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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물시장 관치 논란]'내로남불' 외평채 남발, 공기업은 되고 민간사는 안된다?②효용성 비판에도 정부 발행은 예외…허용 잣대 일관성 결여, 특혜 의혹도 제기

피혜림 기자공개 2020-06-09 15:28:14

[편집자주]

대한민국 자본시장에서 정부의 입김이 가장 강하게 작용하는 곳이 바로 한국물 시장이다. 외채 부채 관리를 전담하는 기획재정부는 기업 조달을 좌지우지하는 그야말로 막강한 권력자다. 한국물 발행을 위해서는 기재부를 향한 간곡한 읍소가 필수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온다. 자금 사용처와 프라이싱 일정 등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외화 건전성을 위해 일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달라진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지나친 '관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성 확보를 통한 한국물 시장의 성장 전략 등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06: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에 대한 관치주의 논란은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지나친 발행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일반 기업 외화채에 대한 자금 사용처를 사실상 차환과 해외 투자 등으로 제한했던 기획재정부가 정작 외평채 발행만큼은 예외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외평채의 벤치마크 역할을 최근 국책은행이 대체하고 있다는 점에서 발행 효용성에 대한 의문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 번의 조달만으로도 수백억원의 혈세가 지출되지만 기획재정부는 매년 외평채 발행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재부의 불공평한 기준이 불신을 낳는 경우도 빈번하다. 공기업 등 일부 이슈어는 원화 자금 수요에 대응해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발행사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 탓에 관련 업계에서는 일부 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한국물 시장에서만큼은 무소불위의 기관으로 인식되는 배경이다.

◇기준 비껴간 외평채, 관치주의 정점 지적

기획재정부는 올해 최대 15억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예고했다. 지난해말 국회로부터 발행 계획을 승인받은 데 이어 이달 1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의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행 검토 등을 논의한 결과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은 환율 안정 등을 목적으로 조성된 외국환평형기금 조달을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이번 외평채 조달은 올해 만기도래하는 물량이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사실상 차환과 해외투자 목적에 한해 외화채 발행을 승인하는 기획재정부 기준과 대치되는 조달이다. 각종 기준을 제시해 기업들의 외화채 발행을 어렵게 했던 모습과 달리, 기획재정부 주도의 발행에는 예외가 적용됐다는 점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만 하다.

외평채 효용성에 대한 의문도 높아지고 있다. 올 1분기말 기준 대한민국의 외환보유액은 약 4002억달러로 중국과 일본, 스위스, 러시아, 대만,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홍콩에 이어 세계 9위 수준이다. GDP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중국과 인도를 웃돈다. 외환보유액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취지로 외평채 발행을 이어오고 있지만 타 국가와 비교해도 상당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외평채의 목적 중 하나였던 벤치마크 역할 역시 미미해졌다. 국가 신용등급 기준 AA급 우량 크레딧에 힘입어 한국물은 글로벌 채권시장 내에서도 꾸준히 몸값을 높이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KDB산업은행 채권이 AA급 크레딧과 국책은행이라는 지위에 힘입어 상당한 인기를 끄는 이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KDB산업은행이 아시아 우량채 조달의 포문을 여는 등 국책은행만으로도 시장 선도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점 역시 벤치마크 역량을 드러내기엔 부족해 보인다.

반면 외평채 발행에는 부작용도 따른다. 현재 만기도래하지 않은 외평채 발행량은 달러환산 기준 74억 1593만달러 규모로, 이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은 4억 8544만달러에 달한다. 이미 상당한 외환보유고가 쌓인 상황에서 올해 추가로 외평채 발행에 나설 경우 이자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관련 업계에서는 10년물 발행시 만기까지 약 913억원(7500만달러)가량의 비용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상당한 외환보유액이 쌓인 상태에서 만기도래물이 없는데도 외평채 발행에 나서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이미 외평채에 대한 효용이 사라졌지만 관료주의적 특성 등으로 인해 반복적으로 조달을 이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상이한 허용 기준, 특혜 의혹 제기도

정부가 사실상 외화채 발행을 승인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관여하다보니 공정성 이슈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모습이다. 과거 한국물 발행을 시도했던 일부 공기업의 경우 현재까지 원화 자금 수요에 대응한 발행이 가능하다. 과거 차환과 해외투자로 자금사용처가 제한되지 않았을 당시 조달해 꾸준히 만기도래 물량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화 자산이 필요치 않은 공기업은 한국물 주요 이슈어로 자리매김해 조달을 이어가는 반면, 정작 외화가 절실한 민간기업은 강화된 기재부 기준 탓에 자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이슈어에 대해 특혜가 적용된 게 아니냐는 의심 역시 상당하다. 롯데물산은 2018년과 2019년 각각 한 차례씩 외화 보증채를 발행했다. 지급보증 제공 기관은 KB국민은행이었다. 당시 자금 사용처가 롯데월드타워 건설자금 상환 등이었다는 점에서 원화 수요에 대응한 예외적 허용이 아니냐는 의혹이 업계 내 일기도 했다.

기획재정부(구 재정경제부) 출신 이정환 사장 취임 이후 주택금융공사의 유로화 커버드본드 발행이 시작된 점 등이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는 원화 자금 마련을 위해 외화채 시장을 찾는 대표적인 공기업 중 하나다.

한국물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 도리어 기획재정부의 유연성을 제약하는 장애물이 된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기재부가 외평채 발행을 사실상 승인하는 형태로 시장을 조성해나가자 조달 여건 등을 고려해 내린 예외적 결정이 시장 내 불신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라며 "꾸준한 발행 등으로 한국물 시장 내 상당한 역량이 쌓인 데다 발행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는만큼 시장 자율에 맡기려는 시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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