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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컨버전 시대]디벨로퍼, 수명다한 도심공간 '퍼즐' 교체 나섰다언택트 가속화, 주거공간 탈바꿈 대세…천편일률 용도지정, 규제완화 불가피

신민규 기자공개 2020-06-08 10:00:32

[편집자주]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에서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지엽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에서 나아가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필요에 따라 새롭게 탈바꿈하는 현상 자체를 아우른다. 도시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편이지만 급격한 인구감소와 코로나19 이후 언택트(Untact) 소비, 재택근무 증가는 도심 공간의 기존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정부가 천편일률적으로 용도지정을 하던 낡은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벨이 디벨로퍼 사례를 중심으로 '컨버전' 아이디어의 격랑 속으로 들어가봤다.

이 기사는 2020년 06월 04일 14:30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용도변경(컨버전, Conversion)은 도시 역사가 길어지면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현상이다. 해외의 경우 직주근접 문화가 정착하면서 필요에 따라 서서히 진행됐다면 국내에선 속도감부터 남다른 면이 있다.

국내 디벨로퍼(developer) 업계가 발빠르게 컨버전 대상 발굴에 나선 것은 기존 공간을 바라보는 시장의 관점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어서다. 인구감소와 같은 전통적인 지표 외에도 건축물의 용도를 좌우할만한 사회현상이 워낙 단기에 벌어진 측면이 컸다.

대규모 택지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의 등장은 국내 디벨로퍼 시장에 미치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상가시설 위축, 오피스 공실 등 기존에도 위태로웠던 공간들은 '언택트(Untact)' 시대에 빠르게 주거수요로 대체되고 있다. 정부가 건축물의 용도지정을 하던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이같은 수요를 충족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5월 진행된 홈플러스 안산점 매각 입찰 결과는 국내 컨버전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오래된 대형마트를 헐고 주상복합 건물을 올리는 개발사업에 16곳 안팎의 디벨로퍼들이 운집했다. 대형 디벨로퍼가 5000억원 이상의 입찰가를 적어낸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개발사업은 상업지역 내에서 상업시설을 주상복합시설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의미의 용도전환은 아니다. 하지만 기능을 상실한 노후공간을 새로운 수요로 대체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컨버전 개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국내 컨버전 사례는 단발로 끝나지 않고 끊임없이 도심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홈플러스만 해도 대구 칠성점과 대전 둔산점을 개발전제 방식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직영 주유소 부지 10곳도 자체개발 사업으로 진행중이다. GS건설의 자회사인 자이에스앤디가 5곳을 가져가고 화이트코리아가 여의도 부지에서 개발을 진행한다. 지엘산업개발의 경우 강남 한복판에 있는 대형 스포츠센터를 헐고 주상복합시설을 짓고 있다.


도심 내 용도변경은 대부분 '주거공간'으로 교체하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상업시설, 백화점, 노후 연수원, 대형마트, 웨딩홀, 스포츠센터 등이 밀려난 자리에 주거공간이 빠르게 들어서고 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직주근접 문화를 바탕으로 서서히 컨버전이 진행된 것과 달리 국내시장에선 개발부지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행돼 더욱 절실해진 측면이 있다"며 "노후화에 더해 코로나19로 기능을 잃은 시설은 용도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시대 흐름에 따라 허용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장 용도변경이 진행되지 않더라도 도심내 기존 시설의 위축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업활동 감소와 재택근무 증가 현상은 오피스 수요 감소를 부채질했다.

최근 현대해상 강남사옥과 같이 대형 빌딩이 입찰에 흥행하긴 했지만 시장에선 다른 해석도 내놓고 있다. 초반 입찰가 대부분이 3.3㎡당 3200만~3300만원으로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당초 3.3㎡당 3500만원을 넘어 역대급 가격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치에 미치지 못했다. 여기에는 임차인 확보의 어려움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내부공실이 있는 상황에서 공간 채우기가 만만찮다고 판단했던 셈이다.


디벨로퍼 업계에선 오피스 빌딩 일부를 필요에 따라 주거공간으로 전환하려면 정부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

용도변경을 위해 풀어야 할 기존 규제는 산적해 있다. 도시개발 과정에서 용도지역을 지정하고 시설물에 따라 확보해야 할 공간을 천편일률적으로 재단해놨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건축물의 주차장 설치 기준만 해도 시설물의 종류에 따라 면적당 설치대수를 일일이 규정하고 있었다. 수요에 따라 자유로운 공간을 창출할 수 있기 위해선 주택법 시행령부터 각종 규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정부는 최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을 내놓고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높아진 오피스 공실률과 상가시설의 위축을 인지한 셈이다. 최근에는 기부채납 항목에 공공주택을 포함해 개발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다만 오랫동안 엄격한 용도지정을 통해 건축물의 개발을 규제해왔다는 점에서 사회변화에 맞게 용도변경의 물꼬를 터주는 전반적인 작업은 지속적으로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벨로퍼 관계자는 "사회의 모습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전후로 일순간에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간 패러다임도 자연스럽게 뒤따라 바뀌고 있다"며 "과거상에 얽매이지 말고 용도변경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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