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0월 21일 07시5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서 논란 중 하나는 산업은행의 입장이다. 산은은 100%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에 대해 "관여하지 않았다"며 원론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동걸 회장 역시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산업은행은 유한책임사원(LP)이고 KDB인베스트먼트는 업무집행사원(GP)이다. 펀드의 생리에 따라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은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인다.
물론 자본시장법상 LP가 펀드 업무에 관여하는 것은 금지된다. 즉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에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라고 지시 내리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다만 LP가 펀드 목적을 설정하며 GP에 특정 범위 안에서만 투자하도록 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또 LP와 GP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경우 사원총회를 통해 LP가 사안을 조정하고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다시 말해 KDB인베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는 산은의 이해관계에 어긋나지 않는 행보였다는 점을 시사한다.
즉 이동걸 회장 입에서 나온 '관여'라는 단어는 단순히 산은이 KDB인베스트먼트에게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도록 지시하지 않았다는 의미와 같다. 다만 KDB인베의 인수전 참여를 '승인'한 산은이 과연 "관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만을 내비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왜 산은은 방어적인 태도를 보일까. KDB인베의 인수전 참여 자체는 법리적 잣대를 들이대도 논란거리가 없다. KDB인베 이사회가 산은과의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지적일 뿐이다. 이 회장의 철학대로 KDB인베가 기업구조조정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면 이번 인수는 길이 기억될 선례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업계가 우려하는 지점은 공정성이다. 거래 상대방인 두산그룹이 '갑'인 채권단 측의 자회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은 상황을 공정하다고 느낄지, 경쟁자로 예비입찰에 참여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이 KDB인베의 참여 자체를 공정하다고 느낄지 여부다.
후한 값에 팔아야 하는 산은(채권단)과 싼값에 사야하는 KDB인베의 이해관계가 충돌된다는 문제도 있다. 이 딜은 시간이 갈수록 논란거리가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산은이 현재 시점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며 추가 해석을 경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시선이 짙다.
일각에서는 산은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흥행을 유도하기 위해 현대중공업지주를 끌어들이는 큰 그림을 그렸다고도 주장한다. 시간이 흐른 뒤 산은은 딜 흥행을 위한 '다크나이트'로 평가 받을까, 혹은 여전한 논란거리로 남아 있을까. 예비입찰이 시작된 지 약 한 달이 흐른 현재 재계의 눈이 산은과 KDB인베에 쏠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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