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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 프로파일]'기술과 사람' 읽어내는 강훈모 이사변리사 출신 1호 벤처캐피탈리스트, 피투자기업 밸류업 조력자

이윤재 기자공개 2020-12-07 07:40:51

이 기사는 2020년 12월 03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벤처스는 고유의 사업모델을 만들어나가는 벤처캐피탈이다. 기존 금융그룹이 하기 어려웠던 모험자본 투자를 전문으로 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에 나서고 있다. 운용자산은 설립 만 2년여만에 2000억원을 돌파하며 충분한 성과를 입증했다.

설립멤버인 강훈모 투자본부 이사(사진)는 이러한 성장을 주도한 키맨이다. 변리사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로 기술 이해도가 뛰어난 데다 먹거리에 대한 선입견도 없다. 딥테크 기업부터 바이오, 소비재까지 폭 넓은 산업을 두드리며 자신만의 트랙레코드를 만들고 있다.

◇ 성장스토리 : 변리사 출신 1호 벤처캐피탈리스트

강 이사는 국내 1호 변리사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 타이틀을 갖고 있다. 지금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벤처캐피탈리스트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7~8년 전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벤처캐피탈리스트에 대한 인식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기 전 변리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벤처기업인 웹케시에서 근무한 뒤 법무법인에서 특허업무를 전담했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이어가던 중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벤처캐피탈리스트를 접할 수 있었다. 벤처투자에 대한 꿈이 생겼고 당시 IP 투자를 진행하던 아이디벤처스와 인연이 닿았다.

아이디벤처스는 당시만 해도 스타트업에 가까운 벤처캐피탈이었다. 이제 막 설립 2년차로 운용 펀드가 1개에 불과했던 상황이었다. 덕분에 강 이사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펀드레이징부터 투자심사, 사후관리까지 벤처캐피탈리스에게 필요한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5년 7개월여 아이디벤처스 생활을 끝내고 둥지를 옮긴 곳이 하나벤처스다. 이전부터 교감이 있던 김동환 하나벤처스 대표가 회사 대표를 맡게 되면서 함께 하자는 마음이 일었다. 금융그룹 계열 벤처캐피탈이 만들어나가야 할 사업모델에 대한 호기심도 컸다. 설립멤버로 참여하며 처음부터 회사를 다져나가기 시작했다.


◇ 투자철학 : '철저한 산업분석+벤처기업 성장' 키워드 창업가

벤처캐피탈리스트는 저마다 강점이 있다. 회계사 출신이 재무 회계에 강하다면 산업계 출신은 특정 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갖는다. 변리사 출신인 강 이사는 특허와 함께 상표,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활용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렇다면 강 이사는 무엇을 보고 투자를 결정할까. 변리사 출신인 만큼 특허나 기술에 집중할 것이란 인식과는 정반대다. 오히려 벤처기업이 성공하려면 결국 창업가가 핵심이라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누구보다 절실히 새기고 있다.

강 이사는 "특허나 기술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회사가 잘되는 게 아니다"며 "좋은 창업가가 이끌고 있어야만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투자자로서 '멀리보는 투자, 함께 가는 투자'라는 철학을 늘 가슴 한켠에 새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드테크 설로인은 이러한 투자 철학이 잘 녹아든 사례다. 먼저 설로인이 주력하는 축산물 가공유통 산업은 전통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커다란 혁신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축산물을 포장하는 등에 대해서 다양한 기술 접목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창업멤버들의 축산물에 대한 열정,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에 끌렸다. 하나벤처스는 설로인에 시드투자부터 시리즈A까지 팔로우온을 단행한 건 물론 금융그룹 계열사인 하나은행과 연계해 운전자금대출까지 지원했다.

◇트랙레코드 1 : 특허 해외수익화 프로젝트 투자…지식재산권(IP) 성공

2017년 강 이사는 독특한 투자를 벌였다. 국내 A연구소가 가진 특허의 해외수익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투자였다. 당시 투자금액은 18억원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IP 수익화 사업이란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A연구소는 Wi-Fi, LTE 등 통신분야 표준특허풀을 기반으로 해외에서 다국적 통신기업들과 로열티 협상에 나섰다. 기관투자가였던 강 이사도 IP 수익화를 위한 전방위적으로 지원을 했다. 투자금은 1년 8개월 여만에 3배 규모로 회수완료됐다. 내부수익률(IRR)로 환산하면 96.6%에 달했다.

강 이사는 "국내에서 아직 IP를 수익화 대상으로 하는 투자 사례가 많지 않은 편이다"며 "운이 좋게 빨리 벤처캐피탈리스트가 되면서 관련해 많은 투자처들을 발굴하고 지켜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A연구소 투자 건은 결과적으로 IP를 해외에 수익화해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랙레코드 2 : 와디즈 '크라우드펀딩' 차별화 선구안

와디즈 투자 건은 다른 산업에서 강 이사의 선구안이 돋보인 사례다. 시리즈A 투자라운드에서 참여하며 인연을 맺었다. 수많은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쏟아지던 시기에 와디즈를 택한 건 성공에 대한 확신이 섰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와디즈의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형태의 이커머스 사업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이커머스 업체는 제품을 판매하는데 있어 재고·운영자금 리스크가 수반된다. 크라우드펀딩 방식은 이를 근본적으로 회피가 가능해 급격한 성장이 가능할 거란 확신을 내렸다. 마케팅 효과 차원까지 겸하면 확실히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봤다.

초기 투자자로 나선 강 이사는 3년 가까이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지근거리에서 회사를 지켜봤다. 그때 고객서비스(CS)에 대한 밸류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컨택센터 서비스기업인 메타넷엠플랫폼을 연결해 와디즈가 가진 CS 전반을 개선했다. 추가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적극 나서 와디즈의 시리즈B·C 투자유치 성공을 지원했다.

강 이사는 "재무적투자자가 피투자기업에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밸류업은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며 "때로는 다른 FI를 피투자기업이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평가 : 피투자기업 밸류업 적극 나서는 조력자

강 이사를 아는 벤처캐피탈 심사역은 열정적인 인물로 평가한다. 변리사 출신이라는 강점을 극대화해 치열하게 산업을 분석하고 정확한 가치를 읽어낸다.

김태규 에이벤처스 부사장은 "투자업체를 발굴하고 딜을 마무리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피투자기업의 밸류업에 관심이 많아 투자 후에 업체들을 서로 매칭해주는 모습이 종종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여러 딜을 함께 해 온 박상훈 아밀로이드솔루션 이사는 "변리사 출신으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도 있지만 투자기업의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종합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준다"며 "단편적인 밸류업 보다는 딜을 구조화해 협력이나 공동개발 등과 같은 구체적인 성장전략을 만들어내는데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 계획 : 신규 블라인드 벤처펀드 결성 목표

업계 입문 8년차인 강 이사는 누적으로 34개 기업에 750억원을 투자했다. 그간 본느, 진매트릭스, 직방 등에서 엑시트가 이뤄져 현재까지 누적 회수규모는 400억원이다. 아직 투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은 와디즈나 패스트바이오, 엑소코바이오 등을 고려하면 회수성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에는 블라인드 벤처펀드 신규 결성을 목표로 한다. 그간 쌓아온 트랙레코드와 강점을 살려 기술금융(TCB) 펀드를 염두하고 있다. 가급적 한 펀드안에서 투자처 발굴부터 팔로우온(후속투자) 까지 가능한 규모를 타깃한다.

강 이사는 "하나벤처스 설립 이후 투자한 포트폴리오들이 올해 연말과 내년초부터 연이은 회수가 기대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블라인드 벤처펀드 신규조성에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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