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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바이오 기 살린 '슈퍼맨' 이강수 컴퍼니케이 부사장안트로젠 등 90여건 딜 수행, 의사·교수 창업 '밸류 크리에이터' 지향

박동우 기자공개 2020-06-01 08:08:09

이 기사는 2020년 05월 29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강수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사진)은 바이오업계를 누비며 경영진의 기를 살렸다. 의사·교수 등 연구인들을 만나 창업을 독려했다. '슈퍼맨'으로 이들에게 물밑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안트로젠, 브릿지바이오, 고바이오랩 등 90여건 넘는 딜(deal)이 이 부사장의 손을 거쳤다. 그는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투자를 받치는 기둥이다.

산업 트렌드의 변화를 읽어내려는 의지가 충만하다. 창업가를 설득하고 공감하는 능력도 갖췄다. 덕분에 벤처투자 심사역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다.

벤처캐피탈리스트 20년차에 접어든 이 부사장의 지향점은 '밸류 크리에이터'다. R&D 성과의 사업화를 도와 바이오 생태계를 두텁게 다지고 싶은 포부가 담겼다.

◇성장스토리 : 바이오 매력에 벤처투자 20년, 든든한 '맏형'으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 부사장은 창업에 갈증을 느꼈다. 자본과 기술, 인력 어느 것 하나 갖춘 게 없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을 가까이서 지켜보고 싶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노하우를 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학교 동기들이 연구원이나 대기업으로 향할 때 벤처캐피탈로 눈을 돌렸다. 공학도 출신을 우대한다는 채용 공고에 이끌려 1998년 동부창업투자에 입사했다. 달콤한 나날은 오래가지 못했다. 외환위기 여파로 동부그룹이 구조조정에 들어가자 회사를 나올 수밖에 없었다.

쓴맛을 본 이 부사장을 받아준 곳은 외국계 제약사인 한국릴리였다. 품질관리부에서 2년간 일했다. 연구시설과 생산공정의 표준운용절차서(Standard Operating Protocol)를 구축하는 업무를 맡았다. 생전 접근하지 않았던 바이오 영역에 흥미를 느꼈다.

2000년 '제1 벤처붐'을 맞아 이 부사장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창투업계에 다시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렸다. 일신창업투자에 발을 내딛으며 어엿한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이 부사장은 "어느 섹터에 초점을 맞춰 회사를 발굴할 것인가를 놓고 항상 고심했다"며 "성장기에 막 들어선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생명공학 분야가 단연 매력적인 영역이었다. 고령화 흐름에 맞춰 질병 치료, 노화 예방 등에 대한 시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에 둥지를 튼 시점은 2011년이다. 일신창업투자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학범 대표의 러브콜을 받고 주저없이 합류했다. 내부수익률(IRR) 68%라는 성과를 올린 'M&A투자조합'을 시작으로 '챌린지펀드', '유망서비스펀드' 등의 운용을 총괄했다. 벤처캐피탈리스트로 일한 지 2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업계의 든든한 '맏형'이다.


◇투자 철학 : 경영진 전문성과 커뮤니케이션 역량 최우선 검증

바이오 분야에 일가견 있는 이 부사장이 가장 눈여겨보는 요소는 '사람'이다. 학문 업적이 뛰어난 연구진들의 창업을 돕고 초기 투자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화학연구원 출신 정두영 대표가 차린 '피노바이오', 주경민 성균관대 의대 교수가 세운 '메디노', 강동화 서울아산병원 교수의 '뉴냅스' 등 많은 스타트업들이 이 부사장의 손을 거쳤다.

창업자를 포함해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중시한다. 사업 전략과 비전을 풀어내는 능력과 내부 직원을 통솔하는 리더십의 비결은 적극적인 의사소통에 달렸다고 인식했다. 우수한 논문과 아이디어로 무장했지만 조직이 내분에 시달리거나 시장의 인정을 못받는 사례도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사업에 유능한 팀을 골라내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독보적인 기술력과 연구 업적이 시장에서 결실을 맺으려면 회사 임원들이 안팎을 넘나들며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웅양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설립한 지니너스가 대표적이다. 이 부사장은 삼성융합의과학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2017년에 박 교수를 처음 만났다. 유전체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싶다는 포부를 외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진정성 어린 말에 반해 창업을 권유하고 투자를 단행했다. 지니너스는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기 시작했다. 작년 하반기 일본 이와테의대와 계약을 체결하고 암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트랙레코드 1 : '줄기세포 치료제' 안트로젠, 삼세번 투자의 결정판

안트로젠은 사람을 보며 베팅하는 원칙이 녹아든 사례다. 이 부사장은 세 차례의 투자를 단행했다. 부광약품의 자회사로 있다가 2013년 이성구 대표가 스핀오프(spin-off)한 업체였다.

제약업계에 오래 몸담은 팀 컬러와 줄기세포를 접목한 의약품 연구 능력을 감안하면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여겼다. 2013년 10억원을 지원했다. 3년 뒤 코스닥 입성을 계기로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원금대비 3배가량 수익을 거뒀다.

상장 뒤에도 이 부사장은 자금을 계속 투입했다.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 임상을 지켜보며 꾸준한 성장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2017년 안트로젠이 발행한 전환사채(CB)를 40억원어치 사들였고 이듬해 멀티플 2배의 회수 기록을 냈다.

올해도 CB를 인수해달라는 러브콜에 응해 25억원을 집행했다. 이번이 세 번째 투자다. 이 부사장은 "안트로젠은 창업자의 전문성과 기술 라이센싱 경험을 바탕으로 뛰어난 경영 역량을 갖춘 회사"라며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당뇨병성 족부궤양 치료제가 첨단재생의학치료제로 승인받는 등 주목할 사업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랙레코드 2 : '화장품' 카버코리아, 위기 뚫고 회수 빛났다

돌이켜보면 아찔했던 순간도 있었다. 화장품 브랜드 'AHC'로 유명한 카버코리아 투자 건이 그랬다. 23억원을 베팅해 약 2년 만에 280억원을 회수한 사례로 남았지만 한때 이 부사장의 가슴을 졸였다.

투자 시점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카버코리아는 한류 현상을 등에 업고 중국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탄탄한 영업망과 가파른 매출 성장세까지 확인한 뒤 구주를 사들였다. 기업공개(IPO)를 이행하겠다는 계획을 접하고 순조롭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위기는 바깥에서 터졌다. 정부가 사드(THAAD)를 도입하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시작됐다. 해외 사업이 기로에 서자 카버코리아는 증시 상장 대신 인수·합병(M&A)으로 활로를 모색했다.

이 부사장은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갖고 위기를 돌파했다. 그는 "IPO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조언을 준 만큼 아쉬움도 있었지만 경영진의 판단을 존중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화장품 사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결정한 M&A를 믿고 지켜본 결과 열매를 맺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골드만삭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이 카버코리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투자원금의 12배가량을 회수했다. 덕분에 자금을 집행했던 농림축산투자조합의 성과가 준수했다. 농림조합은 내부수익률(IRR) 18%로 작년에 청산했다.

◇업계 평가 : 신산업 학습 의지, 창업가 설득·공감 능력 탁월

이 부사장을 아는 벤처투자가들은 한목소리로 '학습 의지가 뚜렷한 인물'로 평가한다. 나이 쉰을 넘겨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과정 공부를 이어가는 모습은 심사역들의 귀감이 됐다.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를 파악하는 행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 부사장은 2010년 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와 의기투합해 벤처캐피탈 심사역 공부 모임인 '모바일·인터넷 투자기관 협의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4차산업혁명 투자기관 협의회'로 간판을 바꿨다. 매달 ICT·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연다.

송 대표는 "벤처 투자의 변화 양상을 읽어내는 감각이 뛰어나다"며 "나이를 가리지 않고 심사역들의 지식 교류를 주선하면서 벤처캐피탈리스트의 역량 향상에 공헌해왔다"고 밝혔다.

국찬우 KB인베스트먼트 글로벌바이오투자본부장은 몇 차례 클럽딜을 진행하며 이 부사장과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1981년생인 국 본부장은 이 부사장과 12살 차이가 난다. 최근에는 '에스엔이바이오'의 삼성서울병원 스핀오프를 함께 도왔다.

국 본부장은 "창업가의 시각에서 함께 고민하고 경영상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노련함이 드러난다"며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지닌 경험을 피투자기업 대표에게 부드러운 언변으로 전달하고 설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 : 초기투자 재원 확보, '밸류 크리에이터'로 진화

벤처캐피탈업계에 뛰어든 지 20년이 지났다. 이 부사장은 여전히 투자 일선에 서 있다. 현재 1240억원 규모 '컴퍼니케이 고성장펀드' 운용을 총괄하면서 중·후기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데 힘쓰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 이후 '플래그십 펀드'를 결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얼리 스테이지(early stage) 기업 육성에 주력하는 조합을 구상했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의 연간 자금 집행 비중에서 초기 투자와 팔로우온(후속 투자)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밸류 크리에이터로 진화하는 게 이 부사장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의사·교수의 회사 설립을 도운 경험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갖춘 연구인들을 만나며 창업을 돕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며 "초기 투자와 회수, 후속 지원을 통해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두텁게 다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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