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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화재, 회계기준에 가려진 이익창출력 IFRS17 도입시 신계약비 초과상각분 대거 환원, 3000억대 비차익 전망

이은솔 기자공개 2020-10-12 07:08:07

이 기사는 2020년 10월 08일 11: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화재는 채권매각익을 가장 많이 실현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다. 업계에서는 이를 공격적인 점유율 확대와 사업비 지출에 따른 영업손실 방어 목적으로 해석한다. 이를 이유로 성장성을 의문스럽게 보는 시선도 있다.

다만 새 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게 되면 장부에 드러나지 않은 숨겨진 이익창출력이 크게 발현될 전망이다. 최근 몇년 간 지출한 사업비가 IFRS17 도입시 비차익으로 되돌아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 채권, 펀드, 대체투자수익을 포함해 총 2555억원의 처분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법인세차감전이익(세전이익)은 2981억원으로, 처분익을 제외한 이익은 426억원이었다. 메리츠화재의 처분익은 손해보험업 상위 5개사 중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손해율이 하락하는 등 업황이 개선되면서 메리츠화재의 처분익도 전년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채권을 포함한 펀드, 대체투자 등의 처분익으로 6250억원 가량을 반영했다. 2019년 법인세차감전이익은 3741억원으로, 처분익을 제외할 경우 영업이익은 적자였다.

손해율 상승과 보험료 인상 제한으로 보험 영업 자체만으로는 이익이 나기 어려운 상황에서 채권매각은 손실을 방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다. 장기 보험계약 부채를 보유하는 보험사의 특성상 장기 자산을 매입해 기간을 맞추는 부채-자산관리(ALM)를 위해서도 채권 매각이 필수적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메리츠화재의 자산 듀레이션은 10.48년으로 부채 듀레이션인 10.34년보다 소폭 길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의 경우 부채 듀레이션이 0.9년에서 1.9년까지 더 긴 것과는 상반된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을 매각하고 만기가 긴 국채 위주의 채권을 매수하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 메리츠화재의 문제점으로 꼽는 건 채권매각의 규모가 너무 크고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과거 고금리 시절 보유했던 장기채를 좋은 가격에 팔고 저금리인 현재 시점에서의 채권을 싼 가격에 사면 듀레이션을 유지한 채 순익을 낼 수 있다. 미래의 이원을 현재 시점에서 소진해버리고 있는 셈이다.


다만 메리츠화재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 채권처분 기여도가 타사 대비 높은 건 보험영업에서의 손실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는 초기 사업비가 많이 발생하는 장기인보험 판매에 집중해온 메리츠화재의 영업전략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장기인보험 시장에 집중했다. 대규모 설계사 조직을 갖춘 삼성화재와 경쟁하기 위해 독립 보험대리점(GA)에 높은 판매 시책을 제공하는 등 사업비 지출을 대폭 늘렸다.

현행 회계제도에서는 이연상각제도에 따라 상품 판매시 발생하는 신계약비를 7년 내 분할 상각할 수 있다. 아직 보험료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사업비를 한 번에 지출하는 건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나눠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70년짜리 종신계약에 대해 70원의 신계약비가 발생했다면, 보험사는 이를 최대 7년으로 나눠 매년 10원씩 신계약비를 상각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신계약비를 7년으로 나눠 상각하는 대신 초년도에 분할 상각하고 있다. 장기인보험에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던 해에 발생한 대규모 사업비가 첫해 손실에 그대로 노출되다보니 타사대비 보험영업 손실이 커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IFRS17이 도입되면 신계약비도 시가로 평가해 7년이 아닌 보험계약기간으로 나눠 상각하게 된다. 즉, 70년짜리 보험에 대해 발생한 70원의 신계약비를 70년동안 매년 1원씩 상각하는 방식으로 비용 처리방식이 변경된다. 만약 회계제도 도입 전 매년 10원씩을 비용으로 반영해뒀다면, 도입 후에는 차액인 9원이 사업비차마진으로 환입된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초년도에 사업비를 모두 비용처리했기 때문에 2023년 IFRS17이 도입되면 비차익이 발생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규모만 최소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손보사들이 최근 몇 년간 장기인보험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던 데는 이런 회계제도의 영향도 있었다. 장기보험이 자동차보험이나 일반보험에 비해 수익성이 높기도 하지만 IFRS17 도입 전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어 추후 비차익으로 순익을 방어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이다.

사업비 지출을 감내할 정도의 기초체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회계제도변경으로 인한 비차익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회사가 그리 많지는 않다. 삼성화재나 현대해상, DB손보, 메리츠화재와 같은 일부 대형사 정도만 이를 누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장기인보험 매출과 회계제도 변경 등을 고려해 자본을 운용하고 있다"며 "초과 상각된 비용이 추후 이익으로 반영될 것을 고려하면 미래 이원을 매각익으로 모두 실현하고 있다는 업계 시각에는 다소 오해가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현재 매각익을 많이 실현하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만 IFRS17 도입시 사업비에서 타사보다 메리트가 있다"며 "향후 채권을 통한 이차익이 감소하더라도 비차익을 통해 당기순익 방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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