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뗀 저축은행 '싱크탱크' 숙원 해결사 될까 서민금융포럼 발족, 당국·업계 인사 한자리…규제완화 한 목소리
이장준 기자공개 2020-07-24 08:00:14
이 기사는 2020년 07월 23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축은행의 비전을 논의할 '싱크탱크'가 출범했다. 서민금융포럼을 발족하면서 금융당국을 비롯해 당국과 업계 주요 인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추후 정기적으로 이를 개최해 저축은행 업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규제 완화 등 숙원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서민금융기관 중심 보증대출 재편 필요성 강조
저축은행중앙회는 23일 은행회관 16층 뱅커스클럽에서 제1회 서민금융포럼을 개최했다. '서민금융기관의 소상공인·소기업 보증대출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오전 7시부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금융당국과 학계, 저축은행 업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부원장이 주제 발표를 맡고 김종훈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장, 이기영 경기대 교수, 김상봉 한성대 교수, 엄창석 서울신용보증재단 상임이사, 김생빈 저축은행중앙회 금융본부장이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이밖에 김상택 SGI서울보증 대표, 한종관 서울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저축은행 대표 40여명 등이 행사에 왔다.
박재식 저축은행중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저축은행 서민금융포럼이 향후 서민금융과 관련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논의의 장으로 정착되길 바란다"며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으로 지속 성장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저축은행, 서민금융기관이 중심이 돼 보증대출을 해야 한다는 게 포럼 내용의 골자였다. 신용보증기구의 보증 대부분이 은행대출에 이용되면서 서민금융기관의 영업기반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시중은행의 보증공급액은 금융권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따라 서민금융기관에 적합한 보증상품을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역신용보증재단 등에 별도 출연을 통해 이용이 가능한 상품이나 기존 보증상품(보증비율 85% 이상)보다 낮은 보증비율이 적용되는 상품을 도입하는 식이다.
김대웅 웰컴저축은행 대표는 "대출신청부터 심사, 약정까지 자동화를 통해 업무원가를 낮추는 절차의 간소화가 중요하다"며 "보증비율을 낮추고 금리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서민들에게 혜택이 많이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오화경 하나저축은행 대표는 "금융사가 보증대출을 취급하면 BIS비율이나 손님 수 확보 등 부수적인 효과도 있지만 마진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보증부상품을 다양하게 꾸리는 등 수익성을 더 확보할 방안도 검토해야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명은 포럼이지만 세미나 성격이 강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앞으로 분기나 반기마다 서민금융포럼을 열어 업계 주요 현안 등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규제 완화 등 업계 목소리 힘 싣기
이번 행사는 저축은행 업계에서도 본격적으로 싱크탱크가 출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간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에서는 모두 싱크탱크를 운영해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행) △보험연구원(보험) △자본시장연구원(증권) △여신금융연구소(여전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싱크탱크는 업계의 현황을 파악하고 중장기 전망을 제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가령 여신금융연구소는 매달 국내 카드 승인 실적을 카드 종류별, 업종별로 집계하고 해외 여신금융 동향 관련 보고서를 내놓는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여신금융연구소가 정책 자료나 리서치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현업에 제공해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각 산업의 목소리를 모으는 창구의 기능도 담당한다. 보험연구원은 업계 CEO가 교류하며 현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도록 보험사 CEO 조찬회를 운영한다.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의 경우 해당 산업을 넘어 국가 거시경제를 전망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그간 싱크탱크가 부재했던 저축은행 업계에선 이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더구나 최근 저축은행은 양질의 성장을 이뤄내면서 과거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했을 때와는 완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 구조조정 이후 저축은행 산업은 대폭 축소했지만 2013년부터는 다시 성장세다. 특히 지난 3년간 20조원 넘게 몸집을 키우면서 1분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총자산은 78조1378억원에 달했다. 1분기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4%로 2017년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14.17%에서 14.83%로 상승했다.
이에 발맞춰 저축은행중앙회는 작년 하반기 11개 저축은행 사장·부서장과 함께 저축은행 중장기 발전 방안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 올해 들어 그 결과물로 서민금융포럼을 내놓았다.
첫 포럼 주제는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과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추후에는 업계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저축은행 업권을 대표할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며 "당국과 학계, 중앙회 차원에서 업계 발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둘러싼 규제 환경도 우호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앞서 3월 금융위는 금융산업 혁신경제 방안을 발표하고 저축은행 규제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 저축은행의 리스크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영업지역 규제를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도 완화키로 했다.
김종훈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업계 양극화가 심화된 가운데 저축은행이 서민금융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한 방향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보증기관을 활용한 중금리대출 확대, 저축은행 합병, 지점 설치 등 전반적인 개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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