익률의 2배를 훌쩍 웃돌았다.

이탈리아 헬스케어 DLF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연간 수익률은 5% 안팎이다. 업계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비용을 감내하면서 투자자에게 이같은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산인 헬스케어채권에서 이보다 더 높은 수익률이 예상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고위험-고수익 채권인 셈이다. 국내 증권사 파생상품 수수료, 해외펀드 보수, 브로커 비용까지 상쇄하고 투자자의 원금과 수익률을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의 예상 수익률이 비용을 상쇄하기 어려운 수준일 경우 레버리지를 활용한 구조를 통해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을 극대화하기도 한다. 레버리지는 투자원금 외에 차입을 통해 추가로 자산을 매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투자원금 100억원으로 매입한 A라는 기초자산을 담보로 차입을 일으키고, A라는 자산을 100억원어치 추가로 매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는 100억원을 투자했지만 기대 수익률은 2배로 늘어난다. 하나은행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이탈리아 헬스케어 DLF도 판매했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 기대 수익률이 5%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률은 적어도 3%포인트 가량 추가된 8% 수준은 돼야 할 것 같다"며 "해외 대체투자 자산을 편입하려면 거쳐야 하는 단계가 많은데 각 단계에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은 기초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통해 상쇄하는 구조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익률이 4~5% 정도의 해외 대체자산이 국내 투자자에게 도달하는 건 드물다"며 "국내에서 중위험 중수익 펀드로 소개되지만, 기초자산은 고위험 고수익인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