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5월 13일 07:3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감원이 달라졌어요." 사모펀드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금융회사 수장을 윽박지르던 지난해와 달리 '사고를 친' 판매사에 대한 태도가 누그러졌다. 피해를 본 투자자와 판매사간 합의로 손실을 어느 정도 메워준다면 한발 물러서겠다는 뉘앙스마저 풍긴다.임기 후반에 접어든 금감원장의 레임덕 영향일 수도 있고 불완전판매 이슈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감독당국이 감당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사모펀드 이슈가 감독당국에 의해 확대·재생산되는 형국은 분명 아니다. 물론 금융회사와 투자자간 '조용한' 분쟁은 지속되고 있다.
오히려 서로가 불완전판매를 직시하며 인정하는 분위기다. 감독당국도 그렇고 판매사도 마찬가지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는데 판매사가 자인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서로가 불완전판매라는 '프레임'을 자발적으로 씌우려는 느낌마저 든다. 사태 해결의 솔루션인마냥.
불완전판매 프레임은 감독당국 입장에서 보면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아니라 판매사가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다.
판매사 입장에서는 불완전판매로 간주된 이후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면 비즈니스의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지점에서 일어나는 고객과의 만만찮은 충돌과 송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돈을 들여서라도 손실을 보상해주고 싶은 상황인데 불완전판매라는 '잠정적' 결론으로 감독당국이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불완전판매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손실 보상은 경영자의 배임이슈와 직결된다.
불완전판매 '프레임'은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격의 타깃을 명확하게 해준다. 잘못 투자한 것에 대한 책임을 판매사에 확실히 전가시킬 수 있다. 투자 원리금을 모두 찾을 수는 없으나 손실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건 불행중 다행이다. 어떻게 보면 불완전 판매 '프레임'은 감독당국과 판매사, 그리고 투자자 모두에게 윈윈인 듯 보이게 한다.
하지만 치명적인 피해자는 있다. 판매사가 내야 하는 가지급금이나 손실에 대한 보상금은 결국 판매사 주주의 주머니로 갈 게 다른 곳으로 가는 것과 같다. 경영상 손실의 책임을 주주가 간접적으로 떠안는 셈이다.
더 큰 피해자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금융상품을 잘못 팔았다고 굴지의 판매사가 쓰러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영세한 사모펀드 운용사는 불완전판매 이슈와 엮이는 순간 치명상을 입는다. 고객 뿐 아니라 판매사들로부터도 외면받는다. 운용사 존립 여부가 달려 있는 문제다.
그래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인정하고 손실 보상에 나서는 판매사들의 전략(?)이 누구에게는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게 아닌지 묻는다. 불완전 판매 '프레임'은 결국 윈윈이 아닌 제로섬(zero-sum)이고 마이너스는 결국 영세한 '을(乙)'의 몫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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