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05일 08시4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주주의 지배와 경영하에 그룹 계열사 A와 B가 있는 경우 A, B 양쪽에 투자하고 있는 주주와 한쪽에만 투자하고 있는 주주의 이해관계는 A와 B가 어떤 거래를 시작하면 서로 상충된다. 대주주는 통상 양쪽에 이해를 갖고 있어서 거래의 효과를 그룹 전체의 관점에서 보게 되고 그에 부합하게 거래 조건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A 또는 B의 주주는 자신이 주주인 회사의 이익이 해당 거래로 다른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희생된다고 여기면 반발한다.여기서 흥미있는 점은 이익을 시현한 것으로 여겨지는 회사의 주주는 침묵한다는 사실이다. 또, 주주들은 자신의 회사가 어려워지는 경우 ‘그룹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할 것을 경영자에게 요구하기도 한다. 즉, 다른 계열사로 하여금 내 회사를 지원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주들은 종종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문제는 여기서 민형사 소송이 발생하는 경우 법원이 상황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다. 민사소송은 회사나 주주가 제기해야 하지만 형사소송은 누구나 제기할 수 있어서 이 문제는 경영자들에게 큰 부담이다.

2017년 11월 9일 자 대법원 판결(2015도12633)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대법원은 우선 “기업집단의 공동목표에 따른 공동이익의 추구가 사실적, 경제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경우라도 그 기업집단을 구성하는 개별 계열회사는 별도의 독립된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 주체로서 각자의 채권자나 주주 등 다수의 이해관계인이 관여되어 있고,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집단의 공동이익과 상반되는 계열회사의 고유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동일한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간 지원행위가 기업집단 차원에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원 계열회사의 재산상 손해의 위험을 수반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기업집단 내 계열회사간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지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다음, 판결은 구체적인 고려 요소를 제시한다. 동일한 그룹에 속한 계열회사간 지원행위가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 있는지를 판단하려면, “[1] 지원을 주고받는 계열회사들이 자본과 영업 등 실체적인 측면에서 결합되어 공동이익과 시너지 효과를 추구하는 관계에 있는지 여부, [2] 이러한 계열회사들 사이의 지원행위가 지원하는 계열회사를 포함하여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회사들의 공동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특정인 또는 특정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여부, [3] 지원 계열회사의 선정 및 지원 규모 등이 당해 계열회사의 의사나 지원 능력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된 것인지 여부, [4] 구체적인 지원행위가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시행된 것인지 여부, [5] 지원을 하는 계열회사에게 지원행위로 인한 부담이나 위험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을 객관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여부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고 한다(일련 번호는 필자). 그래서 계열회사간 지원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의 재량 범위 내 행위라면 배임죄가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여기서 제시된 요건들의 구체적 해석이 학설과 판례에 의해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기업집단 경영은 세계에서 드물기 때문에 해외의 입법례나 판례의 도움을 받기도 쉽지 않다. 초기적이지만 우리 법원의 판례가 기업집단의 경제적 의미를 의식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발달되어 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공정거래법과 금융산업을 규제하는 제반 법령의 전례를 따라 상법이 기업집단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방안도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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