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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CJ대한통운]'도플갱어' 보상위원회, 존재 이유 '물음표'③이사 전원 참여, 박근희 의장이 위원장 맡아…독립성 확보 안돼

유수진 기자공개 2021-01-07 10:4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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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2월 31일 09: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CJ대한통운의 이사회 산하에는 '도플갱어' 조직이 있다. 바로 보상위원회다. 통상 기업들은 이사회 멤버 중 일부로 각종 위원회를 꾸리지만 CJ대한통운 보상위원회에는 이사 전원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장도 이사회 의장인 박근희 대표이사가 똑같이 맡고 있어 눈길을 끈다.

기업들이 다양한 위원회를 조직해 운영하는 건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이사회의 역할을 일부 나눠 전문성을 제고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현행 상법 역시 같은 이유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한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와 감사위원회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원이 이사회와 100% 동일하다면 굳이 별도의 조직을 둘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CJ대한통운은 현재 이사회 산하에 사추위와 감사위원회, 보상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등 모두 4개의 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 중 보상위원회(2013년 1월)와 내부거래위원회(2018년 12월)는 의무사항이 아니지만 사측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모든 위원회는 투명성 보장을 위해 과반을 사외이사로 채웠다.


눈에 띄는 건 보상위원회의 멤버 구성이다.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7명의 이사회 멤버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CJ대한통운 이사회가 보상위원회 설치를 결의한 2013년 1월 이후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첫해(2013년)를 제외하곤 늘 이사회와 보상위원회 구성원이 동일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7년째 '도플갱어'인 셈이다.

보상위원회는 임원에 대한 보상제도를 수립 및 변경하고 장기인센티브 지급을 위한 임원 성과지표를 평가, 승인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밖에 임원 보상과 관련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검토한다. 임원의 성과와 업무에 대해 정확한 평가를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사내이사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보상위원회는 작년 3월 두 차례, 올 3월 한 차례 개최됐다. 임원 연봉조정률과 장기인센티브 지급 관련 내용을 처리했다. 특히 개최일자를 살펴보면 작년과 올해 모두 이사회와 동일한 날짜에 열렸다. 같은 날 7명의 이사들이 이사회와 보상위원회에 잇달아 참석해 안건을 처리했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사실상 보상위원회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산하에 다양한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과 달리 역할 분담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이사회와 구성원이 동일한 상태에서 본래 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평정기관은 기업의 지배구조 선진화 여부에 점수를 매길 때 이사회 산하 위원회 설치 여부 등을 살펴본다. 자칫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설치해 숫자를 늘렸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CJ대한통운은 최근 ESG 등급 상향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 측은 임원의 성과와 업무를 정확히 평가하는 동시에 공정성을 확보하려다 보니 이사 전원이 참여하게 됐단 설명이다. 정교한 성과체계를 구축하려다보니 사내이사들의 참여가 불가피한데 공정성 확보를 위해 그보다 많은 사외이사를 채워 넣었다는 의미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정교한 보상 및 성과체계 구축, 공정성 확보를 위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구성해 독립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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