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워치]'신임 CFO' 방주완 에쓰오일 부사장 '무거운 어깨'불황 속 마른 현금창출력, 대규모 투자 앞두고 허리끈 졸라맬듯
박기수 기자공개 2021-02-04 10:48:53
이 기사는 2021년 02월 02일 15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은 업황이 어려운 시기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좋은 결과를 창출해낸 기업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국내 최초의 중질유 고도화 설비, 파라자일렌 설비 증설 등이 그 예다. 2010년대 중반 석유화학사로의 정체성 굳히기에 나서기 위해 수조원 규모의 투자를 마치고 에쓰오일은 또 퀀텀 점프를 위해 비슷한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기획 중에 있다.문제는 타이밍이다. 앞서 에쓰오일을 투자의 귀재로 만들어준 사례에서는 에쓰오일 내부의 문제라기 보다는 당시 외부 환경의 문제가 존재했다. 중질유 고도화 설비를 마련했던 때는 IMF시기였고, 파라자일렌 설비 증설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이었다. 그리고 각 시기에서 몇 년간의 시간이 흘러 공장이 완공됐고 이 타이밍이 경제 회복기와 겹쳐 '대박'을 냈다. 현재도 코로나19라는 전례없는 악재가 장기화하고 있어 이전 케이스와 비슷한 느낌이 들지만, 지금은 에쓰오일 내부의 문제가 더욱 급하다.
최근 몇 년간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현재의 에쓰오일은 유동성이 가장 말라버린 시기다. 이제 막 RUC·ODC 프로젝트(석유화학 1단계 프로젝트)를 끝냈다. 5조원에 가까운 돈을 쓰고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투자가 진행된 2017년부터 작년 3분기까지 에쓰오일의 잉여현금흐름(FCF)은 음수(-)를 나타내고 있다.

작년 기록한 대규모 적자는 치명적이다. 작년 상반기 사우디와 러시아 간 원유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등으로 원유 값이 폭락했다. 정유사들은 기록적인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조원대'로 고꾸라졌다. 에쓰오일 역시 작년 영업손실로 1조877억원을 기록했다.
원래 2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에쓰오일의 최종 결정은 올해 이뤄질 것으로 결정됐던 바 있다. 다만 여러 상황이 악화하면서 에쓰오일은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2단계 프로젝트(샤힌(매)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투자 결정을 2022년 말로 예고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2단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규모를 줄인다고 공식화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만큼 CFO의 재무 전략 역시 보수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올해 말에야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 이자비용 관리가 가장 큰 목표로 꼽힌다.
에쓰오일의 작년 말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약 4조9920억원이다. 순차입금비율은 87.7%다. 2019년 말(94.5%)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현금창출력이 급격히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감대다. 특히 작년 말 국내 신용평가사들 역시 신용등급을 AA+에서 AA0로 하향하는 등 추후 자금 조달을 위한 조건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차입금평균이자율(금융비용/총차입금) 역시 방 부사장이 눈여겨 볼 점으로 꼽힌다. 에쓰오일의 2019년 말 기준 평균이자율은 2.8%로 2016년(1.9%), 2017·2018년(2.6%) 대비 상승하는 추세였다. 작년 말의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2%대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배당 역시 이행 여부를 놓고 예측이 많지만 방 부사장의 선택은 '미배당' 쪽으로 기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30% 이상의 배당성향을 약속하기는 했으나 작년 적자 규모가 너무 크기 때문에 배당금을 섣불리 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신임 CFO인 반 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입사해 커리어를 재무 파트에서만 쌓은 '재무통'이다. 작년까지 감사본부장으로 일하다 올해부터 신임 CFO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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