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07월 28일 14시3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이 돈을 벌어서 갚아야 하는데 돈을 마련하려고 하면 이익이 나야 한다. 조세법을 개정해서 법인세를 내지 않고 이익을 늘려 그걸로 공적자금을 상환하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어차피 나라에 내는 돈이란 점은 차이가 없다. 어업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도 꼭 세금 감면이 필요하다.”수협중앙회 고위 임원의 말이다. 얼핏 들으면 공적자금 상환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듯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아한 구석이 있다. 법인으로서 정당히 수행해야할 의무인 법인세 납부와 공적자금 상환을 한 데 묶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말은 '어차피 공적자금도 갚을 돈이니 조세법을 개정해 법인세를 내지 않고 그 재원으로 빚을 갚겠다'는 대목이다. 일단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기 위해 조세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궁금했다. 수협중앙회는 이 같은 내용의 조세법 개정을 위해 입법기관인 국회를 최근 꾸준히 드나들고 있었다.
'법인세 납부와 공적자금 상환은 어차피 국고로 귀속되는 돈'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의아했다.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을 과세대상으로 삼아 부과하는 조세이고 법인으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하는 의무다. 모든 법인은 규모 및 그 역할 등에 상관없이 모두 법이 정한 대로 법인세를 납부한다.
반면 수협중앙회가 상환해야 할 공적자금은 세금이 아닌 '국고'에서 나온 돈이다. 과거 IMF 경제위기 이후 경영 안정성이 무너진 수협중앙회를 지원하기 위해 국민이 낸 세금으로 정부가 빌려줬다. 당시 정부는 1조1581억원의 공적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했다. 수협중앙회는 단 한번도 이자를 낸 적이 없는데 법인세 감면을 통해 원금마저 깎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법인세 감면 주장의 근거로 삼고 있는 ‘어업인 지원을 위해서’라는 논리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이익이 나면 하고, 이익이 안 나면 하지 않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업 육성과 어업인 지원은 수협중앙회의 존재 이유 그 자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금이라도 옛 축산업협동조합과 인삼협동조합의 과거사를 다시 기억해냈으면 한다. 경영 악화를 겪다가 2000년 농협중앙회로 모두 통폐합됐다. 공공성을 가진 협동조합들이 경영악화로 인해 통폐합된 사례들이다. 하지만 수협중앙회는 정부가 공적자금이란 '동아줄'을 내려줘 살아날 수 있었다.
수협중앙회는 오랫 동안 대내외 여러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펼쳤다. 이번 법인세 감면 요구도 어쩌면 수협중앙회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찾는 과정의 일부일 수는 있다. 그러나 수협중앙회가 제시한 해결책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져 있다. 조금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을 내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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