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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 '주주친화'만 '제자리' 이유는 [기업지배구조보고서 점검]전자투표 도입·주총 집중일 외 개최 등 '미준수'…경영권 분쟁 영향 해석

유수진 기자공개 2020-06-03 09:39:28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2일 15:0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진그룹은 지배구조 이슈가 끊이지 않는 기업 중 하나다. 2014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이후 오너경영의 폐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히며 재계 안팎에서 개선 요구를 받아왔다. 특히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그 틈새를 파고들기 시작하며 지배구조 개선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숙제가 됐다.

때문에 지주사 한진칼은 지난 1년간 살뜰히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다. 실제로 기업지배구조 현황을 평가하는 다수의 항목에서 전년 대비 상당히 진전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주의 권리 보장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해당 항목들은 경영권 분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개선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칼이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지배구조 관련 핵심지표 항목 15개 중 9개를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전년도 준수 항목이 6개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새 50% 개선을 이룬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이사회 및 감사기구와 관련된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이사회는 6개 중 4개(66.6%), 감사기구는 5개 중 4개(80%) 항목을 준수하고 있었다. 한진칼은 지난 1년 새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기업지배구조헌장 및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 등의 정책을 수립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부감사기구에 대한 교육도 기준(연 1회)보다 많은 연 4회 실시했다.


하지만 주주권익과 관련된 내용은 여전히 부진했다. 총 4개 지표 중 1개(배당정책·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만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0개)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진일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직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총 집중일 이외 개최 등을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당분간 해당 내역들이 지켜지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항목들은 주주친화정책인 동시에 경영권 분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주주총회 관련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한진칼 주총은 지난 2년간 경영권을 뒤흔들려는 KCGI 등 외부세력과의 표대결로 치러졌다. 전자투표 도입 및 집중일 개최 여부 등은 주총 출석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출석률에 따라 주요 안건의 가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칼은 올 3월 주총에서도 3자연합(KCGI, 조현아, 반도건설)으로부터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도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한진칼은 내부적 판단에 따라 끝내 전자투표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불확실성을 키워 주총 결과 예측을 방해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과 같이 3자연합과의 지분율이 엇비슷한 상황에서는 더욱 리스크가 있다. 자칫 소액주주 등의 숨은 표심이 상대편 쪽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3자연합은 전자투표제 도입 정관변경안을 주주제안하는 등 끈질기게 밀어붙였으나 특별결의(3분의 2 이상 찬성)의 벽에 부딪혀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했다.

당시 한진칼은 "전자투표제 본래 취지는 의결 정족수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번 주총과 같이 참석률이 높은 경우는 불필요하다"며 "시스템 해킹 등 보안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 적용치 않기로 했다"는 이유를 댔다.

한진칼은 이번 보고서에서 주총 소집공고 시점과 관련 "3주 전에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지표상 기준(4주 전)에 미치지 못해 'X 표시'를 하긴 했지만 주주 권리 보호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읽히는 대목이다.

주총 집중일 개최 관련해서도 "종속회사 포함 연결결산 등 주요 경영활동 일정 및 원활한 주총 운영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집중일에 개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향후 주총에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보고서에는 작년에 '준수(O)'였다가 '비준수(X)'로 바뀐 항목들이 일부 눈에 띄었다. △최고경영자 승계정책(비상시 선임정책 포함) 마련 및 운영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 등 두 가지다.

해당 내용들은 한국거래소의 보고서 작성 가이드라인이 이전보다 강화되면서 표기가 달라지게 됐다. 실질적으로 회사의 상황은 작년과 동일하지만 개정된 기준에 미치지 못해 표기를 달리했다는 의미다. 사실상 두가지 항목 모두 작년보다 악화됐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개정안을 소급 적용하면 한진칼의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개수는 2018년 4개에서 2019년 9개로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한진칼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승계정책은 후보의 선정 기준 등이 명시적으로 존재하는 경우, 내부감사 관련 항목 역시 경영진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인사정책 등이 명시적으로 있어야 '준수' 표기를 하도록 가이드라인이 변경됐다"며 "이에 따라 표기가 달라진 것 뿐 지배구조 관련 사항이 후퇴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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