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2월 09일 08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진 자가 권력을 포기하기까지는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실제 가진 자가 무언가를 스스로 내려놓을 때 존중을 넘어 존경과 찬사를 받는다. 가진 자의 포기를 통해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고 상황이 진보하는 사례가 많다.최근 재계의 화두인 ESG 경영에서도 '가진 자의 포기'가 주목받고 있다. ESG등급을 결정하는 요소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배구조(G)에서 기존 기득권들이 권력을 내려놓음으로써 이사회의 독립성이 확보되고, 주주가치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마련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작년 초 지주사 SK㈜의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남과 함께 신임 사외이사에게 자리를 넘겼다. 그룹 총수이자 회사의 대표이사였던 최 회장이 스스로 자신의 권력을 포기하면서 이사회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균형이 맞춰졌다.
SK㈜는 외부 평가기관에서도 가장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회사가 됐다. SK㈜ 외에도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갖췄다고 평가받는 회사들 대부분은 모두 오너를 포함한 사내이사대신 사외이사들이 이사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의 롯데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이제는 롯데그룹을 먹여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 롯데케미칼은 롯데그룹 이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회사다.
신동빈 회장과 각 사업 부문별 대표이사, 롯데지주의 임원 1명으로 사내이사진을 구성하는 롯데케미칼은 이사회 내 주요 요직에 모두 사내이사들이 앉아있다. 현재 의장에는 김교현 사장이 앉아있다. 사내이사후보추천위원장 역시 대표이사급 인물이 항상 자리해왔다. 이사회 한 축을 담당하는 사외이사들의 입지가 그만큼 좁을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무조건 특정 그룹이 정답이고 그들을 복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화만이 유일한 답, 변화 없이는 생존 없다'는 구호를 외치는 신동빈 회장의 롯데가 이사회 체제 변화를 생각해보지 않을 이유도 없다. 특히나 신 회장이 최근 스스로 ESG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기에 업계의 관심도 높아진 상황이다.
관건은 권력의 포기다. 체제와 정관 개편으로 이사회 내 기득권층이었던 사내이사들 대신 사외이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면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그룹 대표 계열사로 거듭난 롯데케미칼이 이사회 개편의 선봉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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